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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하락장' 기관들도 외면하는 공모주

  • 2022.10.18(화) 06:45

골프존커머스 등 잇달아 증권신고서 철회
수요예측 부진·급랭된 기관 투심 영향

하락장 공포로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심리가 급랭한 가운데 기관마저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당장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기대를 모은 골프존커머스와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지난주 나란히 이번 공모를 철회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 탓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개인투자자 못지않게 기관들의 옥석 가리기가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다. 앞서 기대를 모았던 쏘카와 더블유씨피(WCP) 등이 증시 입성 이후 주가가 고꾸라지며 기관의 손실이 불가피하게 된 점도 이에 대한 설득력을 높인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무서운 기관…하반기 대어 2곳 동시에 IPO 철회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프존커머스와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지난 13일 일제히 IPO 철회신고서를 냈다. 골프산업 호황과 모바일 게임 '오딘'의 흥행 등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이들 두 기업이 IPO 완주를 중도 포기한 것이다. 

이들에게 기관의 벽은 높았다. 먼저 골프존커머스는 철회 직전 거래일까지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공모가 희망범위(1만200~1만2700원) 최하단 밑에서도 기관의 러브콜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하기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골프용품을 유통하는 골프존커머스는 최근 업황 호조로 실적이 뛰면서 몸값을 높인 이력이 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33.4% 증가한 1975억원, 영업이익은 47% 급증한 17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앞서 상장예비심사 당시 공모가 희망범위는 9000원~1만원으로 최근 상단 기준 27%나 낮았다. 

그러나 이런 호실적에도 기관은 회사가 제시한 가격으로는 상장 이후 차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증시 침체도 문제지만, 골프시장 전망이 어두워진 것도 크다. 앞서 20~30대 골린이(골프+어린이)를 필두로 골프산업이 급성장하기는 했지만, 최근 경기가 둔화되면서 소비 위축세가 보다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큰 비용이 드는 골프는 경기 상황이나 소득, 소비 성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경기침체 우려가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최근 상황은 골프존커머스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지 2주일여 만에 앞서 제출했던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경우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오딘'의 원게임 리스크 등이 부각돼 온 터였다. 이에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회사 측은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고금리에 약화된 조달여력…손실 선례 탓

IPO 기업들이 이처럼 기관의 눈치를 살피는 까닭은 고금리 기조 속에서 기관의 자금조달 여력 자체가 예전 같지 않아서다. 연초만 해도 연 1.25% 수준이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이달 연 3.0%에 들어섰다. 금리가 1년도 안 돼 두 배가 된 것이다. 기관의 자금조달 금리도 같이 뛰었다. 그들의 공모주 판단 기준은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 

바닥을 알 수 없는 하락장이 계속되면서 공모주 투자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증시 환경도 기관이 몸을 사리는 이유로 꼽힌다. 상장 이후 지금까지 종가가 단 한번도 공모가를 상회하지 못한 쏘카와 WCP 두 기업이 대표적이다. 

실제 쏘카는 지난 8월22일 공모가와 시초가가 동일한 2만8000원으로 증시에 입성했지만 이후 종가는 이 가격을 한번도 뛰어넘지 못했다. 상장 첫날과 이튿날 장중에는 주가가 2만9000원대를 터치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잠시 뿐이었다. 쏘카 IPO 당시 기관에 배정된 미확약 물량은 전체의 99%에 이르는 1억1204만8300주였다. 

WCP는 상장 이후 종가는 물론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공모가 6만원을 돌파한 적이 없다. 기관 미확약 물량은 전체의 83%가 넘는 445만6093주였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이라면 상장 이후 매도 시기와 상관없이 대거 손실이 불가피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뛰면서 시중 돈줄이 말라가는 만큼 공모주를 향한 시선은 예전처럼 관대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기관의 공모주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굳어지는 분위기"라며 "일각에서는 공모주 시장 활황때 개인 배정 물량을 늘려 놓은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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