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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포스코 부스'가 다시 떠오른 이유

  • 2023.01.28(토) 10:20

[주간유통]스타트업 기술탈취 논란 롯데헬스케어
'소탐대실' 안돼…불리한 여론 뒤집을지 주목

이달 초 찾은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만난 포스코 관계자는 집요했다. 포스코가 마련한 전시물을 기자에게 하나라도 더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 3200여개 기업이 참여한 CES의 전시 기간은 딱 나흘뿐.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도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을 뿌리치긴 어려웠다. 무엇보다 자기 회사의 일도 아닌 것을 마치 자기 일처럼 하는 모습에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철강 기업 포스코가 CES에 내세운 것은 포스코의 것이 아니다. 포스코가 미국 CES에 차린 무대의 주인공은 포스코가 투자 발굴한 벤처기업 19곳이다. 꿈의 신소재인 그래핀을 활용해 빵이 구워지는 것이 그대로 보이는 투명 토스터를 선보인 그래핀스퀘어,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NFT(대체 불가능 토큰)로 만들어주는 루트라, 강아지 코와 고양이 비문으로 반려동물 생체인식이 가능한 펫나우 등이다.

결국 30분 정도 포스코 부스에 머물겠다는 기자의 계획은 어그러졌다. 1시간 30분가량 머물며 9곳의 벤처를 둘러봤다. 벤처인들의 전한 말 속엔 사업에 대한 진심이 담겼다. "사라져가는 사진 한 장의 가치를 되살려보고 싶다"던 선종엽 루트라 대표, CES에서 "우리가 가는 길이 괜찮은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던 정운룡 마이다스H&T CTO(포항공대 교수) 등 순수하면서도 저돌적인 진심이었다.

척박한 벤처 시장에서 진심이 움튼 것은 포스코가 조성한 '생태계' 덕분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 포스텍을 중심으로 벤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며 "기초과학의 활용과 글로벌 진출까지 창업 전주기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20여곳의 벤처가 벤처 생태계인 포항으로 본사나 연구소, 공장을 옮겼다. 그는 "벤처 지원이 예전엔 단순 사회공헌활동이었지만 지금은 포스코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며 "좋은 벤처는 포스코가 직접 투자해 자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 포스코 관계자의 말이 다시 떠오른 것은 롯데헬스케어의 스타트업 기술탈취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헬스케어가 이번 CES에서 선보인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이 헬스케어 벤처인 알고케어의 '알고케어 뉴트리션 엔진'을 도용했다는 의혹이 논란의 핵심이다. 공교롭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비슷한 제품으로 CES 무대에 선 것이다.

롯데와 알고케어가 1년 전 사업협력을 위해 몇 차례 만났다는 점에 여론은 롯데에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아이디어를)탈취할 마음은 없으니 오해는 하지 말라”는 롯데 관계자의 녹취록까지 공개되자, "신사업 검토 때부터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 아이디어는 갖고 있었고, 디스펜서(정량 공급기)를 활용한 개념이 해외에선 일반적"이라는 해명은 변명처럼 들리고 있다.

결론을 지켜봐야겠지만,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롯데의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 스타트업 기술 논란을 딛고 롯데헬스케어의 '캐즐'이 상용화된 뒤 소위 대박이 날 수도 있다. 모든 긍정적인 상황을 가정해보더라도, 기업 생태계의 약자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탐대실하지 않기 위해선 나무보다 숲을 보는 시선이 필요할 때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는 롯데가 '좋은 벤처는 직접 투자해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포스코 관계자의 말을 새겼으면 한다.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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