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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노후를 원한다면 '연금이해력'이 우선"

  • 2021.05.10(월) 15:06

우리나라 직장인 연금이해력 40점대 낙제 수준

우리나라의 공적·사적연금을 모두 합하면 그 규모가 1454조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834조원, 퇴직연금이 256조원, 연금저축과 연금보험 적립금이 각각 152조원과 213조원에 이른다.

실제 개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2020년 2분기)에 따르면 가계의 금융자산 중 보험·연금이 31.9%를 차지했다. 현금흐름 기준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매년 국민연금에 450만원(급여의 9%), 퇴직연금에 415만원(급여의 8.3%), 연금저축에 400만원을 납입한다면 연간 납입액만 약 1265만원이다. 1년 중 2~3달치 월급을 연금으로 쌓는 셈이다.

반면 연금자산의 비중이 커진 만큼 연금에 대한 이해도가 깊진 않은 게 현실이다. 가령 국민연금은 의무가입이다 보니 개인이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고, 연금저축 역시 대부분 세제혜택 목적이다 보니 실제 운용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퇴직연금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관행적으로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하다 보니 관리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경우가 드물다. 연금의 양적 성장만큼 질적 성장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개인의 올바른 연금 활용을 유도하려면 '금융이해력'을 테스트하듯, 연금 가입자의 '연금이해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이해력은 금융이해력에서 차용한 개념으로 연금에 대한 지식과 연금 활용능력을 의미한다. 금융이해력이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금융 관련 개념에 대한 지식 등'을 뜻한다면 연금이해력은 노후소득 창출에 주된 목적이 있는 연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초라한 연금이해력, 연금자산 운용 장애물

자료 제공: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난 2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최초로 개발해 진행한 연금이해력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금이해력 부족을 잘 보여준다. 전국 30~59세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연금이해력을 조사했더니 100점 만점에 평균 47.6점에 그치면서 낙제 수준을 면치 못했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개인퇴직연금(IRP), 공적연금 외 기타의 부문으로 구성된 40개 테스트 문항 중 평균 19문항도 채 맞히지 못했다. 심지어 연금 수급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는 50대의 평균 점수도 50점을 넘기지 못했다.

연금이해력의 취약성은 연금 운용과 인출 단계 그리고 IRP 관련 지식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퇴직연금 및 IRP에서 투자·운용과 관련된 문항의 정답률은 20% 내외에 머물렀다.

이는 고질적인 퇴직연금 수익률 문제로 직결된다. 실제 연금자산의 80% 이상이 저금리 원리금보장상품에 치우쳐있다 보니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2~3%대를 맴돌고 있다. 연금이해력이 부족하다 보니 자산 운용도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연금을 납입할 때 필요한 지식의 정답률은 60~70%대인 반면 연금을 받을 때 필요한 지식의 정답률은 30~40% 수준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당수가 퇴직연금을 본래 목적인 연금으로 받지 않고 일시금으로 받는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연금 납입과 인출계획을 별도로 보고, 구체적으로 설계하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있다.

IRP 이해도도 39.2점에 불과했다. 연금저축 55.1점, 퇴직연금 51.7점, 공적연금 등 기타 44.5점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성적이다. IRP 이해도가 낮은 이유는 도입 역사가 짧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RP는 2017년 이후 가입 대상이 소득이 있는 개인 대부분으로 확대됐는데, 퇴직급여 수령 및 운용을 위한 핵심 연금 계좌로 서서히 자리 잡고 있어 향후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IRP의 경우 연금저축과 연계해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이해도도 낮은 편이었는데, 각 연금의 유기적 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 '노후자산관리' 통합 프레임으로 연금 이해 필요

연금을 활용해 노후생활의 토대를 든든히 하려면 근본적으로 연금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노후자산관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제혜택과 같은 좁은 프레임에 갇히면 노후자금 마련이나 장기 운용 성과와 같은 핵심 목표를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최우선적으로 '연금 운용 지식'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예금금리가 높던 시기에는 원리금보장상품만으로 운용이 가능했지만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높이려면 장기투자 상품 편입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연금 투자를 위한 기본지식은 물론 다른 금융상품과 세제적 차이나 장기연금 투자의 특징 등에 대한 지식도 쌓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금상품이 다양하고 복잡한 만큼 연금 간 유기적 관계에 초점을 맞춘 통합적 관점도 필요하다. 노후를 효과적으로 준비하려면 한 가지 연금만으로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금액도 모자라지만 각 연금마다 기능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연금보험은 종신형으로 수령하면서 장수위험에 대응할 수 있고, 연금저축펀드와 IRP는 적극적인 운용으로 물가상승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다양한 연금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활용하는 전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연금 인출단계의 지식을 강화하면 연금체계 이해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연금 납입이 '입구관리'라면 연금의 인출과 사용은 '출구관리'에 해당한다. 연금의 납입부터 인출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로드맵을 먼저 그려두어야만 연금 운용 도중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출 단계의 연금수령액 등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달성 확률이 커진다. 수명 연장으로 은퇴 후 삶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출 단계에서 연금자산 운용도 필수가 된 만큼 이에 따른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 부족한 연금이해력, 행동경제학적 '넛지'로 보완 필요

개인의 연금이해력도 중요하지만, 연금이해력이 높지 않은 사람도 연금을 잘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디폴트옵션이나 자동운용상품과 같은 행동경제학적 '넛지' 활용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연금 선진국에서는 이미 각각 'QDIA', 'MySuper' 등의 디폴트상품을 도입해 연금에 대해 잘 모르는 가입자도 투자 선택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만 적격 디폴트상품은 단기 원리금보장상품이 아닌 TDF와 같이 생애설계에 부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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