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헬스케어가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해당 중소기업은 알고케어라는 벤처회사인데요. 알고케어는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변호사 출신인 정지원 대표가 약학·의학·기계공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과 의기투합해 지난 2019년 11월 설립한 회사입니다.
알고케어는 올해 CES에서 개인의 실시간 몸 상태에 맞춘 초정밀 영양조합이 가능한 '알고케어 뉴트리션 엔진'을 공개했습니다. 실시간 건강상태를 체크해 필요한 영양조합을 파악한 후 개인별 맞춤 영양제를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올해를 포함해 3년 연속으로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하기도 했죠.
롯데헬스케어도 올해 CES에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선보였는데요. 알고케어 측은 롯데헬스케어가 자사의 사업 모델을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직접 CES에서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를 취재해본 경험을 토대로 두 회사 플랫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 번 살펴봤습니다.
롯데헬스케어의 '캐즐'과 알고케어의 '알고케어 뉴트리션 엔진'은 기본적으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질문, 문항 등 선택지를 고르면 디스펜서(기기)에서 맞춤형 영양제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유사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선택지를 고르는 단계에서 캐즐은 개인의 성향과 관련한 3개의 질문이 이어졌고 질문마다 2개 선택지 중에 1개를 고르는 식이었습니다. 반면 알고케어 뉴트리션 엔진은 현재 건강상태를 다수 체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두 플랫폼 모두 개인 성향 및 건강상태를 측정한 결과에 따라 디스펜서에서 맞춤형 영양제가 나오는데요. 여기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롯데헬스케어의 '캐즐' 디스펜서에는 관리자가 직접 영양제를 수동으로 부어 넣어야 하지만, 알고케어의 '뉴트리션 엔진'은 영양제가 카트리지에 실링된 채 제공돼 통째로 디스펜서에 넣으면 됩니다.
특히 캐즐은 시중에 출시한 영양제를 도입할 예정으로, 구체적으로 회사 및 제품을 아직 선정하지 못한 상태이며, 알고케어는 자체 개발한 작은 알갱이 형태의 초소형 영양제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사업모델은 유사하지만 세부적인 시스템 운용방식은 다릅니다.
알고케어 측은 1년 전 롯데헬스케어가 자사의 제품 도입 의사를 전하면서 사업모델을 공유했었다고 하는데요. 자사와 롯데헬스케어의 사업모델이 '개인 맞춤 건강관리 서비스'라는 점과 디스펜서의 구조가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사업모델을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로 내세운 곳은 많습니다. 불면증이나 비만, 당뇨 등을 관리해주는 모바일 앱들이 이미 시장에 나오기도 했고요.
이번 롯데헬스케어의 기술 도용 여부의 핵심은 영양제 '디스펜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디스펜서의 운용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내부 구조는 매우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디스펜서 내에 여러 슬롯의 카트리지를 위에서 아래로 꽂아놓는 구조와 카트리지의 결합유닛 장치 구조 및 원리 등이 비슷한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알고케어는 카트리지 및 디스펜서에 대해 이미 특허 출원을 한 상태고요.
여기에 중소벤처기업부까지 가세했는데요. 중기부는 "롯데헬스케어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논란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고 지원하겠다"며 "디지털 포렌식, 버무 지원 등 가용한 조치를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헬스케어의 캐즐은 오는 8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요. 사업을 본격 가동하기 전에 기술탈취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