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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호황 때 다가올 위기 대비할 수 있을까

  • 2022.08.26(금) 16:46

수주 낭보에 조선업, 호황기 진입
"조선 산업 구조 개편 지금이 기회"

조선업은 산업 특성상 호황과 불황이 길게 반복되는 업종이다. 호황기엔 선박 발주가 몰리지만 불황기엔 일감이 없다. 선박 수명이 긴 만큼 호황과 불황의 주기도 10~20년 사이로 반복된다. 업계에선 2010~2020년 불황기를 거쳐 2021년부터 다시 호황기에 진입했다고 본다.

하지만 호황기에 진입한 국내 조선업계의 표정은 마냥 밝지 못하다. 이미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향후 3~4년치 일감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해결해야할 문제도 적지 않아서다.

현재 국내 조선업이 떠안은 가장 큰 과제는 조선 산업 구조 개편이다. 과거 정부가 직접 나서 조선 빅딜을 추진했지만 유럽연합(EU)의 반대에 결국 무산되면서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호황기에 진입한 지금이 "조선 산업 구조 개편의 기회"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전 호황 때 해결 못한 게 지금 발목"

정부는 조선업이 불황을 겪던 2019년 조선 산업 재편을 추진했다. 국내 조선업계 간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줄여 조선업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단 취지였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 당시 조선 3사는 저가 수주 경쟁에 서로 공멸할 위기에 빠져 있었다"며 "조선업 호황기에 진입한 현재도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당시 저가로 수주했던 선박이 실적에 반영되고 있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시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추진했다. 민간기업 한국조선해양이 산업은행 체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기존 빅3체제에서 빅2 체제로 재편하겠단 구상이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시장 독점 우려로 두 기업 합병에 제동을 걸면서 무산됐다. ▷ 관련기사: '조선 빅딜', 왜 '좌초'됐나?(1월14일)

결국 정부 주도의 조선 빅딜이 좌초되면서 산업 구조 개편은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조선업이 다시 불황기에 진입하면 조선 3사 간 저가 수주 경쟁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합병은 어느 한 기업만 생존하는 취지가 아니였다"며 "현재는 (호황기에 진입해) 괜찮지만 다시 불황이 다가오면 조선 3사는 서로 저가 수주 출혈경쟁으로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호황기에 진입한 지금이 산업 구조 개편을 위한 적기라고 본다. 다시 찾아올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조선업 호황이었던 2000년대 초반에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며 "하지만 당시 업황이 좋다보니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이었던 산은이 매각을 망설였고 결국 현재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조선업이 다시 호황기에 진입한 상황인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구조 재편을 위해 정부나 산업은행 측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법 다르지만… 관건은 대우조선해양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조선산업 구조 개편의 중심은 대우조선해양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두고 통매각, 분리매각,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부터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7조원이 넘는다.

업계에선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론 합병을 꼽는다. 조선업 빅3 체제(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를 빅2로 개편하면 국내 조선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단 판단에서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된 만큼 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김영훈 교수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조선 3사에서 2사로 개편되는게 맞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이 문제를 인위적으로 진행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합병에 대한 것은) 다소 시간을 두고 접근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쪼개 분리매각을 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덩치가 큰 대우조선해양을 통매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선소 내 야드 구조상 분리가 어려운데다 특수선과 상선이 서로 보완해서 운영하는 구조라 공정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그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방산(특수선) 부문은 군사보안 문제와 국가 기간 산업으로 분류되면서 해외 기업에 매각하는게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남은 상선 부문 역시 재무건전성 등을 이유로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와는 별개로 3사 공존 체제를 유지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신 조선업 호·불황 시기에 맞춰 유동적으로 생산 설비를 가동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조선업은 호황일 때는 3사, 불황일 때는 2사 유지가 가장 좋다"며 "하지만 사이클에 따라 기업 수를 줄일 수 없으니 2.5사로 유지하는게 그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5사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황일 때 그 생산 규모를 다운사이징(규모 축소)하자는 것"이라면서 "현재 한국조선해양이 2017년 문을 닫은 군산조선소를 오는 1월 다시 재개할 계획인데 이처럼 유동적으로 조선소를 운영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또 "다만 이 다운사이징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시기에 정부가 어떻게 조선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줄 것인가에 대한 것은 고민해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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