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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사업 분할…삼성은 왜 안할까

  • 2021.07.06(화) 08:34

본업보다 커진 배터리 사업…분사로 이어져
SDI, 2014년 이미 배터리 사업 중심 개편

사진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SDI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부 분할 및 재상장을 예고하고 나서 시장의 관심을 끈다. 전기차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양사의 배터리 사업이 본업 대비 성장성이 폭발적인 까닭에 이같은 방식으로 사업 효율화 및 투자금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삼성SDI의 경우 수년 전 기존 디스플레이 사업을 이미 정리하고 배터리 전문 기업으로 거듭난 까닭에 LG나 SK처럼 분할·재상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보다 커진 배꼽 '배터리'

LG화학에서 지난해 말 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준비중이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재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자사 사업 전략 등을 안팎에 알리는 행사인 '스토리 데이'에서 배터리 사업을 분할 및 재상장하고, 본사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 분할 및 재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일단 사업성이 뛰어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SK의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5263억원으로 전년 2888억원에서 약 80% 증가했다. 영업손익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공장 증설 등 투자에 따른 것이어서 이른바 '성장을 위해 계획된 적자'라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α' 에 달한다고 했다. 130조원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1테라와트 이상을 수주한 곳은 글로벌 상위 2개사 정도"라고 했다. 업계는 중국 외 시장에서 세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수주 규모 정도만 이를 앞서는 수준으로 추정한다.

아울러 전기차 배터리 시장 자체도 장기적 성장이 예고됐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850만대였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2025년에는 2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의 주력인 정유 사업은 여전히 튼튼한 사업이지만, 주요국에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는 탓에 장기적 전망이 밝은 사업이라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외적 변수에도 대단히 취약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대유행한 지난해가 특히 그랬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1분기 적자는 무려 1조7000억원이 넘었는데 이 가운데 1조6000억원 정도가 석유 사업에서 발생했다.

스토리 데이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각 사업에 대한 이같은 시각이 드러났다. 이 회사는 배터리 사업 분할에 대해선 "성장을 위해서는 리소스(자원)가 필요하다"며 "분사보다는 IPO(기업공개, 상장) 시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최대한 인정 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또 "2025년 배터리 사업 매출액이 15조~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나 석유 사업은 유가에 연동돼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제마진이 회복되는 시점도 올해 말 혹은 이후로 예상했다.

LG화학의 기존 주력 석유화학 사업 매출액도 경기에 따라 휘청인다. 2018년 17조원 규모였던 석유화학 사업 매출액은 코로나19를 겪은 2020년 14조3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자금 필요할텐데…삼성은 왜 안 할까?

실제로 국내 배터리 사업자들은 증가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증설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법인 설립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미국 제2합작공장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현대차와의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SK)’를 설립해 총 6조원을 합작할 계획이다. 배터리 3사는 유럽에서도 공장 증설에 조 단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까닭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IPO도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로 검토된다는 얘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초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전기차 등 시장 수요 확대에 따른 시설투자 자금 확충 등에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지속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PO뿐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도 자금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LG의 경우 LG화학 주도로 채권을 잇따라 발행해 배터리 사업 투자금 유치에 나섰다. 이 회사가 올 상반기 발행한 채권 규모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과 나눠 보유하던 중국 자회사 지분을 정리하면서 5050억원 가량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한편, 시장에선 배터리 사업자들의 분할과 재상장으로 인해 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기존 상장사의 기업가치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SK이노도 이같은 전망을 언급하면서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규 사업 개발을 강화해 이를 넘어서는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부 분할과 재상장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는 수년 전에 배터리 사업자로 이미 변모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지난 2009년 출범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현 삼성디스플레이)에 AMOLED 사업과 인력을 넘기고, 2014년에는 PDP 사업도 정리하면서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배터리 기업으로 전환했다.

실제 작년 기준 전지사업은 삼성SDI 전체 매출액의 80%에 달하는 주력 사업이다. 2015년 3조3104억원 규모였던 이 회사 전지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8조7288억원을 찍었다. 나머지 20%는 전자재료 사업이다. 여기엔 편광필름, 반도체 소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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