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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3분기 전기요금 올릴까? 말까?

  • 2021.06.17(목) 07:00

원가연계 요금제에 따라 인상요인 발생
코로나·대선 등 공공요금 인상 부담 커

상품의 가격을 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한국은 자본주의를 채택한 나라입니다. 이런 경우 자유경쟁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만나 가격을 형성합니다. '시장경제'라고 부릅니다. 사회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죠. 반면 사회주의를 선택한 나라는 다릅니다. 이런 곳은 계획경제에 따라 정부가 가격을 결정합니다. 과거 중국과 소련 등이 계획경제를 통해 나라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가격을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가격은 어떻게 정할까요.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지만 전기요금은 계획경제에 따라 정부가 정합니다. 어차피 전기의 공급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독점하니 경쟁이 없습니다. 원가도 반영하지 않고 결정 당시의 물가상황에 따라 올리거나 내렸습니다. 시장에 맡기기에는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게 전기요금을 국가가 정하는 명분이었습니다. 사실 전기뿐만 아니라 의료비와 대중교통 요금, 카드수수료 등도 같은 이유로 통제하고 있죠. 

하지만 이제 한계에 이릅니다. 한전은 수십 년 동안 전기를 만드는 비용이 크다면 적자를 입고 적다면 흑자를 보는 '천수답식' 경영을 계속했습니다. 재정이 불안하니 사업도 불안합니다. 이제 이런 경영환경을 타파해야 할 명분이 쌓였습니다. 한전이 단순히 전기를 파는 일 외에 할 일이 많아졌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주요한 과제로 부각되면서 한전도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사용해야 합니다. 주머니가 안정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전력계를 점검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한전의 숙원 '원가연계 요금제' 도입은 됐지만

이에 지난해 한전은 전기요금을 산정할 때 전기를 만드는 비용을 반영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전기의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국제유가입니다.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올리고, 유가가 내려가면 전기요금도 내립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함으로서 에너지전환 정책을 수행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루겠다는 게 제도의 목표입니다.

원가연계형 요금제는 지난 수십 년간 한전의 숙원사업이었는데요. 정부는 지난 2011년에 처음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하려고 모의시행도 해봤지만 전기요금 인상과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결국 보류했습니다. 2013년에도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누진 제도를 6개 구간에서 3개 구간으로 완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흐지부지됐죠. 2016년에도 당정 협의를 통해 원가연계형 요금제 도입을 시도했지만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탄소중립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정해지고 이를 위해 한전의 재정안전성을 높일 필요가 커졌습니다. 그 덕분에 올해부터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지난 1분기 전기요금은 내려갔습니다. 연료비연동제는 3개월 단위로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합니다. 연료비 변동분은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 평균 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를 뺀 값입니다. 한전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유가가 떨어진 것을 반영해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0원으로 책정해 그만큼 전기요금을 내렸습니다.

원가연계 요금제 유명무실…내릴 때만 적용해

그런데 2분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기준이 되는 기간 국제 유가가 오른 겁니다. 그 결과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0.2원이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2분기에는 전기요금을 kWh당 2.8원 올려야 했습니다. 이를 반영한다면 2013년 11월 이후 7년여만의 전기요금 인상입니다. 한전으로서는 역사적인 순간이겠네요. 

하지만 하지 않았죠. 한전은 2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습니다. 이유는 코로나19입니다.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안을 보고했지만 코로나19로 국민 생활이 어렵다며 유보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복잡한가요. 간단합니다.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전기요금을 내리는 데에만 적용했다는 것이죠. 코로나19 영향으로 전기요금을 내리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올리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전력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정치적인 판단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2분기 전기요금이 결정될 당시 정치권은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었죠. 선거를 앞두고 있는 공공요금이 올라간 역사가 없습니다. 

3분기 전기요금 올려야 하는 이유

이제는 3분기 전기요금을 결정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한전은 지난 15일 국제 유가를 반영해 3~5월 연료비 등 원가를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3분기 전기요금 변동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비공개지만 인상하겠다는 변동안을 제출한 것은 확실합니다. 올해 3~5월 전기 원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3~5월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64.57달러입니다. 기준 시점이 된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균 가격 55.18달러보다 17.0% 올랐습니다. 이 기간 유가는 물론 전력용 연료탄 가격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모두 연초대비 10% 넘게 올랐습니다.

산업부는 한전의 전기요금 변동안을 검토하고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를 거친 뒤 21일 요금 인상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어떻게 할까요. 상황은 지난 2분기때와 지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원가는 올랐고 코로나19 상황도 여전합니다. 동결해도 명분이 있고 인상해도 이유가 있습니다.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코로나 그리고 정치, 전기요금 인상 난항 예상

결과를 미리 점쳐볼 만한 방법이 없을까요. 하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개최하는 물가관계차관회의입니다.

지난 2분기 전기요금 동결에 앞서 정부는 3월19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2분기 공공요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3일 뒤인 3월22일 2분기 전기요금 동결발표가 나왔죠.

최근 열린 물가차관관계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확인해봤습니다. 지난 11일 열린 제15차 물가관계차관회의가 가장 최근입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는 공공요금에 대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요금 인상에 청신호일까요. 아닙니다. 지난 1일 열린 제14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이 차관은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은 전반적인 물가 상황을 보아가며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 상승했습니다. 9년1개월만에 최고치죠. 인상보다는 동결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대선도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공공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래저래 힘든 건 한전입니다. 이미 2분기 전기요금 동결로 연간기준 영업 적자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3분기 인상 가능성도 낮습니다. 혹시 올리더라도 코로나19 시국에 공공요금을 올렸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을 겁니다. 이 와중에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한전공대와 K-반도체벨트 등 한전이 투자해야 할 사업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전력업계와 각 언론 등은 3분기 전기요금 결정 과정을 이제 막 부임한 정승일 한전 사장의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자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는 3분기 얼마의 전기요금을 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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