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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혈당관리 기기, '요양비→의료비' 전환해야"

  • 2023.02.14(화) 08:53

김난희 대한당뇨병학회 교육이사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펌프 '요양비' 급여 적용 '지적'
"환자 부담 줄었지만 전문의 관리·교육 없이 판매 문제"

당뇨병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 중 하나다. 혈당관리만 잘 하면 삶에 큰 지장이 없지만, 적정 혈당을 유지하지 않으면 수많은 합병증을 유발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하지만 혈당관리에 소홀하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저혈당의 경우 식은땀과 떨림 등의 증상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합병증 주원인인 고혈당은 피로감, 목마름, 잦은 소변 등 증상이 경미해 혈당이 높은 상황임을 인지하기 어렵다. 

기존에 자가혈당측정기는 혈당을 확인하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스스로 손가락을 찔러 채혈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인슐린 주사기 역시 식사 후 또는 혈당이 높아졌을 때마다 1일 2~4회가량 주사를 직접 놔야 했다. 

이에 정부는 당뇨병 환자들이 효율적으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도록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인슐린자동주입기(인슐린펌프)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건강보험 급여가 '의료비'가 아닌 '요양비'로 분류되면서 해당 기기에 대한 교육이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난희 대한당뇨병학회 교육이사를 만나 당뇨병 환자에 있어 혈당관리의 중요성과 혈당기기의 현 급여체계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연속혈당측정기·인슐린펌프, 환자부담 줄었지만…

정부는 지난 2020년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고가였던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복부 피하지방에 센서를 부착하면 자동으로 혈당수치를 확인해주는 의료기기다. 기존 채혈 방식은 하루에도 수차례 채혈을 해야 했지만 연속혈당측정기는 한 번 장착하면 14일여간 혈당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김난희 대한당뇨병학회 교육이사. /사진=권미란 기자 rani19@

인슐린펌프는 피하지방에 꽂은 바늘을 통해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주입해주는 의료기기다. 두 혈당관리 기기는 건보 급여 적용으로 1형 일반 당뇨병 환자의 경우 70%를, 1형 차상위 당뇨병 환자의 경우 100%를 정부가 부담한다. 다만 최대 지원금액은 연속혈당측정기의 경우 3개월에 21만원, 인슐린펌프의 경우 5년 내 1개에 한 해 170만원만 지원받을 수 있다.

환자들의 비용부담이 줄어들면서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당 혈당관리 기기에 대한 사용법 등 교육과 관리의 허점이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김 이사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는 환자가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건강보험공단이 지정한 의료기기 회사 판매처에서 구입해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사용법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당뇨병 관리기기

기존 자가혈당측정기의 채혈침이나 검사지, 인슐린주사기 및 바늘과 인슐린펌프용 주사기 및 바늘 등 '당뇨병 소모성 재료'는 모두 건강보험 급여에서 '요양비'에 해당한다(인슐린은 의약품이어서 '약제비'로 분류). '당뇨병 소모성 재료'는 대부분 일회성 재료이고 사용과 관리가 어렵지 않다. 반면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등 '당뇨병 관리기기'는 사용법이 좀더 까다로워 전문의의 판독을 통한 관리와 교육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연속혈당측정기의 경우 인슐린 주입부위와 가까이 삽입해서는 안되며 측정 혈당에 따라 인슐린 투여량 조절이 필요하다. 인슐린펌프는 인슐린과 주삿바늘을 3~4일마다 교체해야 하고 이때 투여될 인슐린의 시간과 용량을 직접 설정해야 한다. 자칫 인슐린 투여가 과도할 경우 급성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김 이사는 "실제로 응급실에 저혈당 쇼크가 온 환자들이 많이 오는데 혈당관리를 잘 못해서 그런 것"이라며 "연속혈당측정기로 측정 및 기록한 혈당 데이터를 의료진이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인슐린펌프는 혈당수치에 따라 인슐립 주입용량을 계산해서 설정해야 하는 만큼 전문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핵심은 '교육'…당뇨병 교육 '수가 신설' 필요

김 교육이사는 '당뇨병 관리기기'의 현 급여체계를 자동차와 비교했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 운전학원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당뇨병 관리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당뇨병 교육팀원이 3개 분야 이상에서 교육자 자격증을 소지하고 정기적인 교육을 운영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당뇨병교육인증병원'을 자체 지정하고 있다. 

그는 "운전면허 없는 사람이 자동차 판매처에서 운전을 배우고 차량을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학회에서 자발적으로 무료교육도 하고 있지만 수가에 반영이 안되니 적극적으로 교육에 나서는 병원이나 의료진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육이사는 "1형 당뇨병은 1주일만 치료가 중단돼도 사망할 수 있는 만큼 희귀난치성 질환과 다름 없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당뇨병 중요성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뇨병 교육에 대한 수가를 신설하면 환자들에 대한 의료진의 당뇨병 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고 환자들의 당뇨병 관리 질이 높아지면 국민 건강증진과 함께 의료비 절감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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