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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없었던' LG화학 배터리 분할…남은 숙제는

  • 2020.10.30(금) 17:08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전자투표서 요건 충족...찬성률 과반 이상
모-자회사, 성장·주가 잠재력 입증 '과제'

소액주주들의 반발, 국민연금의 반대 속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LG화학 전지 부문 물적분할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사전 투표 결과 찬성표가 압도적이었다. 일부 소액 주주들이 주총 현장에서 불만을 터뜨렸지만 대세를 거스르지 못했다. 이로써 LG화학의 전지 부문은 오는 12월1일 출범할 LG화학의 100% 자회사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독립하게 됐다. 

◇ 사전 투표 압도적…현장 표결 없이 통과

30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주재 중인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가운데)/사진=LG화학 제공

3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LG화학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해 신설 법인을 만드는 안건이 통과됐다. 신설 법인은 자동차,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소형전지 등 기존 LG화학이 영위하던 전지 부문을 모두 이어받는다. 기존 LG화학이 신설 법인 지분 100%를 보유해 완전 자회사로 두는 형태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는 모두 발언에서 "전지 사업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물적분할로 재도약 기틀을 마련하고, LG화학이 글로벌 탑5 화학기업으로 도약하게 도와달라"고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차동석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는 전지 부문 물적분할이 LG화학의 재무구조 등을 감안했을 때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LG화학이 전지 사업 등에 투자를 급속도로 확대하며 순차입금 비율이 2017년도말 1.6%에서 올해 2분기말 47.8%로 급등하는 등 3년새 급속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전지 부문을 물적분할 함으로써 다양한 자본조달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 부사장은 이어 "존속법인 LG화학 본체는 자금을 자체 사업에 재투자해 사업별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전지 부문 물적분할이 존속·신설 법인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찬성이 반대를 압도했다. 투표권 위임 등을 포함한 사전 전자투표 결과 찬성 주식수는 의결권을 지닌 보통주 기준 4910만9574주로 주총 참석 주주 주식의 82.3%, 발행주식 총수의 63.7%를 차지했다. 사업부 분할에 필요한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특별결의 요건은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이다. 

이 때문에 현장 투표 절차는 생략됐다. 그러자 주총에 참석한 일부 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주는 "분할 계획 발표하기 전 78만5000원이던 LG화학 주가가 지금 64만원이다. 분할한다는 말이 없었으면 더 주가가 올랐을 것"이라며 경영진을 질책했다. 다른 한 주주는 "물적분할 후 LG화학은 모회사가 돼 자회사에 비해 디스카운트될 수 있다"며 "어떻게 소액주주들한테 분할회사의 가치를 돌려줄지 고민해 달라"고 다그쳤다.

현장에 있던 LG화학 관계자는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표결 절차를 요구하는 주주가 없어 현장 투표절차를 생략했다"며 "이미 사전 투표 결과 특별결의 요건이 충족돼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분율 10.57%로 LG화학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지분가치 희석' 등을 이유로 물적분할에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한국기업지배연구원 등은 찬성 의견을 냈다.

◇ 모(母)-자(子)회사, 동반성장 과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쏟아졌지만 주총에서는 여전히 LG화학 소액주주들의 물적분할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이 확인됐다. 이를 달래기 위해 자회사는 물론 모회사의 성장 과실이 주주들에게 분배될 수 있다는 것을 LG화학이 증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배당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LG화학은 분할 계획을 발표한 직후 "올해를 포함해 2022년까지 향후 3년간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연간 배당액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2018년과 비교해 최소 두 배, 작년에 비하면 5배 이상을 배당하겠다는 것이다.

윤현석 LG화학 IR(기업설명활동) 담당 상무는 주총에서 "통상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30%를 배당에 써왔다"며 "연결재무제표(신설 자회사 포함) 기준으로 올해나 내·후년을 봤을 때도 배당성향 30% 수준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반영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결산 배당액이 1만원(배당총액 7680억원)이고 배당성향을 30%라고 가정할 경우 LG화학은 올해 연간 2조56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야 한다. 그러나 LG화학은 올해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누적 순이익이 1조258억원에 그친다. 4분기 1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보태지 않으면 배당성향은 작년(42%)처럼 비정상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 달래기를 위한 출혈성 배당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신설 법인도 모회사 주가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분할 이후 입증해야 한다. 안정적 수익성, 더 큰 성장 잠재력을 토대로 전지 부문이 모회사 LG화학 주가에까지 긍정적 파급력을 지녔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게 숙제다.

LG화학은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된 이후 입장문을 통해 "분할 과정에서 주주분들의 일부 우려가 있었던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 전지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기존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사업의 경쟁력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주주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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