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면서 관련 치료제 시장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잇따라 성과를 내며 당뇨 치료제 신약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당뇨병은 오랫동안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인 만큼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인 다양한 형태의 약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 국산 당뇨병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개발 중인 당뇨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늘리거나 복용이 편리한 방법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형태도 다양하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받은 국산 당뇨병 신약에는 LG화학의 '제미글로', 종근당의 '듀비에', 동아에스티의 '슈가논'이 있다.
동아에스티는 현재 슈가논에 이어 차세대 당뇨병 치료제들을 개발 중이다. DA-1241은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수용체를 활성화해 식후 혈당을 개선하는 치료제다. 미국 임상1b상에서 효과와 안전성 확인, 글로벌 임상2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당뇨병 치료제 'DA-5210'과 'DA-5213'의 임상시험에도 돌입했다. 앞서 동아에스티는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DA-5210과 DA-5213의 임상1상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동아에스티가 이번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게되면 기존 치료제 슈가논과의 시너지를 내는 한편 당뇨병 치료제 분야에서의 입지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슈가논은 올해에만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231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개발하고 지난 2015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한 당뇨병 치료제다. 지난해 사노피가 경영전략 변경 등의 이유로 권리를 반환하면서 현재 한미약품이 권리를 갖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8개국 당뇨 및 심혈관 질환 환자 4076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지난달 란셋 학술지에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결과가 등재되며 주목을 받았다.
일동제약은 지난 6월 독일에서 당뇨병 치료제 'IDG16177'의 임상1상을 시작했다. 앞서 일동제약은 2021 미국당뇨학회(ADA)에서 IDG16177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발표한 바 있다. 발표에 따르면 IDG16177은 유사계열 후보물질 '파시글리팜'과의 비교연구 결과 파시글리팜보다 100배 낮은 농도에서도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동제약은 오는 2022년까지 IDG16177의 임상1상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휴온스글로벌 자회사 휴메딕스는 에이치엘비제약, 지투지바이오 등과 손잡고 당뇨병 치료제를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하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매일 투여해야 하는 약물을 1~3개월에 한 번 주사로 투여하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이다. 당뇨병 치료제가 장기지속형 주사제 형태로 개발되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넥스턴바이오 자회사 로스비보 테라퓨틱스는 당뇨병 치료제 'RSVI-301'을 피하주사(SC)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로스비보 테라퓨틱스는 RSVI-301을 SC 방식으로 실험용 쥐에 주입한 결과 혈당수치 감소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SC 방식을 이용하면 환자 스스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고 약효도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지속된다.
우리 몸은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몸속 세포들이 포도당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호르몬이 인슐린이다. 이때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뇨병이 생긴다. 당뇨병은 한번 걸리면 완치되지 않고 평생 관리해야 한다. 전신에 걸쳐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소리 없는 시한폭탄'으로도 불린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수익성이 높아서다. 고령화와 비만 인구 증가 등에 따라 당뇨병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식습관 변화에 따라 젊은 연령층의 당뇨병 환자도 느는 추세다. 또 만성질환인 당뇨병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 장기간 처방을 받아야 한다. 의약품 사용량이 줄지 않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시장인 셈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LG화학의 제미글로 패밀리는 연매출이 1000억원이 넘는다. 의약품 시장에선 연매출 100억원만 넘어도 블록버스터로 분류된다. 그만큼 매력적인 분야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규모가 큰 만큼 성공 확률도 높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분야"라며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당뇨병 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면서 당뇨병 치료제 신약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