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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사, 부채비율 증가에도 웃는 이유

  • 2023.05.29(월) 15:00

선주로부터 미리 받은 돈 부채로 인식
조선 3사, 계약 부채 2~4배 증가

/그래픽=비즈워치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업계의 부채비율이 수주 절벽 막바지 시기였던 2020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부채비율 증가는 안좋은 지표이지만 조선사의 부채비율 증가는 수주 훈풍과 일부 연관이 있다. 선박 제조 과정에서 선주들로부터 미리 지급받은 계약금(계약부채)을 회계상 부채로 분류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의 지난 1분기 계약부채는 2020년말 대비 2.4~4배 증가했다. 

계약부채 2.4~4배 증가

계약부채는 계약 상대와 물건을 지급하기로 계약을 맺고 미리 받은 돈을 말한다. 조선사의 계약 상대는 선주, 물건은 선박에 해당한다. 

선주들로부터 미리 받은 돈이지만 회계 장부에는 부채로 분류한다. 계약금을 받은 조선사 입장에선 선박을 선주들에게 인도해야 하는 의무가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회계상 부채의 정의는 '기업이 향후 이행해야 할 의무가 발생'할 경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계약부채는 수주 기간 동안 들어온 현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공정이 단계별로 완료된 경우 이에 해당하는 계약부채는 감소하게 되고 그 감소분은 매출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조선사는 약 2년이 소요되는 선박 건조 기간 동안 수주 대금을 다섯차례 나눠받는다. 수주 대금은 통상 초기엔 적게, 인도 시점에 많이 받는다. 업계에선 이 같은 계약 방식을 '헤비테일'(Heavy-Tail)이라고 부른다. 

조선업이 불황인 시기엔 초기 수주 대금 규모가 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선주들이 초기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더욱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주 훈풍에 초기 수주 대금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호황일 때 조선사의 협상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초기 받는 수주 대금이 증가한다"며 "초기에 받는 대금이 많을수록 선박 제조를 위해 조달하는 차입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과거 불황시기 다섯번 나눠받는 수주 대금을 10:10:10:10:60 비율로 받았다"며 "하지만 최근 제일 초기에 받는 수주 대금 비중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조선3사 중 계약부채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곳은 HD한국조선해양이다. 이 회사의 1분기 계약부채(선수금 포함)는 8조6274억원을 기록했다. 수주가 바닥을 찍던 2020년말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했다. 부채 총계에서 계약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7.5%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계약부채 규모가 두번째로 큰 곳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의 지난 1분기 계약부채는 4조6625억원으로 2020년말 대비 3.7배 증가했다. 다만 작년말과 비교하면 0.4% 소폭 감소했다. 부채 총계에서 계약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39.9%로 2020년말 대비 20.6%포인트(p) 증가했다. 

삼성중공업도 계약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계약부채는 4조2131억원으로 2020년말 대비 2.4배 증가했다. 계약부채 비중은 38.5%로 2020년 말 대비 19.7%p 증가했다. 

부채비율 늘어난 또다른 이유

계약부채 증가는 부채비율(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비율)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친다. 계약부채가 증가할수록 부채의 전체 규모(부채총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조선사들의 부채비율은 2020년말 대비 증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지난 1분기말 부채비율은 148.2%로 2020년말 대비 45%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 1분기 부채비율은 293.8%로 2020년말 대비 46.3%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부채 비율 증가 요인에는 다른 원인도 있다. 실적 악화로 인한 자본총계 감소로 부채비율이 높아진 부분도 있다. 2021~2022년은 과거 저가 수주 실적이 본격 반영된 시기로 조선 3사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조선 3사 중 자본총계가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한화오션이다.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기준 자본총계는 6291억원으로 2020년 말대비 83.7% 감소했다. 결손금 누적으로 자본총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뛴 영향이다. 한화오션의 지난 1분기 부채비율은 1858.2%로 2020년말대비 1691.4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한화오션의 오는 2분기 부채비율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3일 한화그룹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가 최종 마무리되면서다.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 규모가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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