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 한국토지신탁이 지난달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에게 자사주로 특별 상여금을 지급한 데 이어 한 달만에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특별 상여금을 지급할 당시 '2025년 수주액 초과 달성에 따른 격려 차원'이라고 강조했지만, 교환사채 발행 때는 '자회사 코레이트자산운용의 경영난'을 이유로 제시했다. 한달 만에 '본사 경영성과'와 '자회사 경영난'이라는 사뭇 다른 잣대를 제시한 배경에는 국회에서 논의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토지신탁, 자사주로 EB 발행해 자회사 지원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환사채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채권자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번 교환사채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1488만952주)가 교환 대상이어서 사실상 자사주 처분이다. 교환대상 자사주는 전체 발행주식총수의 5.89%에 해당한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달 15일에도 임직원 특별상여 지급을 명목으로 40억원 규모(1.17%)의 자사주를 처분했다. 한국토지신탁 회장(이사회 결의일 전날 종가 기준 2억원 규모)과 부회장(1억원), 사장(6700만원), 부사장(5000만원) 및 우리사주조합(임직원)에 지급한 것이다.
해당 자사주 처분을 결의한 이사회에는 성과급 대상자 4명(이사회의장 및 사내이사 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핵심 경영진의 '셀프 특별상여 지급'인 셈이다. 한국토지신탁은 당시 "2025년 수주 목표액 대비 초과 달성이 예상돼 이에 기여한 임직원들에 대해 회사차원의 격려 등을 이유로 특별 상여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200억원 규모의 EB발행 이유는 사뭇 다르다. 한국토지신탁은 거시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EB를 발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코레이트자산운용이 소송 등의 이유로 충당부채를 110억원가량 인식하고 영업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지난해 3분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이는 등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코레이트자산운용의 자본총액은 2024년 177억에서 2025년 3분기 기준 -3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코레이트자산운용은 지난 12일 최대주주인 한국토지신탁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코레이트자산운용은 유상증자를 통해 유치한 자금을 2026년(150억원)과 2027년(50억원)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현금 여력에도 자사주 활용…'꼼수 처분' 지적
다만 한국토지신탁의 현금성자산이 충분함에도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EB를 발행해 주식가치 희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한국토지신탁의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080억원을 웃돈다.
한국토지신탁은 이와 관련해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EB 발행은 신주발행이 수반되지 않으므로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에 비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며 "다른 조달방법보다 금리 면에서 유리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토지신탁의 주주인 쿼드자산운용은 주주서한을 통해 "한국토지신탁의 이번 EB발행은 상법개정 전 자사주 의무화를 회피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서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 방향에 역행한다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조만간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EB 발행이 기존 주주의 지분희석 영향이 적을 것이란 회사측 설명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쿼드자산운용은 "EB 발행은 소각됐어야 할 자기주식이 시장에 출회되고 실질적으로 주당순이익(EPS)을 희석시키는 결정"이라며 "주주이익에 대한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한국토지신탁의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신탁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토지신탁의 별도현금배당성향은 △2020년 33.0%(주당 배당금 90원)에서 △2021년 33.5%(주당 배당금 100원) △2022년 49.4%(주당 배당금 90원) △2023년 59.9%(주당 배당금 70원) △2024년 54.1%(주당 배당금 70원)이다. 별도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주당 배당금도 일부분 감소했지만 현금배당성향 증가 추세를 강조한 것이다.
한편 한국토지신탁은 잔여 자사주에 대한 처분 계획도 밝혔다. 한국토지신탁은 "잔여 보통주 자기주식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일부 소각하고, 임직원 보상제도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며 "추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활용에 대한 계획이 확정될 시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토지신탁의 자사주 비율은 14.68%였다. 그러나 지난 한 달 사이 임직원 특별 상여(1.17%)와 EB 발행(5.89%) 결정 이후 남은 자사주는 7.6%에 불과하다. 한국토지신탁이 보유한 자사주의 절반가량을 처분했지만 앞으로도 임직원 상여 및 타 기업과의 제휴 등에 자사주를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과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처분하는 것은 EB발행보다 더욱 심각한 사안"이라며 "상호보유 주식은 서로가 서로의 경영권에 우군이 돼주면서도 기업가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유휴자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