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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헛도는 '조선 빅딜'…LNG선 독과점 어찌할꼬

  • 2021.12.08(수) 10:42

한국조선-대우조선 M&A 제자리걸음
한국·EU 기업결합 심사 문턱 못넘어
'점유율 70%' 넘는 LNG선에 발목

"6개월 만에 끝내겠다"다던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3년째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지역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다. 최근 심사가 재개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이 나는 데는 해를 넘길 전망이다. 일각에선 계속된 난항에 기업결합무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플랜D까지 고민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3년간 과정 되짚어보니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조선 빅딜'은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1월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지분(55.7%) 전량을 현대중공업지주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대주주로 2015년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해 공적자금 7조원을 넘게 투입해왔다.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은은 그해 3월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본계약은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현대중공업지주의 조선부문지주사(현 한국조선해양)에 출자하고 조선부문지주사가 발행한 신주를 지급받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조선부문지주사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그해 6월 한국조선해양이 설립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준비가 이뤄졌다. 현대중공업을 사업부문과 지주사부문으로 물적분할하면서 과거 '현대중공업지주→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구조를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구조로 바꾸는 과정이다. 

지배구조를 개편한 이후,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은은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기업결합심사 대상 국가는 △한국 △EU △일본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 6개국이다. 현재 승인을 해준 국가는 △카자흐스탄(2019년10월) △싱가포르(2020년8월) △중국(2020년12월) 등 3개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합심사 초기부터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의 승인은 비교적 쉽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가장 넘어야 할 큰 산은 EU와 한국이다. 일본은 EU의 결정을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가장 중요한 두 곳의 심사가 계속 미뤄지고 있으니 3년째 제자리걸음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EU 심사 미뤄지는 이유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작년 7월 심사를 일시 유예한 이후 1년4개월만이다. EU 집행위는 2019년 12월 기업결합 심사를 처음으로 개시한 이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을 이유로 심사를 세차례 유예했다. EU 집행위는 내년 1월 20일까지 심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도 최근 심사 작업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2일 현대중공업지주와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 관련 전원 회의를 개최하기로 계획한 상태다. 다만 EU 집행위의 결정이 날 때까지 최종 결정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이 연내 심사 추진 의사를 밝힌 만큼 최대한 빠르게 결정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U 집행위와 공정위는 LNG선의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로 LNG선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EU 집행위와 공정위는 한국조선해양이 선가를 높게 부를까 우려 중"이라며 "특히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이 유럽 기업이기 때문에 현지 경쟁 당국에선 더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집행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 집행위는 LNG선 사업 일부 매각 등을 현대중공업지주 측에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빅딜을 통해 LNG선 시너지 효과를 바라는 현대중공업지주 입장에선 EU 측의 'LNG 사업 일부 매각' 조건부 승인에 대해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며 "절충안으로 현대중공업지주가 EU 측에 일정 기간 LNG선 가격 동결, LNG선 기술 이전 등 협상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플랜 D까지 고민"

/사진=산업은행 제공

기업결합심사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산은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는건 마찬가지다. EU 집행위가 'LNG선 사업 일부 매각'이라는 조건부 승인을 내릴 수 있는 만큼 기업결합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LNG선 시장에서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계획이 틀어지면 인수 자체를 철회할 수 있다. 산은은 EU 집행위의 결정을 기다려보자면서도 기업결합 불발을 대비하기 위한 구상도 짜겠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30일 진행된 '온라인 브리핑'에서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의 기업결합 무산 가능성을 묻는 물음에 "현재 플랜D까지 고민 중"이라며 "무산 시에는 이해관계자와 긴밀하게 협의해 후속 조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는 성공을 위해 마지막까지 중요한 시기니 내년 1월(EU 집행위 결정 시기)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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