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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삼성전자가 로봇회사 관심 둔 이유

  • 2023.03.17(금) 17:01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투자…콜옵션 확보
"로봇 관련 전 분야에서 협력 강화 계획"

/그래픽=비즈워치

로봇 사업은 삼성전자가 성장동력으로 삼은 분야 중 하나입니다. 삼성전자는 사람의 활동을 돕는 협동로봇을 중심으로 로봇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확장을 위해 국내 로봇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 합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뭐하는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회사 이름인데요. 지난해 연 매출 100억원을 처음 넘긴 국내 로봇회사입니다. 2021년까진 영업손실을 기록했죠.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 회사가 뉴스에 왜 오르내리는지 이해가 안되시죠.

레인보우로보틱스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관심 대상이 된 이유는 삼성전자와 관련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로봇 관련 사업에 직접 투자를 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출발선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지목한 셈이죠.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처음 화제가 된 건 올해 1월입니다. 당시 삼성전자가 59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의 지분 10.22%(194만200주)를 확보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투자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데요. 삼성전자는 이달 15일 레인보우로보틱스 보통주 91만3936주를 277억8365만원에 장외매수해 지분율을 14.99%(285만3126주)로 늘렸습니다.

향후 삼성전자의 지분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특별관계자 7명과 주주간 계약을 맺고 주식 콜옵션을 확보했기 때문이죠. 콜옵션이란 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콜옵션 대상 주식은 855만439주로, 삼성전자가 옵션을 행사할 경우 보유 지분율은 59.94%(1140만4575주)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어떤 회사길래 삼성전자가 주목한 걸까요.

혹시 '휴보(HUBO)' 로봇을 아시나요. 2004년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와 연구진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이족보행 로봇인데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바로 휴보를 개발한 오 교수가 2011년 세운 회사입니다. 2015년엔 미국 국방성 산하기관이 주최한 재난구조용 로봇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죠. 최근엔 협동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휴보(HUBO)' 모습 / 영상=레인보우로보틱스

삼성전자는 점점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지배력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윤준오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진 않지만, 경영엔 참여하는 이사회 구성원을 말합니다. 삼성전자가 회사 사람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한다는 것은 앞으로 주주로서 이 회사의 경영에 더 관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합병을 염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기술 협력 등 성과 여부에 따라 인수합병도 염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보유한 협동 로봇을 활용해 삼성그룹 내 자동화를 추진하고, 양사 기술 협력을 통한 로봇 제품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삼성전자 "전방위적 협력 이어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소프트웨어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력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스마트싱스를 비롯해 TV용 OS인 타이젠,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빅스비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미래 로봇사업에서 하드웨어적 측면을 담당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하드웨어 기술력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구미가 당길만한 요소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정 분야를 나눠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연구개발 등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향후 시중에 출시할 로봇 제품을 비롯해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제조업 분야에서 협동로봇을 개발해 사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로봇 시장은 AI와 5G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뚜렷한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세계 협동로봇 시장이 지난해 660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27% 성장해 2026년 1조9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삼성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로봇을 선택한 이유죠.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물류협동 로봇 모습. / 영상=레인보우로보틱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기조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인건비가 올랐다는 점도 로봇 사업의 밝은 미래를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가사, 물류, 서비스업 등 분야에서 현재 인간이 하고 있는 단순노동 업무를 협동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죠. 최근 아마존, 쿠팡 등 여러 업체들에서 이를 도입했습니다.

삼성전자도 그동안 로봇 사업을 추진해왔는데요. 지난 2019년과 2021년 열린 세계 최대 ICT 전시회 CES에서 여러 협동 로봇 시제품들을 전시했습니다. 지난 2021년엔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재구성했죠. 결과물은 연내 출시할 첫 협동로봇 'EX1'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EX1은 노인 운동을 돕는 보조기구 로봇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54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앞으로 로봇 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54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로봇 시대에 대한 선제 대응을 강화해나가겠다"며 "다양한 로봇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강화하고, 고객 생활에서 유용함을 체험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투자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선보일 로봇들을 통해 얻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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