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대체로 부진했다. 이번엔 삼성만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보다는 소형전지 사업 위주로 재미를 봤다.
업계는 전반적으로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을 받았다. '맏형' LG엔솔의 경우 배터리 안전성 문제 탓에 리콜 부담까지 떠안았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자회사 SK온)은 성장세는 보이고 있지만 가장 처지는 규모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도 반도체 대란 영향권
지난 3분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는 '에너지 및 기타' 부문) 매출액은 7조5847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전년동기(6조135억원) 대비 26.1%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영업손익 합계는 -269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83억원이었는데, 리콜 충당금을 반영한 LG엔솔이 적자로 돌아서며 이같이 부진한 수익성을 보였다.
실적이 가장 좋았던 회사는 삼성SDI였다. 배터리 사업을 포함하는 '에너지 및 기타' 사업 매출액은 2조740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6%나 증가한 2018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호실적은 전기차 배터리 비중이 큰 중대형 전지 사업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삼성SDI는 제품 규격으로 분류한 사업들의 구체적 실적 규모를 밝히진 않았으나, 중대형 전지 사업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라 수요 감소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소형 전지 사업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소형 전지에 해당하는 원통형 전지는 전기차와 전기 자전거 등 모빌리티 중심으로 매출액이 증가했고, 파우치형 전지는 주요 고객의 신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용 판매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회사 원통형 전지 매출액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소형 전지 실적에서도 전기차보다는 다른 영역,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에 신작 스마트폰을 출시한 영향이 상당했다는 얘기다.
LG엔솔, 리콜에 적자전환…SK이노도 '적자지속'
업계 맏형 LG에너지솔루션 매출액은 전년보다 28% 늘어난 4조274억원이었다. 삼성과 SK의 배터리사업을 합친 것보다 큰 덩치다. 그러나 영업손실 37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영업이익 1690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적자 전환은 미국 완성차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관련 리콜 충당금 6200억원이 추가로 반영된 탓이다. 이 회사 또한 반도체 쇼티지에 따른 전기차 판매량 감소 영향을 받았다. 다만 정보기술(IT) 기기용 원통형 전지의 견조한 수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LG엔솔도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가 있으나, 파우치형이 전기차 부문의 주력이다.
지난달 초 SK이노베이션에서 자회사로 분리(물적분할)한 SK온의 경우 중국 신규 공장 가동 효과로 매출액이 전년보다 68%나 증가한 8168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부터 중국 후이저우(惠州)와 옌청(鹽城)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했다. 사업규모가 LG나 삼성과 비교해 각각 5분의 1, 4분의 1에 지나지 않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다만 이 회사도 영업손실이 987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중국 신규공장 양산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연구개발비 등 판관비 증가에 따라 영업손실이 소폭 늘어났다"며 "내년 BEP(손익분기점)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배터리 3사, 반도체 쇼티지 "단기 악재일 뿐"(11월5일)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