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주식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펀드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다.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환매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투자 매력을 크게 어필하지 못하면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공모펀드가 국민 자산증식을 위한 대표적인 장기투자 수단인 만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모펀드 존폐 걱정까지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공모펀드 시장 규모(MMF 제외)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145조원에서 173조원으로 28조원(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판매 규모는 141조원에서 121조원으로 오히려 20조원이나 감소했다.
반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규모는 이 기간 4조원에서 52조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사모펀드와 파생결합증권(ELW·ETN 제외), 증권사 랩 어카운트 상품도 연 평균 29~50%씩 성장하면서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공모펀드의 부진은 투자자들의 외면 탓이다. 실제로 최근 10년동안 공모펀드 시장에서 순유출된 자금만 30조원을 훌쩍 넘는다. 그만큼 공모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젬마 경희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는 "공모펀드가 투자 매력을 상실한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시장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라고 설명했다.
부진의 늪에 빠진 이유는
공모펀드가 부진의 늪에 빠진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수익률을 꼽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따른 트라우마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수익률 측면에선 ETF가 훨씬 더 낫다. 상대적으로 환금성도 떨어진다. 세제혜택 등을 고려하면 공모주 펀드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같은 특수목적 상품이 더 매력적이다.
따라서 자산운용업계 스스로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투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젬마 교수는 "최근 주식형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좋은데 차별화된 운용 전략보다는 시장 전반이 오른 덕분"이라며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에 부응할 수 있도록 펀드매니저를 비롯해 자산운용업계 전반의 역량을 강화할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식시장 급락 등에 따른 트라우마도 공모펀드 투자를 막는 걸림돌로 꼽힌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모펀드의 부진은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유출되는 데 따른 것인데, 국내와 해외 주식형펀드의 최근 3년 성과를 보면 46%와 48%로 대동소이하다"면서 "국내 공모펀드가 유독 부진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큰 손실을 본 트라우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한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40%에 달했다. 다음 해인 2009년 50% 넘는 수익률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당시 훼손된 투자심리를 되돌려 놓지는 못했다.
공모펀드 시장 되살리려면
ISA나 퇴직연금과 같이 개인들의 자체적이 자산 운용이 어려운 영역에서 공모펀드의 활용도가 높은 만큼 지금이라도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적인 방안으론 세제 혜택이 꼽힌다.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공모펀드 등에 대한 소득세 과세 기준을 완화해주면 확실한 인센티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젬마 교수는 "2023년부터 주식과 펀드 수익을 합산해 5000만원 이상이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면서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공모펀드에 대해선 소득세 합산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세제 혜택을 고려해볼만 하다"라고 말했다.
펀드 수수료 체계 개편도 투지심리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란 조언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판매사와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면 좋은 펀드가 잘 팔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좋은 펀드를 판매하려는 노력과 함께 금전적인 인센티브 체계를 조정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행 판매 수수료 체계를 보면 판매사는 해당 펀드에서 보수를 떼는 구조다. 따라서 A펀드는 판매 잔액의 1%를, B펀드는 0.5%를 수수료로 주면 판매사 입장에선 당연히 A펀드를 더 많이 팔려고 할 수밖에 없다.
권 연구원은 "대표적으로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 남아공 등이 판매보수 수취 방식을 변경해 판매 경쟁을 촉진한 바 있다"면서 "해외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 공모펀드 시장을 더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적인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