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예년보다 한 달 빨리 대표이사 인사를 발표하며 1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내년 준비의 스타트를 끊었다. 올 상반기 계열사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한 만큼, 미래사업 활성화와 지배구조 안정화를 빠르게 추진해 내년에는 재무건전성까지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26일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케미칼·큐셀부문 △한화종합화학 △한화저축은행 등 5개 계열사 신임 대표이사 인사를 발표했다.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빠른 깜짝 인사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취지다. 신임 대표이사 체제하에 새로운 최적의 조직을 구성, 내년 사업 전략 수립에 선제적으로 돌입한다는 전략이다. ▷관련기사: 한화가 한 달 빨리 사장단 인사 단행한 이유(8월26일)
특히 한화그룹은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면서, 향후 성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6174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 영업이익(7978억원)보다 배 이상 많고,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인 1조5820억원도 뛰어넘은 수준이다.
이는 ㈜한화의 자체사업을 포함해 한화시스템 등 주요 자회사가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달성한 덕이었다. ㈜한화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건설 △한화호텔&리조트 △한화생명 등의 계열사를 연결실적으로 반영한다. 계열사 중 상장사는 ㈜한화를 포함해 △한화솔루션 △한화큐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등 총 7곳이다.
㈜한화의 비금융 계열사 중 성장세가 가장 강했던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올 상반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액은 2조89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8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734억원) 대비 2.7배로 늘었다. 군수와 민수사업 전반에 걸쳐 수익성이 개선되며 호실적을 달성했다.
항공엔진 사업 중심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방산) △한화시스템(IT·방산) △한화정밀기계(정밀·공작기계) △한화파워시스템(에너지) △한화테크윈(시큐리티) 등 5개의 자회사를 뒀다. 한화그룹 내 방산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한화가 최근 힘주고 있는 우주사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그룹 우주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하고, 이를 이끌 팀장으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선임했다.
한화솔루션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475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9% 늘었다. 매출액 역시 23.2% 증가한 5조1818억원을 시현했다. 특히 지난 2분기 매출액은 2조7775억원, 영업이익은 2211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였다.
사업별로 보면 신사업인 큐셀 부문은 태양광 모듈 판매 사업에서 웨이퍼 등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급등해 적자를 기록했다. 큐셀 부문 2분기 매출은 742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5.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46억원이었다.
실적 개선이 가능했던 건 기존 주력 케미칼 부문 덕이었다. 저가 원료 투입 효과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산업용 자재 수요가 늘었다. 지난 2분기 케미칼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0.7% 늘어난 1조3331억원, 영업이익은 215.7% 증가한 2930억원이었다.
㈜한화의 자체 사업 역시 선방했다. 올해 상반기 ㈜한화의 영업이익은 92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2.6% 증가했다. 다만 매출액은 1.4% 감소한 1조8969억원이었다.
한화는 방산, 기계, 글로벌 부문에서 자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감소했던 장비 수요가 점차 증가하면서 제조 분야의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사측 설명이다. 글로벌 부문도 석유에너지 사업 호조에 따라 실적이 개선됐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방산, 기계부문의 해외매출 증가와 글로벌 부문의 석유 제품 마진 개선에 따라 ㈜한화 자체사업부문의 실적이 턴어라운드했다"며 "하반기 역시 방산 부문 실적 개선과 한화건설 실적 회복 영향으로 견조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