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50인 이상의 불특정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영하는 공모펀드(Public Offering Fund) 제도 개선에 나선다. 공모펀드는 중수익‧저위험이라는 장점이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엔 사모펀드에 비해 안정적이다. 하지만 낮은 수익률로 인해 투자매력이 떨어져 공모펀드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공모펀드 시장 침체를 막고 투자활성화를 위해 펀드를 운영하는 기관 및 상품유형, 투자인프라 등 전반적인 공모펀드 환경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3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이 모인 가운데 공모펀드가 일반 국민들의 대표적인 투자수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이는 제도개선 내용을 발표했다.
예금과 비슷한 수익률, 외면 받는 공모펀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공모펀드는 높은 투자자 접근성과 투자자보호 규율을 갖춘 대표적인 간접투자수단"이라며 "우리나라 공모펀드는 국민 투자수단으로 자리매김 해왔으나 현재는 그 성장이 정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공모펀드 시장의 정체는 자산운용사들이 수익창출이 쉬운 ETF에 주력하고 판매회사는 판매보수가 높은 펀드만 추천하는 등 각 시장참여자들의 행동유인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공모펀드 규모(머니마켓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는 2010년 127조원에서 2015년 114조원, 2019년 112조원, 2022년 102조원, 2023년 9월 기준 100조원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투자자들이 공모펀드를 외면하는 가장 큰 요인인 낮은 수익률도 문제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 9월까지 공모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36%로 이는 같은 기간 정기예금 수익률인 2.12%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5월 펀드가입자 1000명 및 비가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가장 큰 고려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예금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 공모펀드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판매보수 경쟁촉진…판매사‧운용사 책임 강화
이에 따라 금융위와 유관기관들은 크게 △기관 △상품 △인프라 측면에서 공모펀드 시장을 대대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먼저 기관은 펀드 운용사와 판매회사, 관계업무회사(자본시장법상 일반사무관리회사, 펀드평가회사, 채권평가회사를 총칭)의 책임성을 강화한다.
기존에는 판매회사가 펀드 재산에서 일률적으로 판매보수를 지급 받아 왔다. 문제는 어떤 펀드에 투자하든 판매회사들은 일률적으로 동일한 판매보수를 받아왔기 때문에 판매회사 간 경쟁의식이 떨어지고 투자자가 판매보수의 개념을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웠다.
이에 금융당국은 판매보수를 입출금 계좌에서 투자자로부터 직접 판매보수를 수취하는 별도 유형(판매보수의 외부화)을 신설해 투자자의 비용인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바꿀 예정이다. 아울러 판매보수가 외부화된 펀드에는 펀드성과와 연동한 판매보수를 허용해 성과가 낮으면 판매보수도 인하하는 등 판매회사의 책임도 강화한다.
자산운용사의 대체투자 및 상장지수펀드(ETF)운용에 대한 책임성도 강화한다. 펀드 재산으로 부동산 등 대체투자자산에 투자하는 경우 가령 연 1회 이상의 주기적인 가치 평가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에게 자산가치 변동을 적시에 알리고 평가를 담당하는 평가위원회는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한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키도록 할 방침이다. 또 투자자가 ETF 수수료 항목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약관광고 심사실무도 개선한다.
더불어 그동안 최소한의 규율만 적용 받아 온 펀드 관계 업무회사에게도 업무보고서 제출의무를 신설하고 내부통제 및 이해상충 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공모펀드도 ETF처럼 상장거래 추진
금융위 등 유관기관은 기관혁신과 함께 공모펀드 상장거래 및 상장공모펀드 법제화 추진을 통해 상품 혁신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공모펀드는 가입(매수)과 환매(매도) 절차 및 기간이 일반 주식대비 복잡하고 길어서 ETF 대비 투자를 고려하는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해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모펀드의 상장거래를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공모펀드 상장거래를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거래 편리성을 높이고 판매수수료 및 판매보수 절감 효과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상장공모펀드의 법제화도 추진한다.
아울러 혁신적인 상장지수펀드(ETF) 또는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이 나오는 경우 유사상품의 상장을 일정기간(6개월) 제한해 혁신상품 개발을 촉진하는 신상품 보호제도가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도 개편한다.
현행 정량평가 방식을 정성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고 신상품 심의회 운영을 통해 사실상 활용하지 않고 있는 신상품 보호제도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중복보수 최소화 등 일정한 규율을 전제로 ETF의 재간접부동산투자기구(상장 재간접 리츠 및 리츠 재간접 ETF) 투자를 허용함으로써 대체투자 상품이 부족한 ETF의 다양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핀테크 업체도 공모펀드 비교‧추천업무 가능
금융당국 등 유관기관은 펀드 산업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혁신도 추진한다.
먼저 투자자와의 접점인 펀드 판매와 관련해 핀테크 업체의 공모펀드 비교‧추천 업무를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허용한다. 일정 요건을 갖춘 업체에 대해 펀드 비교‧추천 서비스도 허용한다.
아울러 펀드 운용의 주요 의사결정을 위해 개최하는 수익자총회 운영의 전 과정을 전자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익자총회를 대면으로 진행하면서 의결정족수가 부족한 사태가 빈번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문화 확산에 대응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수익자총회 소집통지, 의결권 위임 및 행사, 전자수익자총회 개최 등 전자화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간접적으로 판매해 온 외국펀드도 판매 전 사전등록 대상으로 포함해 규율대상으로 넣을 예정이다. 또 전문투자자만 대상으로 판매해 온 외국펀드의 등록요건을 합리적으로 간소화해 신속한 판매등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공모펀드가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국민들의 재산증식 수단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며 "업계에서도 공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를 다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김소영 부위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가로막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고 무차입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과 공정성 회복을 위한 전향적인 제도개선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