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대형주들의 약진에 힘입어 파죽지세로 치솟으며 이들 종목을 담고 있는 그룹주 펀드들의 수익률도 들썩이고 있다. 동학 개미들의 풍부한 자금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몰리면서 주가를 밀어 올린 게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연말부터 이어진 상승 랠리는 그 동안 속등한 탓에 과열 국면에 접어들며 주춤한 모양새다. 점차 시장에 단기 조정 압력이 가중되며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그룹주 또는 다수의 대형주들을 담은 펀드의 매력이 피난처로서 주목받을 전망이다.
◇ 개미 자금 상승 동력…변동성 확대 조짐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올해 첫 장을 2944.45포인트로 마감한 뒤 이달 13일까지 203.84포인트 올랐다. 상승률로 보면 7%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장 시작 후 사상 처음으로 3200선을 넘어서기도 하는 등 고점 경신 행진을 이어왔다.
이와 같은 지수의 급등세는 초대형주들의 주가 상승세와 무관하지 않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완연한 오름세에 돌입했는데, 삼성전자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11월 첫 거래일 5만7400원에 마무리한 이후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36% 넘게 올랐다. 8만5000원 수준이던 LG전자의 주가는 14만원 선에 안착했다.
현대차 또한 17만원에서 26만원 선을 바라보는 등 대형주들이 지수의 급등세를 견인했다. 특히, 고점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이달 11일에 각각 9만1000원, 26만7500원 등을 기록했고, LG전자는 이보다 3 거래일 앞서 15만원에 장을 종료했다.
이처럼 대형주들이 높은 수준의 주가 상승률을 보인 데는 동학개미의 구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의 쇼핑 리스트에 담긴 순매수 상위 종목을 추려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는 각각 1위, 3위, 8위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5조7000억원, LG전자 6368억5942만원, 현대차 4015억5700만원 가량의 개인 자금이 들어왔다. 도합 6조7400억원 규모인데, 이는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이 기록한 전체 순매수 금액인 12조4830억원의 54%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와 관련해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최근의 코스피 상승세가 가파른 것은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대형주들이 대부분 상승하기 때문"이라며 "하루는 반도체 관련주가 오르고, 다음 날은 자동차 관련주, 그 다음 날은 배터리 관련주가 오르는 순환매가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수 상승 속도가 급격했던 만큼 시장 변동성도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실제 대형주들의 주가가 고점 부근에 위치했던 지난 11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100포인트 넘게 오르며 오름세를 이어가는 듯 했지만 이내 150포인트 이상 후퇴하며 하락 반전했고, 삼성전자의 주가도 9% 넘게 올라 급등한 후 짧은 시간 안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졌다.
◇ 단기 과열 국면, 펀드가 대안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역사적인 수준에까지 지수 상승을 이끌었지만 한편으로는 시장의 과열을 초래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11월 이후 10주 연속 상승한 결과 고평가, 단기 과열 압력이 확대되면서 조정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대형주들의 상승 탄력이 주가 급등세를 구가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둔화했고, 지수 또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 보다는 펀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펀드의 가장 큰 강점으로 안정적인 운용을 꼽을 수 있는데, 시장에 급격한 조정이 올 경우 유연한 비중 조절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하방 리스크 압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 잣대를 대형주에 맞출 필요는 없지만 안정성, 성장성 및 지속성 등에 초점을 맞춘다면 국내 굴지 기업들이 다수 포함된 상품들이 단기 조정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로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심진원 KB자산운용 채널 마케팅팀 부장은 "개인이 여러 대형 기업에 분산 투자하기에는 투입 가능 자금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고, 특정 기업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면 리스크가 커진다"며 "대형주들의 단기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향후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펀드를 활용해 조정 국면에서의 손실을 제어하면서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는 효과를 보는 것도 변동성이 확대되는 장세에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출시된 상품들 중 포트폴리오 구성 내역(PDF·Portfolio Deposite File)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LG전자 또는 관련 그룹 종목들을 고르게 담고 있는 상품은 대략 5개 정도로 추려볼 수 있다.
이 가운데 펀드 성과의 비교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이 우수한 상품은 '브이아이3대그룹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1'과 'KB KBSTAR5대그룹주상장지수증권투자신탁(주식)'으로 브이아이자산운용의 펀드는 지난해 16.0%, 올해 연초 이후 전장까지 1.2%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고, 같은 기간 KB자산운용 상품의 성과는 각각 8.9%, 3.5%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이와는 무관하게 지난 한해 올린 수익 및 연초 이후 성과는 대부분 양호한 편인데 '미래에셋5대그룹대표주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은 32.3%와 13.4%, KB KBSTAR5대그룹주상장지수증권투자신탁(주식)은 41.4%, 13.4%, '신한BNPP3대그룹주Plus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의 경우 47.5%, 9.2%를 기록 중이다.
이와 더불어 'KB한국대표그룹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은 28.9%, 10.9%, 브이아이3대그룹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1 또한 48.5%와 11.1%로 집계됐다.
심 부장은 "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가 현재로선 불분명하고, 오름세를 이어간다고 가정해도 연초의 상승 폭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개별 종목 투자보다는 리스크를 어느 정도 방어하면서 양호한 수준의 목표 수익률을 채울 수 있는 펀드 투자가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