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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중견 성광벤드 오너의 기막힌 증여 타이밍

  • 2022.10.11(화) 07:10

안재일 대표, 4월 초 지분 10.5% 2세 증여
아들 안정규, 증여세用 처분 주식만 170억 
지분 반토막 불구 주가반등으로 가치 비슷

부산의 중견 강관제조업체 성광벤드 오너의 대(代)물림을 위한 기막힌 주식 증여 타이밍이 새삼 화제다. 후계자가 증여세를 물기 위해 170억원어치나 팔아치운 탓에 반토막이 난 현 보유지분의 가치가 수개월 전 물려받은 증여재산과 대동소이해서다. 증여세 납부 뒤 거짓말처럼(?) 주가가 반등한 데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절세를 위한 최적기에 증여가 이뤄진 셈이다. 

안재일 성광벤드 대표

3세의 연쇄 지분 매각 뒤엔…증여세

11일 성광벤드에 따르면 오너 3세인 안정규(28)씨는 최근 지분이 5.24%(150만주)로 축소됐다. 창업자 안갑원(85) 회장의 손자이자 안재일(60) 대표의 아들이다. 8월 중순부터 지난달 말까지 장내외에서 1.75%(50만주)를 처분했다. 액수로는 82억원(주당 평균 1만6300원)어치다. 

이번 주식 매각은 안정규씨가 올해 4월초 성광벤드 주주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이래 ‘3차 세일’에 해당한다. 4월과 6월 각각 2.27%(55억원), 1.22%(36억원) 블록딜에 이어 다시 추가 매각이 이뤄졌다. 모두 증여세 재원 확보를 위한 것이다. 

성광벤드 3세가 주주로 등장하게 된 것은 부친으로부터 지분 10.49%(300만주)를 물려받은 데서 비롯됐다. 당시 주식시세로 따져보면 259억원(종가 8640원)어치다. 거저 일 리 없다. 만만찮은 증여세를 물어야 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증여재산이 상장주식이면 증여일 이전 2개월과 이후 2개월 총 4개월 치의 최종시세 평균값으로 재산가치가 매겨진다. 성광벤드 증여의 경우 주당 약 9040원이다. 

한데, 이게 다가 아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은 20% 할증된다. 즉, 성광벤드 3세의 증여재산 과세표준이 320억원이나 됐다.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10~50%의 증여세율 중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된다. 산출세액이 160억원이다. 

누진공제(4억6000만원), 자진신고세액공제(산출세액의 3%) 등의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얼마 되지 않는다. 안정규씨가 납부해야 할 세금이 어림잡아 150억원이 훌쩍 넘었을 것이란 계산이다. 신고·납부기한은 증여받은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인 7월말 까지였다. 

증여세 납부 전략 수정한 이유…주가

안정규씨는 증여세 납부를 위해 증여 받은 주식을 현금화 하는 전략을 취했다. 다만 한꺼번에 전액 납부하지는 않았다. 즉, 1~2차 매각자금(91억원)으로 우선 물고 나머지는 연부연납제도를 통해 매년 쪼개서 내려고 했다. 납부 시점을 앞둔 7월말 소유지분 중 2.8%(80만주), 당시 시세로 85억원어치를 법원에 공탁했다는 게 방증이다.  

연부연납은 증여세가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세금의 6분의 1 이상을 신고·납부 기한 내에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을 최장 5년간 나눠 낼 수 있는 제도다. 분할 납부하는 대신에 연부연납 신청세액에 상당하는 보험증권·부동산·주식 등을 납세 담보물로 제공해야 한다. 가산금(연 1.2%)도 물어야 한다.

한데, 판이 180도 바뀌었다. 바로 주가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1만원을 밑돌다가 8월 들어 본격적으로 오름세를 탔다. 한 때 1만7500원(9월6일·종가기준)을 찍기도 했다. 증여세를 매길 때까지만 해도 부진했던 흐름이 납부 뒤 짧은 기간 반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안정규씨가 8월 중순부터 80억원 넘게 주식을 추가 매각했다는 것은 납부 전략 또한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후한 값에 내다팔 수 있게 된 호기에 주식을 현금화, 당초 분할 납부키로 했던 나머지 증여세도 모두 갚아버리겠다는 계산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3차례에 걸친 매각으로 보유지분(5.24%)은 정확히 반토막이 났지만 현 가치가 230억원(7일 종가 1만5300원)이나 된다. 증여지분(10.49%)의 당시 260억원과 별 반 차이가 없다. 상장주식 증여시 세금을 최소화 하려면 주가가 바닥이라고 판단될 때 하는 게 정석이다. 결과적으로 안 사장은 최적기에 증여를 한 셈이다. 

성광벤드는 안 회장이 1963년 2월 부산에서 창업한 수도파이프 생산업체 ‘성광벤드공업사’를 전신으로 한 중견 강관제조업체다. 석유화학, 조선해양, 발전플랜트 등에 사용되는 금속관이음쇠를 주력으로 한다. 2세 체제가 출범한지는 한참 됐다. 안 사장이 2003년 6월 대표로 취임,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따라서 안 대표가 경영일선에 나선지 20년 만에 아들에게 적잖은 지분을 무상증여한 것은 대를 이어 가업을 잇기 위한 터 닦기 수순에 다름 아니다. 현재 안 대표는 성광벤드 지분 16.07%(특수관계인 포함 35.8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다음이 안 회장(10.49%)이다. 이어 후계자 안정규씨(5.24%)가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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