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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울리는 '리딩방' 어떻게 운영되길래

  • 2020.06.24(수) 14:43

허위광고로 유료회원 모집⋯계약 조건 투자자에 불리
전문성 객관성 신뢰성 결여⋯강퇴에 소송전 감수해야

회사원 A씨는 아직도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연간 수익률 300%라는 광고만 믿고 유사투자자문업체(리딩방)의 유료회원으로 가입했지만 수익은 커녕 손해만 봤기 때문이다. 리딩방 운영자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5000만원 중 1700만원을 잃었다. 여기에 연간 유료회원비 500만원을 더하면 피해액만 2200만원이 넘는다.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한두 푼 더 벌어보겠다는 욕심이 결국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최근 일반 개인들의 주식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주식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가입만 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을 것처럼 유료회원들을 모집하지만 오히려 투자자 피해만 계속 늘고 있어서다. 여기에 불리한 계약 조건과 독단적인 회원 관리, 근거 없는 종목 추천 등 불법행위들도 만연해 투자자들의 비상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주식 리딩방 운영자들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활용해 회원들에게 종목을 추천한다. 하지만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식 리딩방 운영자들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활용해 회원들에게 종목 추천을 한다. 다만,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가 운영하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회비도, 손실도 고액⋯투자자 '분통'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진입이 부쩍 늘었다. 지난 1월 28조원 수준이던 예탁금 규모는 불과 세 달만에 40조원을 돌파하면서 개미들의 주식시장 입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주식 리딩방도 난립하고 있다. 리딩방이란 금융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업자나 일반인이 실시간으로 특정 종목의 주식을 추천해 주는 회원제 단체방을 의미한다.

보통 리딩방 운영자들은 최소 2배에서 많게는 6~7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를 내건다. 목표 수익률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회비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수 천만원의 돈을 연간 회비로 챙긴다.

내는 금액에 따라 제공하는 정보의 질은 달라진다. 고액 회원일수록 더 낮은 평단가(평균매매단가), 높은 매도가를 제시해 수익률에 차별을 둔다. 수익률에 차이만 있을 뿐 모든 회원이 이득을 본다는 원리다. 

이는 엄연히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한다. 높은 수익을 위해 리딩방 운영자와 고가의 계약을 체결하지만 실제론 광고만큼의 수익률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회원들에게 보내는 매매 지시나 브리핑 등의 전문성이나 객관성도 부족하기 마련이다. 

리딩방 이용 경험이 있다는 투자자는 "고액의 회원료가 부담스러워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비스 계약을 해서 그런지 수익률이 좋지 못했다"면서 "추천 종목 중에는 몇 달씩 거래 정지 당한 종목들도 있어 한동안 돈이 묶인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 회원이 리딩방 운영 업체와 맺은 계약서.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겨있고, 피해 보상 기준, 규정이 모호해 구제를 받기 힘들다.

◇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

이 경우 귀책사유가 분명한데도 운영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단체 채팅방에서 항의라도 하면 바로 강제퇴장시키는 등 독단적인 운영도 서슴지 않았다.

한 리딩방 업주와 소송을 하고 있다고 밝힌 투자자는 "손실을 본 종목 이름만 단톡방에서 말해도 강퇴시켰다"면서 "심지어 전화까지 걸어 한 번만 더 말하면 고소하겠다는 협박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억울한 마음에 소송까지 나선 그는 계약서를 잘 살피지 않아 일이 꼬였다고 한탄했다. 피해 보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계약서에 없어 피해액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계약서 상엔 구체적인 보상 기준이 없다. 누적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회비를 환불해 준다는 규정 정도만 있다.      

그는 수익률 계산도 불합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 추천만으로 사지도 않은 종목의 주가 상승률을 수익률에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채팅 어플을 통해 오는 브리핑 문자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면서 "문자를 확인했다는 이유 하나로 거래도 하지 않은 종목의 주가 상승분을 누적 수익률에 적용했다"라고 꼬집었다.

당연히 서비스 질도 보장되지 않았다. 유료회원 계약 당시 세세한 투자 코치를 약속하지만 정작 체결 이후에는 거래기간, 손·익절가 등의 기본적인 안내도 미흡했다는 주장이다.

복수의 리딩방을 이용하고 있다는 한 투자자는 "답답한 마음에 담당 애널리스트나 운영자한테 연락하면 항상 회의에 들어가 있어 바로 연결된 적이 거의 없었다"면서 "장중에 왜 그리 장시간 회의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 팔 걷어붙인 금융당국

그러자 금융감독원이 리딩방의 불법 영업행위 근절에 나섰다. 일반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하는 소비자 경보를 수시로 내리는 한편 경고문 발송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우선 리딩방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업체에 대한 사업계획서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강도 높은 심사를 통해 일부 리딩방에서 관찰되는 불건전 영업행위를 단속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당 업체에 경고장도 발송된다. 허위·과장광고, 불공정 계약, 주가조작, 무등록 투자자문 등 불건전 영업행위의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원이 끊이지 않을 경우 암행점검 등을 통해 위법행위들을 적발하는 등 법적 처리도 병행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리딩방은 불법행위 및 소비자 피해 발생이 상당히 우려되는 만큼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리딩방 관련 경고 공문을 발송, 암행점검 등을 실시해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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