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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딜', 왜 '좌초'됐나?

  • 2022.01.14(금) 15:57

EU, 한국조선-대우조선 결합 불승인
"점유율 60% 넘는 LNG선, 가격 오른다"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시장 독점 우려로 두 기업 합병에 제동을 걸면서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번 EU의 결정에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히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 관련기사: 3년째 헛도는 '조선 빅딜'…LNG선 독과점 어찌할꼬(12월 8일)

조선업 빅3 체제(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를 빅2로 개편해 국내 조선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던 정부의 계획도 어그러졌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번 EU의 기업결합 불승인에 따라 또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서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독과점 우려…LNG선 가격 오른다"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13일(현지시간) EU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기업결합을 추진한 이후 △카자흐스탄(2019년10월) △싱가포르(2020년8월) △중국(2020년12월) 등 3개국으로부터 기업 결합을 승인을 받았지만, EU의 문턱을 넘진 못했다.

EU가 이번 합병을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독과점 우려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집행위원회 위원은 이날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두 기업의 합병은 대형 LNG선 시장에서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이 독점 상황을 해결할 만한 뚜렷한 대안들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병으로 인해 LNG선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U에 따르면 현재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분야에서 최소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EU는 "LNG 분야에서 두 기업을 제외한 대형 경쟁사는 오직 하나뿐"이라며 "이 3위 기업도 독과점 우려를 해소할 만한 대안으로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4위 기업의 경우 글로벌 시장이 아닌 내수 중심의 LNG선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글로벌 조선사들의 LNG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이유도 들었다. 고난도 건조 기술력이 요구되는 LNG선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이외 기업이 이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EU는 "LNG선을 건조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고난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며 "이러한 이유로 LNG 시장에 엑시트(탈출)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곤 있지만,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은 없어 고객들의 수주 선택 폭이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측은 심사 과정에서 EU 측에 △LNG선 가격 인상 제한 △건조 기술 일부 이전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EU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이번 EU의 결정으로 3년간 끌어온 조선 빅딜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본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선결조건이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었다"며 "EU의 이번 결정으로 나머지 경쟁당국(한국, 일본)의 승인 여부는 상관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번 EU의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EU의 기업 결합 불승인 결정 직후, 한국조선해양은 입장문을 통해 "조선 시장은 단순히 기존의 시장 점유율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EU에 2년간 설명해왔다"며 "이번 불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은 EU 법원 등을 통해 시정요구를 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단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EU의 결정을 뒤집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U 법원 등에 행정적 절차를 신청하고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EU의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며 "사실상 두 기업의 결합이 무산됐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말했다. 

산은, 또 주인 찾기

정부 역시 이번 EU의 불승인 결정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국내 조선업을 빅2 체제로 개편해 장기 침체를 겪던 조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EU의 결정으로 '플랜 B'를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보유한 산업은행 측은 다시 관리체제로 전환하고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단 계획이다.

다만 최근 조선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새 주인 찾기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인수 합병 추진 당시에는 장기침체로 수주 절벽과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했지만 작년부터 글로벌 경제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선박 발주량이 늘어나는 등 조선업황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런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이 정상적으로 수주·조업을 할 수 있도록 연 35억달러 규모의 RG(선수금보증) 등 기존 금융 지원을 올해 말까지 연장해줬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선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통해 산업은행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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