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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주식투자에 맛들인 한일시멘트 허남섭家 한덕개발

  • 2023.03.14(화) 07:10

[중견기업 진단] 한일시멘트⑨
장남 허제이정, 지분 41% 소유 1대주주
본업 ‘먹는장사’ 보다 주식투자로 돈벌이
외연 확장 지렛대…방계 小그룹 지주사 

작년 9월, 한일시멘트그룹의 주력 중의 주력 한일시멘트㈜에 낯선(?) 주주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차우, 현 한덕개발(2022년 10월 사명변경)이다. 이는 허(許)씨 오너 일가의 창업주 4남 허남섭(72) 명예회장의 존재감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즉, 한일시멘트 ‘한 지붕’ 아래 소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방계가(家)가 허 명예회장 집안이다. 계열사는 11곳(싱가포르법인 HHH GLOBAL 포함)이다. 대(代)물림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어 1남1녀 중 맏아들 허정규(32·미국명 허제이정)씨가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 때 허 명예회장 몫으로 분류됐던 경기도 과천의 테마파크 서울랜드 운영업체 ㈜서울랜드에 작년 3월 이사회 멤버로 달리 합류한 게 아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서울랜드의 옛 사명(2013년 5월 교체)을 쓰고 있는 한덕개발을 앞세워 차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존재감 없던 3세 허정규 등장

사실 한일시멘트 오너 3세 허정규씨는 서울랜드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올해 나이가 32살인 까닭에 이렇다 할 경영 활동이 없었다. 다른 일가와 달리 장손 허기호(57) 현 회장이 경영하는 모태사 한일홀딩스(옛 한일시멘트㈜) 계열 주식도 전혀 없다. 2014년 7월 모두 정리한 데서 비롯된다. 

허정규씨의 부친이 한일홀딩스 2.58%와 한일시멘트㈜ 2.62%, 누이 허정미(41)씨가 홀딩스 3.08%를 보유 중인 것과 대비된다. 형제사 녹십자홀딩스 지분 0.14%를 갖고 있을 뿐이다. 

반면 집안 소유의 소그룹 한덕개발 계열로 시선을 옮겨보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한덕개발 최대주주가 허정규씨다. 지분은 40.83%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도, 이미 2016년에 이 지분을 보유했다. 이어 허 명예회장 12.16%, 허정미씨 9.35%다. 이외 37.66%는 또 다른 가족회사 세우리 소유다.  

가족회사 ‘먹는장사’는 영~

후계자의 활동 무대 또한 한덕개발이다. 모친 박아심(65·미국명 박제니에스)씨가 2012년 7월부터 감사, 누이가 2014년 6월부터 이사진으로 활동하는 와중에 허정규씨가 이사회에 합류한 게 2019년 3월이다. 

즉, 한덕개발을 사실상 지주사로 삼아 사업 확장에 부쩍 열을 내고 있다. 2018년 말 한덕개발, 세우리 2곳에 불과했던 집안 계열사가 11곳으로 불어난 이유다. 한덕개발의 벌이가 제법 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02년 2월 설립된 업체로 총자산은 330억원(2021년 말)이다. 

한데, 매출은 얼마 안된다. 2015년 35억원을 찍은 뒤로 거의 매년 예외 없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2021년에는 13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은 7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게다가 2018년 이후 적자 규모가 점점 불어 작년에는 9억원에 이른다. 

한덕개발은 사업목적이 음식업 등으로 실제 서울랜드에서 식당, 카페 등 운영한다. ‘먹는장사’로는 영 재미를 못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벌이가 쏠쏠한 비결은 딴 게 아니다. 주식 투자, 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형제사인 녹십자에 있다. 

순익 연속흑자의 비결 ‘녹십자’

한덕개발은 2019년 말 매도가능증권 자산으로 268억원어치를 보유했다. 이 중 핵심 자산이 녹십자 지주사이자 상장사인 녹십자홀딩스 지분 2.00%(장부가 209억원)다. 2020년 이 중 0.85%를 매각, 101억원의 차익을 냈다. 이에 따라 2020년 7억원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무려 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도 14억원 흑자를 냈다. 

맛을 들였다. 한덕개발은 2020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주식투자에 나선 모습이다. 녹십자홀딩스 외에 서울랜드(7.54%), 세우리(10.51%) 등 비상장 관계사 주식을 보유하다가  재작년에 상장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HD현대, SK이노베이션, 기아차, HDC현대산업개발, 제넥신, 지노믹트리 등 6개사 주식이다. 액수로는 각각 5억원 총 30억원 규모다. 또한 현재 한덕개발이 보유한 한일시멘트㈜ 주식은 작년 9~10월에 매입한 약 7억원어치(지분 0.08%)다. 

한마디로 한덕개발은 본업인 외식업으로는 적자가 쌓여가지만 주식투자로 이를 메우고도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허씨가 3세가 계열사들을 잇달아 인수, 외식업은 물론 IT와 엔터테인먼트사업까지 가지가지 하는 이유다. (▶ [거버넌스워치] 한일시멘트 ⑩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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