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유례없는 상승 랠리 속에 3000선에 안착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 또한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증시 활황 속에 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로부터 자금은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다.
그나마 펀드 시장에 위안인 것은 상장지수펀드(ETF)로는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지수형에 편중됐던 자금이 테마·섹터 ETF 등으로 분산되는 모습을 보이며 직접투자 리스크 완화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뽐내고 있다. 명실공히 간접투자 대표 상품으로 올라섰다고 할만하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6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되며 8500억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지난 11일 코스피 거래대금이 44조원을 웃돌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고객예탁금이 70조원에 육박하는 등 '역대급'으로 유동성이 넘쳐나는 국내 증시와 확연히 대조된다.
근래 성과가 좋은 국내 주식형펀드로선 다소 억울한 노릇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지난해 12월 마지막주 6%대를 기록한 데 이어 새해 첫 주에도 5%대로 양호한 모습을 나타냈다. 최근 성과만 놓고 보면 코스피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직접투자의 매력에 흠뻑 빠진 투자자들에게 국내 주식형펀드가 철저히 소외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승장에 편승해 단기간에 수익을 많이 내려는 투자자들이 앞다퉈 펀드를 환매해 증시로 뛰어들면서 '머니 무브'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ETF로의 자금 유입이다. 작년 말 기준 52조365억원이었던 국내 상장 ETF 순자산은 11일 55조769억원으로 3조원 넘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주가 상승세를 고려하더라도 적잖은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11일 하루 거래대금이 11조5900억원을 웃돌 정도로 손바뀜 역시 매우 활발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증시의 등락폭이 급격히 커진 와중에도 자금 유입이 지지부진했던 작년 상황과는 달라진 모습이라는 평가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평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투자자금이 집중 유입됐던 ETF로도 자금 유입이 활발하지 않았다"며 "그로 인해 인덱스주식펀드 규모가 4년 만에 줄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는 ETF가 직접투자 위주의 재테크 시장에서도 주식 못잖은 손쉬운 거래, 저렴한 비용, 분산투자 효과 등 장점을 앞세워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07년 코스피 2000 돌파를 이끌었던 주식형펀드가 3000 시대를 맞이함에 있어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대신 대신 ETF는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며 "이제 갓 증시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와 주가 상승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기존 투자자 간의 완충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수형 ETF에 집중됐던 투자자들의 시선이 K-뉴딜이나 2차전지, 5G, ESG 등 특정 테마나 섹터에 투자하는 ETF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TIGER K-뉴딜 ETF 시리즈'는 불과 상장 3개월 만에 순자산 1조원을 돌파했다. 이중 개인 순매수 금액은 6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 ETF' 순자산은 작년 7월 1000억원을 돌파한지 6개월 만에 50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10월 말 상장한 KB자산운용의 'KBSTAR Fn5G테크 ETF'와 'KBSTAR Fn수소경제테마 ETF'의 합산 순자산도 1000억원대를 밟았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대표지수 ETF 상품의 자산 비중이 55.7%에서 42%로 크게 감소한 반면 국내 업종 섹터 ETF 비중은 2.9%에서 7.5%로 증가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특정 종목에 대한 '몰빵 투자'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테마·섹터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다. 올해부터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 시 기본예탁금과 사전교육 이수가 필수가 된 만큼 지수형 ETF 성장세가 둔화되고 테마·섹터 ETF의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 전문가들은 직접투자의 보조 수단 또는 리스크를 완화하는 측면에서 테마·섹터 ETF나 펀드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라고 조언한다. 김후정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직접투자와 함께 전망이 밝은 섹터나 유형 등에 펀드 투자를 병행하는 것이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유리하다"며 "직접투자에서 부족할 수 있는 분산효과와 다양성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