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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보호 한다더니…헤지 수단 없앤 금소법

  • 2021.05.28(금) 06:50

[불통! 금소법]랩상품 인버스ETF 편입 금지
하락장서 속수무책…고난도 규제 불만 커져

한 증권사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기자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로 랩(wrap) 상품 운용 시 인버스ETF 편입이 어려워졌다는 하소연이다. 인버스ETF는 증시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여서 랩 상품을 운용할 때 위험관리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 당시 A씨는 일임형 랩 어카운트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면서 주식 보유분만큼 인버스ETF 비중을 늘려놓은 덕분에 하락장에서도 손실을 상당부분 방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규제로 하락장에선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가 오히려 투자자 보호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랩어카운트(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인버스·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헤지(hedge)가 어려워지면서 하락이나 조정장에서 수익률 방어가 어려워졌다.

사모펀드 대안된 증권사 랩어카운트

라임과 옵티머스 등 일련의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최근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랩 상품이 자산관리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내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고는 138조4706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132조5278억원과 비교하면 올 들어 6조원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랩 계좌의 고객 수는 175만 명에서 182만 명으로 7만 명정도 늘었고, 계약 건수도 195만 건에서 201만 건으로 6만 건가량 증가했다. 

랩어카운트란 증권사가 고객의 일임에 따라 고객 돈을 대신 굴려주는 상품이다. 하나의 계좌에서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여러 유형의 자산을 고객 입맛에 맞춰 운용할 수 있다. 사모펀드와 달리 운용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할 경우 투자자가 구체적인 운용 지시도 할 수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증권사 랩도 고난도 규제 타격

그런데 최근 고난도 금융상품 규제를 강화하면서 랩 상품 운용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비즈니스워치가 최근 랩 상품을 운용하는 증권사들의 인버스·레버리지 ETF 편입 여부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증권사들이 랩 상품 내 인버스·레버리지 ETF 편입을 금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부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 녹취·숙려제도를 의무화했는데, 인버스·레버리지 ETF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 탓이다.

그간 랩을 운용하면서 인버스ETF를 주요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활용해온 랩 운용 부서에선 당혹감을 표현하고 있다. 장기적인 하락장에선 주식이나 채권 비중을 줄이는 방식을 대응할 수 있지만 단기 조정장에선 인버스·레버리지 ETF 외엔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어서다.

한 증권사 랩 운용부서 관계자는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낼 수 있는 인버스ETF는 조정장이 예상될 때 주 리스크 관리 수단"이라며  "최근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로 내부적으로 랩 상품 내에서 인버스ETF 투자를 금지하는 지침을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현재 랩 상품 내 레버리지·인버스ETF 편입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인버스를 통한 리스크 관리의 효용성보다 녹취·숙려제도 적용에 따른 비용이나 업무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증권사에선 랩 상품을 투트랙 전략으로 운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인버스·레버리지ETF를 전혀 편입하지 않는 상품과 함께 인버스·레버리지ETF를 자유롭게 편입할 수 있도록 애초부터 고위험 투자상품을 별도로 구분해 운용 제한에서 벗어나려는 취지다. 이 경우에도 당장엔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영업점 불만 폭주…"위험관리 수단 사라져"

증권사 영업점 PB(프라이빗뱅커)의 반발은 더 크다. 인버스ETF 등을 활용하면 훨씬 더 효과적인 위험관리가 가능한데, 본사가 일괄적으로 편입 금지 지침을 내리자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랩어카운트는 크게 본사에서 운용하는 본사운용형 랩과 지점운용형으로 나뉜다. 지난 3월 말 기준 지점운용형 랩은 계약자 수 3만6972명, 계약자산(평가금액) 7조560억원 수준으로 그 규모가 적지 않다. 

또 다른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의 취지가 투자자 보호를 내세우고 있는데 정작 현실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더 어렵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증시 하락이나 폭락장에서 유용한 위험관리 수단이 사라져버린 탓에 장이 빠지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단순히 레버리지, 인버스ETF는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는 식으로 원천 차단하는 접근법은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에 따른 필수 요소인 위험관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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