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한 후 연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가 멈추면서 연초 대형주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몰렸던 매수세도 주춤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중소형주의 키 맞추기 기대감도 적지 않은 모습이다.
마침 미국 증시에서도 중소형주 지수로 대표되는 러셀2000 지수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관련 ETF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국내 중소형주 투자 상품들도 수익률 만회에 나설지 주목된다.
◇ 미 중소형주 대표지수 강세…우리도?
코스피 3000시대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중소형주는 철저히 소외된 장세다. 그러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중소형주로도 온기가 전달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 경기 회복기에는 중소형주 실적 개선폭이 크면서 상승 탄력이 커진다.
마침 미국에서도 연초 이후 중소형주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중소형주 흐름을 대변하는 러셀 2000지수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러셀 지수는 다우존스와 S&P500 같은 미국 지수로 주로 중소형주 주가 움직임을 파악할 때 활용된다. 미국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을 계산해 상위 3000개 대기업을 포함하는 러셀 3000지수와 함께 3000개 기업 중 상위 1000개 기업의 지수는 러셀 1000, 나머지 2000개 중소기업을 포함하는 지수가 러셀 2000이다. 국내에서도 미국의 러셀 2000지수를 통해 코스닥 시장 흐름을 가늠한다.
미국에서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데에는 금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는 미국 행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대형주 위주의 S&P500 지수가 횡보하는 반면 투자자 위험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주 가치가 오르는 것은 경기 회복 조짐으로 해석된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중소형주 이익모멘텀이 대형주에 비해 높은 편인데 경험적으로 중소형주의 이익모멘텀이 상대적으로 높았을 때, 성과 역시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실적 모멘텀이 초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KTB투자증권도 "최근 한, 미간 성장주는 이익이 하향 조정 중이고 중소형주는 상향 조정 진행 중으로 중소형주가 주로 성장주인 국내 증시에서 과거와는 괴리가 있다"며 "중소형 가치주를 단기적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공매도 재개 계획을 명확히 하면서 오는 3월 예정대로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면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더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목된다.
◇ 대형급 중소형주 펀드들, 구성 종목 제각각
국내 중소형주 펀드 역시 대형주 상승에 따른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실제 코스피200 지수의 3개월 수익률은 35%에 육박하는 반면 중소형 주식 펀드는 20% 선에 머물렀다.
개별 펀드 가운데서는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경우도 존재하는데 중소형주 펀드 가운데 대형주를 일부 담은 펀드와 그렇지 않은 펀드 간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다만 1년 수익률의 경우 41% 선으로 코스피 200(43.4%)와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고 이를 웃돈 펀드도 있다.
국내 주식형 중소형주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1000억원 이상인 펀드는 삼성중소형FOCUS펀드, KB중소형포커스펀드, 신영마라톤중소형주펀드, NH아문디성장주소형주펀드,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펀드, 우리중소형고배당펀드 등이다.
대형주 펀드와 달리 이들 중소형주펀드의 경우 보유종목 구성이 판이한 탓에 수익률 격차도 크게 나타났다. 3개월 수익률은 상위 5개 보유종목에 삼성전자를 유일하게 품은 삼성중소형FOCU펀드의 경우 25%대로 가장 높았다.
1년 수익률의 경우 우리중소형고배당펀드와 마이다스미소중소형펀드가 60%대를 기록했고 KB중소형포커스펀드와 신영마라톤중소형주펀드는 20~30%대에 그쳤다. 대부분 수익률 방어를 위해 시가총액 10위권 내 종목을 포함하고 있는 반면,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의 경우 중소형주 위주로만 구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했다는 평가다.
삼성중소형FOCUS펀드의 경우 씨에스윈드, 삼성전자, 카카오, 녹십자, 키움증권을, KB중소형포커스펀드는 골프존, 컴투스, 해마로푸드서비스, 현대차2우B, 동원산업을 각각 상위 5개 종목으로 보유하고 있다.
신영마라톤중소형주펀드는 LS, 현대차, KT, 현대미포조선, 동아쏘시오홀딩스, 마이다스미소중소형펀드는 NAVER, 현대모비스, JYP Ent. 엘앤씨바이오무상(보) 웹젠, 우리중소형고배당펀드는 메디팩토, 오스코텍, 하이트진로, 롯데케미칼, SK하이닉스를, NH아문디성장중소형펀드는 NAVER, 씨에스윈드, 녹십자, 대한유화, 종근당을 보유하고 있다.
◇ 미국 러셀 2000 지수 추종 ETF도 가능
미국 중소형주에 투자하고 싶다면 러셀 2000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가능하다. 미국 ETF로는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포함, 9개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ETF는 iShares Russell 2000 ETF와 Vanguard Russell 2000 ETF로 3개월 수익률이 나란히 28% 선을 기록 중이다. 러셀 2000 지수의 경우 코로나 이후 급락한 후 11월 이후 기존 낙폭을 회복, 최근 석달새 급등세가 나타나면서 1년 수익률도 30% 선으로 엇비슷하다.
이들 ETF가 보유한 상위종목에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플러그파워나 선런 등이 눈에 띈다. 미국 중소형 기업인 만큼 대부분 낯선 기업들인데 카지노기업인 펜내셔널개이밍, 아웃도어브랜드인 데커스아웃도어, 엔터기업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 천연연료 기업인 달링 인그리디언츠 등이 10위 10개 보유종목에 랭크돼 있다. 지수 추종인 만큼 각각의 보유 비중은 1% 미만이다.
국내에도 러셀 2000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있다. 코덱스(KODEX) 미국러셀2000 ETF로 구성종목으로 앞선 iShares Russell 2000 ETF를 담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신한금융투자가 러셀2000 ETN을 신규상장하기도 했다. 러셀 2000 일일 수익률을 각각 2배, -1배, -2배로 추종하는 ET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