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았다. 2021년 11월, SM그룹 창업주 우오현(71) 회장의 2세들이 동시에 개인회사를 차렸다. 슬하의 5남매 중 둘째부인 고(故) 김혜란(1961~2023) 전 삼라마이다스 대표의 친자녀들이다. 외아들이자 유력 후계자인 우기원(32) SM하이플러스 대표와 4녀 우건희(33) 코니스 대표다.
심상찮다. 장남의 1인 회사가 최근 들어 땅을 사들이는데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우 창업주가 가업세습 기반을 닦는데 후계자의 개인회사를 물주며 키워 재미를 봤듯이 향후 이 두 2세 회사의 진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SM 지배구조 측면에서 흥미로운 일일 수 있다.
삼라마이다스로 갈아탄 뒤 또 1人 회사 설립
‘[거버넌스워치] SM ③편’에서 상세히 다뤘지만, 지주사격 삼라마이다스에 대한 사실상의 지분승계가 이뤄진 때가 2021년 7월이다. 우오현·우기원 오너 부자(父子)가 각각 유일 주주로 있던 삼라마이다스와 ㈜라도를 통합해 아들이 삼라마이다스 25.99% 2대주주로 갈아탄 데 따른 것이다.
4개월 뒤 우기원 대표가 또 다시 개인회사를 하나 차렸다. ㈜나진이다. 오롯이 혼자서 딱 1000만원을 출자했다. 이사진 또한 설립 한 달 뒤부터 우 대표 말고는 없다. 앞서 2014년 6월에 만들어진 장남 1인 회사 ㈜라도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나진 역시 향후 우 회장의 승계 카드가 될 개연성이 있다는 뜻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아파트 시행사업을 했던 ㈜라도와 달리 ㈜나진은 상가 분양 등 비주거용 건물 쪽이다. 또한 ㈜라도가 사업기반을 잡는데 ㈜우방건설산업(현 SM상선 건설부문)이 ‘자금줄’ 역할을 했다면 ㈜나진은 우 대표가 삼라마이다스 주주가 된 뒤로는 소유지분이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자본금 3억짜리 ㈜라도로 만든 우 대표의 현 삼라마이다스 주식가치(4월 말 삼라마이다스 자체평가)가 1주당 3510만원(액면가 1만원) 총 4320억원이다. 우 대표는 사업자금 확보를 위해 이 중 1.41%(667주), 액수로는 234억원어치를 담보로 작년 4월 110억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삼라마이다스로부터 도합 124억원을 빌렸다.
㈜나진을 통해서는 잇달아 토지 매입에 나서고 있다. 법원 경매를 통해 작년 5월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구로구 개봉동 일원의 땅을 사들였다. 취득가 약 5억원에 총 1648㎡(499평) 규모다. 지목은 대지이지만 개웅산 산자락에 위치한 약 30m 높이 임야 상태의 맹지다.
올해 1월에는 역시 법원 경매를 통해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에 위치한 토지 247.6㎡(75평)를 6억9100만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경열로 대도로변 서구보건소앞사거리에 위치한 땅이다. 이를 위해 우 대표의 삼라마이다스 38주(13억원)를 담보로 삼라마이다스로부터 7억원가량을 차입했다.
4녀 우건희, 삼마라이다스 합류로 존재 ‘수면 위’
우 회장 외아들 1인 소유의 ㈜나진과 같은 시기에 설립되기는 했지만 4녀의 개인회사는 남동생에 비해 확연히 뒤쳐지는 주인의 존재감만큼이나 아직은 사업적인 움직임이 전혀 없다.
우건희 대표는 2019년 12월 양친의 뒤를 이어 삼라마이다스 이사회에 동생과 함께 합류하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이외 유일 사내이사인 코니스 말고는 대한상선, SM레저산업, SM상선경인터미널S, 케이엘씨SM 등 4개사의 감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코니스 또한 우건희씨가 1000만원을 출자한 1인 부동산 개발업체다. 다만 현재까지는 사실상 휴면법인이다. ㈜삼라에 따박따박 임차료를 내고 있을 뿐이다. 본점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2가에 위치한 ㈜삼라 소유의 진덕빌딩에 위치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미래에는 모를 일이다. 실례(實例)를 먼 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우 창업주의 본처 심동임씨 슬하의 세 딸이 SM그룹 내에서 저마다 독자 사업기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확실한 증거다.
우연아(47) 삼라농원 대표, 우지영(46) 태초이앤씨(E&C) 대표, 우명아(43) 신화디앤디(D&D) 대표다. 맏딸은 건설사 삼환기업의 1대주주(32.56%)다. 차녀와 3녀 또한 개인 소유의 태초E&C, 신화D&D를 기반으로 점점 기업 볼륨을 키우고 있다.
우 회장이 비록 일찌감치 둘째부인 슬하의 장자를 후계자로 낙점했지만 본처 사이의 세 딸에게도 섭섭지 않게(?) 몫을 떼 주기 위해 공을 들인 데 기인한다. 예외 없다. 최소의 비용으로 2세의 승계 기반을 닦았듯이 저비용, 고효율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졌다. (▶ [거버넌스워치] SM ⑥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