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SK이노베이션 '1조 날리며 털어버린 불확실성'

  • 2021.05.13(목) 17:31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5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영업익 5025억
LG엔솔 합의금, 영업외비용에 9763억 반영
배터리 수주잔고 80조…올해 매출 3조 중반

지난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은 얼핏 봐선 좋은지 나쁜지, 알쏭달쏭하다. 영업이익은 1년 만에 전년 대비 적자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매출로 본 사업 외형은 쪼그라들었고 순손실도 지속됐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봐도 희비가 갈린다. 석유·화학 사업은 지난해 1분기 조단위 적자라는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흑자전환하며 선전했다. 그러나 신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영업비밀·특허 관련 분쟁을 끝내는 대가로 1조원의 합의금을 내느라 순손실 지속에 영향을 미쳤다.

2분기부터는 어떨까. 주력인 석유 사업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만든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 배터리 사업도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성장 계단을 밟고 있다. 앞으로는 알쏭달쏭하지 않은 호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게 이 회사 측의 기대 섞인 전망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5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 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1조7752억원 대비 흑자전환한 5025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7.2% 감소한 9조2398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3681억원으로 전년 1조5521억원보다 줄었지만 적자를 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법인세가 환입된 세후손실 개념인 당기순손실과 함께 세전손실도 밝혔는데, 이는 5276억원이었다. 당기순손실과 세전손실은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하는 배터리 소송 합의금(9763억원) 등이 반영된 1조301억원의 영업외손실에 따른 것이다.▷관련기사: 2조에 끝난 배터리 분쟁…분주했던 '막전막후'(4월12일)

사업부문별 실적을 보면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1조6360억원 적자에서 416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미국 한파에 따른 공급 차질로 정제마진이 대폭 개선되고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화학사업도 PX(파라자일렌), 벤젠 등 아로마틱 계열 제품의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차)가 개선되면서 전년 898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한 1183억원을 기록했다.

윤활유사업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74% 증가한 1371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한파 등 글로벌 공급 차질이 심화돼 출하량이 줄어들어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영향이 있었다.

배터리사업은 판매물량 증가로 매출액 52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매출액 2888억원에서 약 80% 증가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공급에 따라 매출액이 증가했으나, 해외 공장의 초기 비용 증가 영향을 받아 영업손실은 전분기 대비 약 678억원 늘어난 1767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공장 상황을 보면, 헝가리 1공장은 지난해 1분기 양산을 시작했고, 2공장은 2022년 1분기에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3공장은 올 3분기에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양산이 목표다. 중국 창저우 공장은 지난해 2분기, 옌청과 후이저우 공장은 올 1분기 양산을 시작했다. 미국 조지아주 1공장은 2022년 1분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고, 2공장은 2023년 1분기에 양산을 시작한다.

이밖에 석유개발사업 영업이익은 113억원으로 전년보다 75% 감소했다.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하는 소재사업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7% 증가한 317억원이었다. 중국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공장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원재료비가 하락한 영향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2분기부터 본격 성장 '자신'

SK이노베이션은 2분기부터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영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어 석유화학 등 주력사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동시에 신성장 사업인 배터리과 소재사업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력인 석유 사업은 2분기에 코로나19 영향의 완화로 수요가 회복돼 정제마진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의 백신 접종으로 인해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있다"며 "미국 백신 접종률이 50% 넘어가는 하반기부터 손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은 해외 공장의 양산 시작으로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 중국 옌청과 후이저우 공장이 양산을 시작해 향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 등 기존 고객사 외에도 포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의 신규 수주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수주 잔고는 매출액 기준 80조원에 달한다"며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추가 수주도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장 큰 불확실성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 관련 합의금을 지난 1분기에 털면서 내년까지 관련 비용에서 자유롭게 됐다는 게 긍정적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모두 2조원을 LG에너지솔루션에 주기로 했고, 현금 1조원은 올해와 내년 5000억원씩 지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모두 일찍 반영한 것이어서 추가적인 손실 반영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로열티 1조원은 2023년부터 매출액에 연동해 지급할 예정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SK이노베이션은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대표적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겠다고 나선 상황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컨콜에서 "이런 상황을 사업적인 기회로 보고 있다"며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개발을 시작하기보다는 역량 있는 업체와 협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글로벌 업체들의 다양한 협력을 제안받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을 토대로 배터리 사업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3조원 중반대를 예상했다. 작년 매출액 1조6000억원 대비 배 이상 규모다. 다만 공장 증설 등 투자에 따른 적자 지속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손실 규모는 지난해보다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 BEP를 초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 관련해선 연간 실적 예상치를 내놓지는 않았으나, 분리막 판매량이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회사 관계자는 컨콜에서 "중국 공장 가동률이 현재 80% 정도이고 올 하반기부터 100%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며 "2분기부터 판매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2분기 화학사업은 아로마틱 부문의 스프레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윤활유는 계절적 수요 증가로 스프레드 강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김준 사장은 "친환경 중심으로 전면적, 근본적 혁신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와 소재 중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