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연간 수조원대의 매출을 내는 수입차 업체들이 사회 공헌에는 여전히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국내 수입차 1위를 차지한 BMW그룹코리아의 기부금은 2년 연속 감소했으며, 국내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테슬라는 현재까지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점점 줄어드는 BMW코리아 기부금
비엠더블유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부금은 13억419만원으로 전년 대비 5.6% 줄었다. 18억원이 넘었던 지난 2022년 기부금과 비교하면 5억원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 대비 기부금의 비중도 0.02% 수준에 그친다.
이는 작년 국내에서 BMW가 기록한 성과를 고려하면 아쉬운 지점이다. BMW·MINI(미니)·롤스로이스 등 BMW코리아가 유통하는 브랜드 전체 작년 연간 등록대수는 8만1585대에 달한다.
BMW만으로 보면 연간 판매량은 7만3754대로 지난해 연간 신규 등록 1위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도 28%를 넘어섰다. 특히 BMW는 2023년에 이어 작년까지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수입차 1위를 수성하면서도 기부금 액수는 점차 줄인 셈이다.

기업의 기부가 의무는 아니지만, 그간 BMW코리아는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지속 강조해왔다. BMW코리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지난 2011년 비영리 재단법인 BMW코리아미래재단을 설립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나 차량 기증 등 각종 사회공헌 목적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단, 작년 BMW코리아의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전기차 등 차량 판매 감소와 가격 할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MW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5조99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6.3% 줄어든 1363억원을 기록했다.
1조원대 매출에도 기부는 '0원'
BMW뿐 아니라 테슬라 등 미국계 기업들도 사회공헌에 대체적으로 소홀한 모습이었다. 테슬라코리아의 경우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도 기부금 지출이 없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이처럼 사회 공헌 활동에 인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2021년 연 매출 1조원을 넘긴 후 4년 연속 1조원대 매출을 유지 중이다. 특히 작년에는 더욱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테슬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6976억원으로 전년 대비 48.4%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259억원으로 51.2% 급증했다.
과거 '독3사(독일 자동차 브랜드 3사)' 대신 'BMW-벤츠-테슬라' 3강 구도로 재편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입차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커졌다. 지난 2023년 1만6459대 수준이었던 테슬라코리아의 판매량은 작년 2만9750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밖에 포드·링컨 한국 수입사인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2020년부터, 푸조·지프를 국내 유통하는 스텔란티스코리아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차례도 기부금 내역이 없다.
혼다코리아도 작년 사회공헌에 인색했다. 지난해 혼다코리아의 영업이익은 1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 증가했지만, 감사보고서 내 기부금 내역은 없었다. 2022년 2억원, 2023년 811만원으로 기부금을 줄이다가 작년에는 한 푼도 기부하지 않은 것이다.
수입차 업계 기부 큰 손 '벤츠'
이에 비해 지난해 수입차 2위에 머무른 메르세데스-벤츠는 기부금이 급격히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68억1041만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5조6882억원, 2조249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8.3%, 34.2% 감소했지만, 기부금 규모는 수입차 업체 중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지난해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민들을 위해 지원금이 포함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작년 피해 입주민들에게 45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E클래스 세단을 무상 대여한 바 있다.
일회성으로 지급된 45억원을 제외하더라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기부금은 23억원대로, 타 수입차 업체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지난 2014년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해 작년까지 452억원의 누적 기부금을 전달한 바 있다.
포르쉐코리아의 경우 작년 실적 부진에도 기부금 액수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포르쉐코리아의 작년 실적은 매출 1조3127억원, 영업이익 45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5%, 10.7% 감소했다. 그럼에도 기부금은 2023년 17억6000만원에서 작년 18억원으로 4000만원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