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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불리는 '비만약' 시장…국내 제약바이오 '도전장'

  • 2022.05.09(월) 06:50

삭센다 후속약물 식약처 허가…릴리 임상 결과 '호조'
국내 업체들, '편의성·효능' 개선한 치료제 개발 나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삭센다의 후속약물이 국내 허가를 받은 데 이어 미국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임상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후발주자 자리를 두고 비만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국내 업체들은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편의성을 개선한 치료제를 통해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세계 1위 비만약 '삭센다' 잡아라

지난달 28일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치료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다. 노보노디스크는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를 개발한 업체다.

삭센다는 지난해 국내 매출만 362억원에 달한다. 오젬픽은 삭센다와 유사한 글루카곤 유사펩티드-1(GLP-1*) 계열 치료제다. 이번 허가는 제2형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받았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비만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GLP-1: 인슐린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체내 호르몬.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배고픔을 감소시켜 식욕을 조절

삭센다 역시 처음엔 당뇨병치료제로 개발했지만 이후 임상 과정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면서 비만치료제로 방향을 바꿨다. 국내에서는 비만치료제로만 허가를 받았다. 실제로 오젬픽은 일라이릴리의 당뇨병치료제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티드)'와 비교 임상에서 우월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또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편의성과 효능을 모두 개선한 새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를 출시하는 등 비만치료제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일라이릴리 역시 비만치료제 시장을 넘보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 '터제파타이드'를 통해서다. 회사는 최근 터제파타이드가 임상3상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당뇨병이 없는 2539명의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72주간 임상을 진행한 결과 평균 20%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일라이릴리는 노보노디스크와 함께 전 세계 GLP-1 유사체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다만 일라이릴리는 트루리시티로 당뇨병 시장을 선점했지만, 비만 시장에선 노보노디스크를 뒤쫓고 있다. 업계에선 터제파타이드가 올해 안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임상에서 터제파타이드가 위고비와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내면서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업체 비만약 개발 나선다

아직 비만치료제 개발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국내 업체는 없는 상태다. 국내 업체들은 기존 비만치료제의 단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최근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업체 쿼드메디슨과 연구협력(MOU)을 체결, 패치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계획을 내놨다.

마이크로니들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바늘을 이용해 체내로 약물을 전달하는 '경피 약물전달 시스템(TTDS)'이다. 기존 약물전달 기술보다 이용 편의성이 높고 부작용도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KD101은 지난 2020년 임상2상을 마치고 임상2b상 프로토콜 및 적응증 확대방안을 검토 중이다.

LG화학은 유전성 희귀 비만치료제 'LR19021'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LR19021은 전 세계 최초의 먹는(경구용) 식욕조절단백질(MC4R) 표적 비만치료제다. MC4R 작용경로에 이상이 생기면 배고픔이 지속되는 과식증이 생기고 비만 위험성이 커진다. LR19021은 포만감 신호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 현재 미국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내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휴메딕스는 HLB제약과 함께 GLP-1 계열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앞서 지난해 8월 HLB제약은 자사가 독자 개발한 비만치료용 장기주사형 주사제 플랫폼 'SMEB'을 휴메딕스에 기술이전(L/O)했다. 치료제에 SMEB 기술을 적용하면 약효 지속시간이 늘어 환자의 편의성이 높아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매일 주사를 맞아야 했던 환자가 1~2주에 한 번만 치료를 받으면 된다. 휴메딕스와 HLB제약은 각각 비만치료제 'HMC2-073'과 'HP-P038'의 후보물질 연구를 시작한 바 있다.

세계 비만약 시장 '28조원' 전망

비만치료제는 다른 만성질환 치료제보다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치료제 개발에 성공해도 이미 시장을 선점한 업체들의 주도권을 빼앗는 게 쉽지 않다. 의약품 처방은 한 번 이뤄지면 다른 약으로 잘 변경되지 않는 보수적인 패턴을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이 개발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는 국내외 비만치료제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1436억원으로 전년보다 0.4% 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이 오는 2027년 241억달러(약 2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세계적으로 비만 환자가 급증했고, 비만에 대한 관점 역시 약물을 통해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변하고 있다"며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도 새로운 기술을 통해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면 충분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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