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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커진 펀드 시장, 속내는 '글쎄'

  • 2021.07.12(월) 06:10

MMF·채권형 주도 설정액 700조대
국내 주식형 자금 유출은 여전해
ESG·공모주 관심 확대는 긍정적

올 상반기도 펀드 시장은 마음 놓고 웃지 못했다. 얼핏 몸집은 커진 듯하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펀드 하면 대다수가 떠올리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부진은 계속됐다.

그나마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공모주 등 투자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투자 테마가 부각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김기훈 기자 core81@

MMF·채권형 주도 설정액 700조 돌파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체 펀드 설정액은 750조9780억원으로 작년 말 691조8064억원에 비해 8.6% 늘어났다. 펀드 설정액이 7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상반기 기준으로는 2008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다.

펀드 시장의 덩치를 키운 일등공신은 머니마켓펀드(MMF)다. 이 기간 MMF 설정액은 125조8998억원에서 142조824억원으로 12.9% 늘어났다. 채권형 펀드 역시 성장세를 도왔다.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117조1001억원에서 132조5709억원으로 13.2% 증가했다. 

MMF와 채권형 펀드의 활약에 힘입어 외형은 커졌지만 그렇다고 펀드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단정 짓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MMF는 단기 자금을 운용하거나 예치할 때 주로 활용하는 투자수단이다. MMF 설정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코로나19에 맞서 정부가 푼 대규모 정책자금과 증시 활황에 따른 대규모 투자자금이 유입된 영향이 크다. MMF 규모가 커진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시중 자금이 잠시 대기하는 정류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

채권형 펀드의 경우에도 법인과 기관이 증시 상승으로 높아진 주식 비중을 조정하고자 자산을 재배치하면서 자금 유입이 확 늘어났다.

국내 주식형 외면은 여전…펀드 출시도 뜸해

우리가 흔히 펀드의 대표격으로 여기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부진은 여전하다. 올 상반기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3조9252억원이 빠져나갔다. 자산운용업계로선 영 반갑지 않은 5반기 연속 순유출이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 5월 3360억원이 들어온 것을 빼고 매달 자금이 유출됐다. 1월의 경우 기관의 자산 배분 여파로 한꺼번에 2조1598억원이 나가기도 했다. 

펀드 환매가 계속되면서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순자산이 1조원을 넘는 펀드는 1조4000억원 규모의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유일하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이처럼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것은 사상 유례없는 증시 활황이 가장 큰 배경이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에도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시가 호조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 주식형과 인덱스 주식형 펀드에 대한 이익 실현이 늘어나면서 설정액이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의 증시 쏠림 현상으로 펀드 시장이 상대적으로 외면받으면서 펀드 신상품 출시도 예년보다 뜸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신규 펀드 수는 583개로 지난해 하반기 780개는 물론 상반기 677개보다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ESG·공모주 펀드 발길 늘어…분위기 개선 기대

이런 와중에도 희소식은 있다. 똑똑해진 투자자들이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해외 주식형 펀드를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잦아지는 추세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해외 주식형 펀드들은 ESG나 메타버스(metaverse)처럼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급부상 중인 테마형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국내 주식형 펀드와 상반되게 올 들어 해외 주식형 펀드로는 2조1783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들어왔다.

'기업공개(IPO) 대박'을 노리는 공모주 펀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한 IPO 광풍이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에도 전해지면서 공모주 펀드는 이른바 대세 투자 상품 중 하나로 부상했다. 올 들어 국내 혼합형 펀드 설정액이 3조7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은 공모주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직접적인 이유로 꼽힌다.

퇴직연금 성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산운용사가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알아서 운용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로도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연초 이후 TDF 설정액은 1조7000억원 늘었다. 

운용업계 전문가들은 펀드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여전히 녹록지는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있다고 전망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같은 변수가 존재하긴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완화하면서 분위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우려 완화 등으로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사모펀드와 해외 펀드의 성장이 개선될 것"이라며 "아울러 공모주와 ESG 펀드 등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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