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역사적인 하락 폭을 기록하자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ELS 시장은 조기상환과 신규 발행이 큰 폭으로 줄면서 위축되는 모습이고, ELS를 발행하는 증권회사는 만기에 도달한 상품의 손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대형 증권회사 ELS 운용 손실 규모는 1분기에만 최대 수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 상환·발행 모두 멈췄다
2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일(24일) 기준 ELS는 총 1만2090개 종목, 발행 잔액은 48조7900억원이다. 특히 이번달 들어 ELS 발행과 상환이 모두 멈추며 잔액 규모는 유지됐다.
이번달 ELS 상환 규모는 2조3000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주가지수 상승으로 상환이 늘었던 지난해 11월과 12월에 ELS 상환 규모가 각각 10조2300억원, 8조25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감소다.
상환뿐 아니라 발행도 크게 축소됐다. 이번달 발행 예정 ELS는 751개 종목으로, 글로벌 증시 상황이 좋았던 지난해 12월 1030개와 비교된다. 증권회사들은 예정했던 ELS 발행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최근 발행된 ELS의 조기 상환 가능성이 줄었고, 조기상환에 따른 재투자 수요가 줄면서 발행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증권업계, ELS 관련 손실 수백억원
문제는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이다. 대부분의 ELS 상품 만기가 2~3년이기 때문에 만기까지 기초 자산 가격이 회복하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만기에 도달하고 지수가 기준에 못 미친다면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월 말 기준 ELS·ELB 미상환 잔고는 70조원 규모로, 이중 가장 비중이 높은 기초 자산은 유로스톡스50으로 42조원 규모다. 그런데 유로스톡스50의 최근 하락 폭이 커지면서 ELS 손실 구간인 녹인(knock in) 가능성이 거론돼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품당 녹인 비율은 45~65%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고 발행 당시 지수에 따라 녹인 기준 지수가 다르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로스톡스50 기준 2000포인트를 하회하는 경우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며 "회사별로 녹인 구간에 소폭 차이가 있으나 2000포인트를 밑돌면 고객의 원금 손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 크다"고 평가했다.
현재 증권사들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ELS 상품을 자사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손실을 피하고자 자체 헤지한 ELS에 대해 대규모 마진콜로 추가 증거금 마련이 필요해지면서 기업어음(CP)과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팔며 단기자금을 조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과 시장 안정화를 위해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RP를 매입해 주기로 하면서 증권업계는 당장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상품운용부문에서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고은 연구원은 "ELS 관련 손실이 회사별로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지만 상품운용손실에서 분기에 회사별로 최대 수백억원이 반영될 수 있다"며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증권사는 비교적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