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 3사가 연초 설정한 수주 목표액을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일감을 다 채운 데다 삼성중공업 역시 목표 수주액의 80%를 넘게 달성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선가가 꾸준히 오름세인 것도 고무적이다. 신규 선박 가격을 나타내는 신조선가 지수는 22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조선 3사는 그간 실적 개선을 발목 잡던 저가 수주 선박 대부분을 인도하면서 흑자 전환을 목전에 둔 상태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3분기 흑자 전환이 유력하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적자폭을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3사 중 2곳 이미 목표 초과 달성
올초부터 이달 12일까지 조선 3사의 합산 신규 수주액은 총 384억2000만달러(55조213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합산 연간 목표 수주액 351억4000만달러(50조3800억원)의 109.3% 해당되는 수준이다.
다만 조선 3사 간 세부적 실적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수주 실적, 목표 달성률 등으로 봤을 때 가장 앞선 곳은 한국조선해양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총 183척을 수주하며 누적 수주액 218억2000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올 초 제시한 연간 목표 수주액(174억4000만달러)을 이미 초과 달성했다.
목표치를 넘어선 이후도 수주 낭보는 계속 들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5일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와 1만7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 미국 엑셀러레이트에너지와 LNG-FSRU 1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수주액만 한화 2조10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도 연초 세운 연간 수주 목표를 이미 채웠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총 94억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 수주액인 89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7년 만에 연간 목표 수주액을 채운데 이어 올해 역시 목표치를 조기 달성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까지 LNG운반선 34척, 컨테이너선 6척 등 총 42척을 수주했다"며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3사중 아직 연간 목표 수주액을 채우지 못한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1~10월 총 37척(LNG 운반선 25척, 컨테이너선 9척)을 수주하며 72억달러의 연간 수주액을 기록중이다. 이는 연간 목표치(88억달러)의 82%에 달한다.
업계에선 수주 계약이 4분기에 몰리는 조선업 특성을 고려해 삼성중공업도 연간 수주 목표를 조만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삼성중공업까지 목표 수주액을 달성하면 조선3사는 2년 연속 수주 목표를 동시에 초과 달성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조선 시황이 본격 개선되면서 조선3사가 8년 만에 목표 수주액을 동시 달성했다"며 "삼성중공업이 올해 연간 수주액을 다 채우면 이 기록을 2년 연속 이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호황 만큼은 아니지만…
선박 주문이 계속되자 선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9월 162.27포인트를 기록하며 전년동월대비 13.15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22개월 연속 상승이자 13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특히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이자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의 선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LNG운반선의 기준 가격은 2억44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20.8%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선박 발주가 계속되면서 선가가 꾸준히 오르는 중"이라며 "다만 초호황을 누렸던 2008년(당시 신조선가지수가 190포인트)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조선가가 당분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선박 수요 교체 시기가 도래한데다 환경 규제로 친환경 선박으로 분류되는 LNG 선박의 수요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3년까지 종합 신조선가지수가 172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LNG선에 대한 공급 부족 상황과 최악의 시황을 지나 턴어라운드 중인 탱커(액체화물운반선)가 (신조선가의)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주요 조선소들은 이미 3년 정도 일감을 확보해 무리한 수주 경쟁에 참여할 필요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컨테이너선, 벌크선의 신조선가가 하락하더라도 종합 신조선가지수는 166포인트까지 추가 상승할 여력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한조양, 3Q 흑자 전환 예상…나머진?
그간 적자 늪에 빠졌던 조선 3사의 실적도 본격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3분기 흑자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09억원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작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적자가 지속돼왔다. 이 기간 동안 쌓인 적자만 1조35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적자 폭을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하는 대우조선해양의 올 3분기 영업손실은 305억원이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와 2분기 각각 4701억원, 9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대우조선해양의 흑자 전환 시기는 내년 1분기다.
삼성중공업은 올 3분기 8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분기와 비교했을 때 적자폭을 1727억원 줄이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