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70위 글로벌세아그룹 김웅기(73) 창업주의 세 딸은 간판 계열사인 의류 제조·수출업체 세아상역 주식(38.06%) 말고도, 가업 승계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개인회사들이 적잖다.
장녀 김세연(42) 제이디링크(JD Link) 대표와 차녀 김진아(40) 글로벌세아㈜ 사장은 미국 투자투자사 티지에이치홀딩스(TGH Holdings LLC)의 공동소유주다. 맏딸은 미국에 아동 유아복 무역업체 JD Link와 부동산 중개 및 컨설팅 업체 에스제이디(SJD LLC)를 개인회사로 가지고 있다.
막내딸 김세라(33) 세아상역 부사장 ㈜태범도 빼놓을 수 없다. 때마침 ㈜태범으로 재미를 봤다. 비결은 딴 게 아니다. [거버넌스워치] 글로벌세아 ④~⑤편에서 얘기한대로, 세자매가 계열사들이 뒤를 봐준 자본금 10억짜리 세아아인스를 통해 세아상역으로 갈아타 배당수입(1155억원), 주식가치(2430억원) 상승 등 재산을 증식한 모습과 유사하다.
오너 김웅기 막내딸 몫으로 떼준 ㈜태범
㈜태범이 설립된 지는 한참 됐다. 1994년 3월이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는, 자본금 9억원에 2018년 이후 지분 100%를 오롯이 소유하고 있는 이가 김 부사장이다. 게다가 이미 2016년 3월에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25살 때다. 선임 후 이듬해 6월까지 1년여 동안은 대표로도 활동했다.
㈜태범이 현재 24개 국내 그룹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세아㈜를 정점으로 한 지주 체제에서 벗어나 있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태범은 김 창업주가 3녀 몫으로 따로 떼준 회사라고 할 수 있다.
한데, 재무구조가 형편없다. 결손금 131억원이 쌓여 있다. 자산(348억원) 보다 부채(365억원)가 17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18년 이후 한 해 많게는 44억원 등 평균 21억원의 순익적자가 이어진 탓이다. 다만 작년까지 수치일 뿐이다. 올해에는 180도 딴판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옛 태범빌딩에 이유가 감춰져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5~10분 거리에 있는 지하 4층, 지상 7층짜리 건물이다. 대치동 3개 그룹 사옥 중 지주사 글로벌세아㈜ 소유의 오피스빌딩 에스타워(S-TOWER)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원 소유주가 ㈜태범이다. 2017년 6월 성보그룹 일가 소유의 부동산 임대업체 동원통상(옛 일동통상)으로부터 당시 동원제이빌딩을 208억원에 매입했다. 인수자금은 문제될 게 없었다. ㈜태범이 우리은행에서 시설자금 150억원을 차입할 때 글로벌세아㈜가 지급보증을 서줬다. 세아아인스와 세아상역은 도합 91억원(2017년 말 잔액)을 직접 빌려줬다.
그룹사 임직원이 매상 올려주는 카페 운영
김 부사장이 대박을 친 비결이 이 태범빌딩이다. ㈜태범이 2018~2022년 매년 7억원(총 35억원)의 임대수입을 올리다가 작년 말 상장 바이오업체 케어젠에 매각했다. 매매가가 취득가의 3배가 넘은 650억원이다. 계약 당시 33억원, 올해 4월 잔금 585억원을 수령·완료했다,
우리은행 144억원(작년 말), 세아상역 100억원 등 빚을 갚고도 남는 액수다. 이자 부담도 없어졌다. 사실 ㈜태범이 연속 순익적자를 냈던 것은 2018년 이후 매년 8억~10억원가량의 이자비용이 한 몫 했다. 2018년 설립한 아프리카 가나 해외산림자원개발 2개 현지법인의 출자․대여금을 2019~2020년 각각 38억원, 37억원 부실처리한 것도 요인이다.
따라서 ㈜태범은 올해 태범빌딩 매각차익 442억원이 잡히면서 한 방에 자본잠식에서 탈출하고 적잖은 잉여금이 쌓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김 부사장의 경우에도 그룹사들을 등에 업고 재산을 불렸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태범은 커피숍을 운영하며 그룹사 임직원들로부터 매상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카페쉐누’다. 원래는 인디에프 자회사인 시설관리 업체 나산실업이 2011년 10월 론칭한 브랜드지만 이듬해 10월 ㈜태범에 양도한 데서 기인한다.
현재 매장은 딱 3군데다. 대치동 그룹 3개 사옥 에스-타워, 세아빌딩, 인디에프빌딩이다. 이런 이유로 그룹 계열사들이 임직원 복지용으로 카페쉐누를 활용하면서 ㈜태범 매출로 잡히고 있다.
㈜태범은 2017~2023년 한 해 평균 13억원가량의 음료매출을 올렸다. 작년에는 14억원이다. 이 중 세아상역(8억원)을 비롯해 글로벌세아㈜, 인디에프 등 계열 매출이 67%(10억원)를 차지한다.
뿐만 아니다. 올해 부터는 이자를 부수입으로 챙길 수 있다. ㈜태범이 빌딩 매각자금 중 255억원을 올해 5월 글로벌세아㈜에 빌려준 데 따른 것이다. 만기 1년의 단기자금으로 이자율이 6.28%다. ㈜태범이 순식간에 알짜회사로 둔갑할 게 뻔하다. (▶ [거버넌스워치] 글로벌세아 ㈜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