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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배터리 회사 이름엔 배터리가 없다

  • 2021.06.29(화) 11:17

'TV시대' 디스플레이 주력이었던 삼성SDI
불확실성 속 '혁신' 뜻 담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느낌 가장 가까운 LG에너지솔루션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퀴즈 하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톱6에 국내 기업 3곳이나 진입한 산업 분야는?

정답은 바로! 전기차 배터리입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5위, SK이노베이션은 6위였습니다. 게다가 자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삼는 중국 기업들을 제외하면 LG는 세계 1위이고, 삼성과 SK는 각각 3위, 5위 수준으로 올라서지요.

이게 무슨 태권도도 아닌데, 국내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까닭에 'K-배터리'란 말도 나옵니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K-배터리의 생산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GM이나 포드 같은 미국 대표급 완성차 기업들이 한국 배터리 회사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정도죠.

그런데 독자 여러분 중에 K-배터리를 관심 있게 지켜본 분들이라면, 왜 배터리 기업 이름에 배터리가 없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신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배터리와 별로 상관 없어 보이잖아요. 그래서 왜 이런지 간단히 설명해드릴까 합니다.

원래는 디스플레이였어 '삼성SDI'

삼성SDI는 내달 1일이면 51살이 되는, 그러니까 하늘의 명을 깨닫는다는 지천명(知天命)이 넘은 회사예요. 하지만 50년여 전 탄생할 때 받은 하늘의 명은 지금처럼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어요. 1970년 창립할 때는 '삼성-NEC 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출범했습니다. 당시는 진공관과 브라운관 등의 제품을 생산했죠. 1974년에 사명을 '삼성전관공업주식회사'로 변경하고, 국내 전자부품 기업으로 성장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1984년에는 '공업'을 뺀 '삼성전관주식회사'로 사명을 또 변경했고, 컬러브라운관과 모니터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1990년대 삼성SDI는 말레이시아, 중국, 브라질 등 해외로 생산법인을 확대했습니다. 그러면서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LCD(액정표시장치), AM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이어지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삼성SDI라는 이름은 1999년 11월부터 쓰기 시작했는데요. 브라운관 중심의 사업 구조를 첨단 산업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시대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당시 새로운 사명을 발표할 때 S는 삼성(Samsung)을 뜻했고, D는 디스플레이(Display)와 디지털(Digital), I는 인터페이스(Interface)와 인터넷 콤포넌트(Internet Component)를 의미했습니다.

그럼 지금도 이런 의미일까요? 아니랍니다. 2010년 이후부터 SDI는 아무런 의미없이 '고유명사'로만 활용하고 있답니다. 삼성SDI가 2009년 출범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현 삼성디스플레이)에 AMOLED 사업과 인력을 넘기고 2014년에는 PDP 사업도 정리하면서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배터리 기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시작은 기름이었어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삼성SDI보다 나이가 조금 더 먹었습니다. 1962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정유회사 '대한석유공사'가 SK이노베이션의 시작인데요. 1980년 대한석유공사에서 '유공'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1980년대에 선경(SK)그룹이 유공을 인수했고, 1997년 'SK 주식회사'로 상호를 또 변경하죠. 

이 회사는 10년이 흐른 뒤 2007년에는 지주회사 SK주식회사와 사업회사 SK에너지 주식회사로 분할합니다. 그러다가 2011년에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또 바꿉니다. 영어 '이노베이션'의 뜻 그대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사명에 담았습니다. 석유 기반 사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뚫고 혁신과 변화를 통해 미래를 열겠다는 뜻이 담겼습니다. 

회사 이름에 혁신이란 추상도가 높은 의미가 담긴 만큼 이 회사의 변화 가능성은 계속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부문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따로 상장시켰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도 분사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죠. 기존 석유 사업이 탄탄하고, 배터리는 성장성이 기대되니까요. 지난 1분기만 해도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전년의 1조6000억원대 적자에서 4100억원 수준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작년엔 코로나19 영향이 심각했는데, 정상으로 회귀하고 있지요. 특히 배터리 사업은 분기 매출액이 5200억원이 넘었는데요. 전년대비 80%나 증가한 것입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에너지의 솔루션 'LG'그나마 배터리와 관련 있어 보이는 사명을 가진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네요.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이름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기업'을 뜻한다고 합니다. 작년 12월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면서 확정한 이름입니다.

분할 전 내부에서는 'LG배터리'라는 더욱 직설적인 이름을 쓰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배터리를 직관적으로 연상시키면서도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거나 다른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개발해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쪽으로 결정됐다고 하네요.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사업도 이것저것 하는 게 아니라 배터리만 합니다. 그러니 이름은 물론이고 정체성도 3사 가운데 가장 뚜렷하죠. 출범 당시 LG는 2024년 매출액 30조원을 넘겨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고 했는데요. 출범 이후 첫 분기인 지난 1분기 매출액만 4조2500억원에 달했습니다.

물론 LG에너지솔루션도 LG화학에서 분리되기 전을 돌아보면 타사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변화를 해왔습니다. LG화학의 연혁을 보면 1947년 창립한 락희화학공업사가 시작이라고 합니다. 이를 토대로 보면 나이는 3사 가운데 가장 많네요. 이어 1974년 '럭키'로 이름을 바꿨고, LG화학이란 이름은 1995년부터 썼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국내 배터리 3사 말고 다른 나라 기업들의 이름은 어떨까요? 수위권에 있는 기업들 중 일본 파나소닉(panasonic)은 모든(pan) 소리(sonic)를 담은 이름에서 과거 오디오 기업으로 크게 성장한 역사를 엿볼 수 있고요. 세계 1위 CATL은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imited(중국명 寧德時大, 닝더스다이)'인데요. 'Contemporary'는 '당대의'라는 뜻이고, 'Amperex'는 전류의 단위 암페어와 뛰어나다는 뜻의 'excellent'를 합친 말이라고 합니다. 8위에 있는 AESC는 'Automotive Energy Supply Corporation' 등이 풀네임입니다. 배터리는 7위에 있는 CALB(China Aviation Lithium Battery Technology)에서나 볼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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