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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TF 교차상장,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 2021.09.03(금) 13:00

[금융권 탁상행정]①
국내 중국 관련 ETF만 26개
수요 없는 치적 쌓기용 비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줄만 알았던 '탁상행정'이 금융권에선 지금까지도 비일비재한 모습이다. '펀드 패스포트'부터 '중국 ETF 교차상장', '독립금융자문업자'에 이르기까지 일부 금융정책이 실무를 이행해야 하는 현장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당국 주도로 이뤄지면서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편집자]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 주도로 중국 상장지수펀드(ETF) 교차상장이 추진되면서 이르면 연말부터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ETF에 대한 직접투자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정작 자산운용업계는 이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활성화 여부는 미지수다.

국내에 이미 중국 ETF가 다수 상장돼 있어 교차상장의 실효성이 낮은 데다 재간접 형식으로 운용되는 만큼 투자자에게 오히려 수수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연말부터 중국 ETF 직접투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자본시장법 시행규칙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통해 중국 시장에 상장된 ETF도 국내 등록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상장 방식은 교차상장 형태다. 상대국 ETF에 100% 투자하는 자국 ETF를 각각 상장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ETF에 100% 투자하는 국내 ETF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면 중국 ETF가 한국 증시에 상장한 효과를 동일하게 낼 수 있다. 

이번 법 개정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중 자본시장 협력 사업'은 순조롭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거래소는 지난 5월 상하이거래소와 ETF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이미 다 있는데…활성화는 '글쎄'

하지만 정작 해당 업무 주체인 운용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중국 ETF 교차상장이 업계는 물론 국내 투자자에게도 별다른 메리트로 작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관련 ETF가 이미 국내 시장 내에 충분한 상황으로 중국 ETF 교차상장에 대한 실익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상장된 중국 ETF의 수는 총 26개로 국내 전체 ETF(502개)의 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ETF는 중국 대표 지수인 CSI300지수, A50지수, 홍콩항셍지수(HSI), 홍콩 H지수(HSCEI) 등을 다양하게 추종하고 있어 중국 내 여러 기업에 대한 커버리지도 높은 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에는 이미 중국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많다"며 "어차피 중국 주요 ETF라면 추종지수가 CSI300이나 A50, HSI 등으로 동일할텐데 기존에 상장된 중국 ETF와 차별성이 크게 없다면 굳이 교차상장 ETF를 찾는 투자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현지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ETF 교차상장 정책에 대한 분위기는 달갑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운용사가 국내에서 펀드를 등록·판매하려면 금융위원회에 역외펀드 등록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법무법인 선임과 등록 서류 작성 대행 등 제반 비용이 많이 발생해서다. 운용업계는 통상 해외 운용사의 역외펀드 등록 시 7000만~9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투자자 비용 측면에서도 중국 교차상장 ETF의 효용성은 떨어진다. 교차상장은 중국 ETF를 국내 운용사가 100% 투자해 만드는 재간접 펀드 형태로, 한·중 운용사의 보수가 이중으로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중국 운용사와 국내 운용사에 각각 운용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전형적 탁상행정 비판도

일각에선 이번 중국 ETF 교차상장을 두고 금융당국의 전형적인 치적 쌓기용 탁상행정이라며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거래소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금융위도 자본시장법 개정까지 하면서 중국 ETF 교차상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운용업계 입장에선 별다른 실익이 없어도 (거래소와 금융위) 눈치 때문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펀드 교차판매 제도를 도입한 이후 관련 실적이 없어 민망한 상황이었다가 중국 ETF로 생색을 내는 것으로 안다"며 "실효성도 미미한 상황에서 추진하는 중국 ETF 교차상장은 정책당국과 거래소의 실적 쌓기이자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보탰다. 자본연 관계자는 "투자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점에선 좋은 시도"라면서도 "국내 ETF도 테마형은 워낙 인기가 없는 상황인데 중국 대표지수 추종 ETF가 아닌 테마형 ETF가 잘 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은 긍정적인 면을 봐달라는 의견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국 ETF 교차상장은 중국 ETF를 국내에서 판매함으로써 국내 투자자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에 더해 마찬가지로 국내 운용사도 중국 증시에서 국내 ETF를 등록·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며 "게다가 중국 ETF 교차상장은 국내 운용사들에게 강제되는 것이 아닌 만큼 수요가 있는 운용사만 참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ETF 교차상장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 여부를 단정 짓긴 어렵다"며 "추후에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판매가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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