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신장섭 싱가포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대화를 통해 구성한 저서 '김우중과의 대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중 대우해체의 손익계산서 부분 발췌.
신장섭
대우를 워크아웃에 집어넣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손실이 났습니까. 정부 측에서는 대우 워크아웃이 성공적이었다는 얘기만 나왔습니다.
김우중
대우조선이나 대우건설은 워크아웃 전부터 원해 튼튼한 회사였어요. 대우조선은 1991년 이후 계속 흑자를 내고 있어지요. 대우건설은 원래부터 돈을 잘 벌고 있었고요. 워크아웃 한다면서 사업구조를 조정하거나 인적 쇄신을 한 것은 없어요. 막혔던 자금만 풀어준 거지요. 그 회사들은 대우그룹 시절의 경영철학과 사업구조, 인력으로 잘하고 있는 겁니다.
신장섭
대우계열사들이 나중에 회복됐다는 사실은 같은데 이걸 놓고 ‘워크아웃을 잘 했기 때문이다’ ‘원래 좋은 회사였기 때문이다’ 서로 정반대 해석을 하고 있는 거네요.
김우중
그렇지요, 우리 회사들이 다 회복돼서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한 걸 다 회수하고도 남았습니다. 이것만 봐도 대우가 국가경제에 피해를 줬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거지요. 거기다가 우리 채권을 출자전환했던 금융기관들은 크게 이익을 봤어요, 지금까지 4조원 넘게 돈을 번 것 같아요.
(중략)
신장섭
그렇다면 대우차는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김우중
그러나 워크아웃이 성공했는지 판단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게 대우차예요. 나는 경제팀이 잘못 판단해서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봅니다. 처음 워크아웃 할 때부터 대우차를 쓰레기 취급했으니까요. 남들은 없는 것도 잘 포장해서 비싸게 팔려고 하는데 한국 정부는 그 때 우리자 잘 갖고 있는 것도 쓰레기라고 대문짝만 하게 예기해놓고 그런 다음에 이 물건 살 사람 없냐고 찾아다니고 있었던 셈이지요, 파는 사람이 나쁜 물건이라고 얘기하는데 누가 제값을 쳐주고 삽니까. 제일 중요한 걸 엉터리로 처리한 다음에 그건 쏙 빼놓고 워크아웃이 성공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거지요.
신장섭
더 구체적으로 대우차에서 어떤 손해를 봤는지 얘기해줄 수 있습니까.
김우중
GM은 대우차를 거의 공짜로 인수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인수가격이 12억 불이다. 20억 불이다 얘기하지만 산업은행한테 20억불 자금 지원 받고, 각종 좋은 조건이란 조건은 다 붙였으니까 거저 갖고 갔다고 할 수 있어요. 나는 정부가 대우차를 잘못 처리해서 많게는 210억불(29.4조원) 넘게 손해 봤다고 생각합니다.
신장섭
그렇게 액수가 많습니까.
김우중
대우가 손해를 봤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가 손해 봤다는 겁니다. 정부가 대우차를 매각한다면서 대우차 빚을 거의 다 까준 거나 마찬가지예요. 대우차가 살아 있었으면 그럴 필요 없는 거지요. GM이 현찰 4억 불 밖에 내지 않는데 산업은행이 20억불 자금 지원해 주고...우리가 개발하는데 1조원 이상 들였던 자동차 신모델들도 그냥 넘겨줬고 대우중공업에 있던 티코 생산라인도 대우차 팔 때 함께 줬어요. 이거 다 따지면 GM은 대우차를 거의 공짜로 갖고 간 거지요. 정부가 우리를 워크아웃에 집어넣으면서 실사했을 때 대우차 자산가치가 110억불 가량 나왔어요. 그 때 우리가 갖고 있던 자산도 누락시키고 청산가치로 나쁘게 평가했는데도 그 정도 나온 거예요.
(중략)
신장섭
대우차 워크아웃으로 다른 손해라고 할 것은 없습니까.
김우중
한국 자동차산업 구도를 봐도 현대차동차와 대우자동차의 2사 체제로 갔으면 훨씬 좋았어요, 서로 경쟁도 되고...전자산업에서 삼성과 LG가 경쟁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1등 하는 게 많아졌잖아요. 현대기아차가 지금 돈을 많이 벌고는 있지만 국내시장 경쟁이나 부품업체 등을 생각하면 2사 체제가 맞는 거지요.
신장섭
그렇다면 정부 당국자들은 왜 그렇게 대우의 부실을 강조했다고 생각하십니까. GM과의 합작도 처음부터 되지 않았을 것이었다고 얘기하고..대우차가 기술 자립이 어려웠다고 하고...
김우중
부실이 아니었다는 걸 인정하면 자기들이 대우 처리를 잘못했다는 게 되니까. 그런거지요. 그 다음에 아무리 새로운 사실이 나와도 인정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겁니다. 대우가 부실 때문에 망했다고 해야지만 자기들이 워크아웃 한 게 잘한 일이 되는 거니까.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