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경기도 이천에 15조원을 들여 새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이천에 15조원을 들여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 2015년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밝힌 투자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
SK하이닉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이천 본사 내 5만3000㎡ 부지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말 공사를 시작해 2020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에는 차세대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EUV) 노광장비가 들어간다. 파장이 짧은 장비를 활용해 종전보다 더 미세한 공정을 구현하겠다는 걸 의미한다.
SK하이닉스는 우선 클린룸 건설에 3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완공 후 장비가 입고되면 총 투자규모는 1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확대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난지 사흘만에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오는 2024년까지 총 46조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천 신규 공장 건설은 그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완공된 이천 M14 공장과 현재 건설중인 청주 공장(M15), 이천 신규 공장(M16) 등 3개 시설에 투자하는 금액만 총 46조원을 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천 신규 공장에서 생산할 제품의 종류와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시장상황과 회사의 기술역량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그간 SK하이닉스가 D램은 이천, 낸드플래시는 청주에 공장을 마련해온 점에 비춰볼 때 이천 신규 공장은 D램을 생산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D램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반도체다. 그럼에도 처리속도가 빨라 스마트폰과 컴퓨터, 서버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이와 달리 오는 9월 완공되는 청주 M15 공장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는 반도체인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이번 투자 결정은 SK하이닉스가 D램 시장에서 더욱 확고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돌파한 SK하이닉스는 매출의 80%가 D램에서 나왔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도 D램 호황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다만 공장 증설로 공급량이 늘어 D램 가격이 하락할 경우 SK하이닉스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D램 의존도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최근 메리츠종금증권은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낮췄다.
한편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이천 신규 공장 건설로 2026년까지 생산유발효과는 80조2000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34만8000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증설 투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소통 속에서 이뤄낸 것"이라며 "혁신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반도체 상생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