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공시줍줍]빚 갚기위해 자사주 처분하는 '테라사이언스'

  • 2023.01.31(화) 06:40

자사주 600만주 활용 교환사채 발행.. 총발행주식 6.8%
과거 사업다각화위해 맺은 계약취소로 확보한 자사주

중장비, 산업용차량, 농업용 기계 등에 쓰이는 관이음쇠(파이프, 호스 연결부품)를 제조하는 테라사이언스가 지난 20일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어요. 

▷관련공시: 테라사이언스 1월 20일 주요사항보고서(전환사채권발행결정)

테라사이언스는 동시에 자기주식을 처분한다는 공시도 올렸는데요. 

▷관련공시: 테라사이언스 1월 20일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 

교환사채는 영어로 'Exchangeable Bonds'로 채권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회사가 보유한 주식으로 바꿔갈 수 있는 채권이에요. 따라서 교환사채를 발행한 회사는 채권자의 교환 요구에 대비한 주식(자사주 또는 타법인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요. 

테라사이언스가 교환사채 발행결정 공시를 올리면서 자사주처분 공시를 함께 올린 건 채권자가 원하면 회사의 자사주로 바꿔주기 위해서예요. 즉 아직까지 자사주를 처분한 것은 아니지만 채권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자사주를 내줘야하기 때문에 이 자사주는 사실상 소유권이 없다고 간주해 처분공시를 올린 것이죠. 

그럼 두 건의 공시를 테라사이언스 소액주주들이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볼게요. 

채무상환위해 148억원 교환사채 발행 

회사는 148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어요. 교환사채를 산 투자자는 제이비파트너스라는 곳. 테라사이언스나 회사 최대주주와는 연관성이 없는 곳으로 단순 시세차익 확보를 위해 이번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보여요.

시중금리가 높은 상황이지만 테라사이언스는 이번 채권의 이자율(표면이자율, 만기이자율)을 '0%'로 설정했어요. 채권자는 사실상 이런 고금리 시대에 이자 한 푼 받지 않고 테라사이언스에 돈을 빌려준 셈이죠. 다만 손해 보는 장사는 없는 법. 이자장사를 못한다면 채권자는 추후 주식으로 바꿔 시세차익을 확보할 목적으로 이번 채권에 투자했다고 봐야 해요.

채권자는 오는 6월 24일부터 주식으로 바꿔갈 수 있는데요. 테라사이언스는 보유중인 자사주 615만6875주를 교환대상 주식으로 정했어요. 자사주 수량은 채권 금액을 1주당 교환가액(2400원)으로 나눠서 나온 수치예요. 

교환대상 자사주 수량이 적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띄어요. 총 발행주식수 대비 6.86%에 달하는데요. 만약 제이비파트너스가 교환사채 전량을 주식으로 바꾸면 테라사이언스 최대주주인 블루밍홀딩스(지분율 11.13%) 다음으로 2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어요. 

회사는 이번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금액의 85%(125억원)를 경남은행으로부터 빌린 채무를 갚는데 쓸 예정이에요. 나머지 23억원 가량은 관이음쇠 등 제품제작을 위한 원재료 구매에 쓸 계획. 사실상 빚을 갚기 위해 이번 채권을 발행했다고 봐야겠죠. 

사업다각화 및 수익성 개선은 어디로?

테라사이언스 소액주주라면 이번 교환사채발행으로 사실상 처분수순을 밟은 자사주의 출처를 알 필요가 있는데요. 

지난해 2월 회사는 608만6951주의 자사를 취득했어요. 당시 자사주 취득금액은 약 134억원. 적지 않은 금액과 수량이었는데요. 

▷관련공시: 테라사이언스 2022년 2월 8일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취득결정) 

회사가 자금여유가 있어 갑자기 대량의 자사주를 취득한 건 아니에요. 2021년 1월 테라사이언스는 사업다각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미니LED부품 등을 만드는 CLS코리아라는 회사의 지분(230억 규모)을 취득할 예정이었어요. 회사는 CLS코리아 지분취득을 통해 디바이스 장치소재라는 신규사업에 진출하고 회사 실적을 더 개선하려 했어요. 

▷관련공시: 테라사이언스 2021년 1월 12일 주요사항보고서(타법인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결정)

하지만 계약 6개월 뒤인 2021년 7월 계약 상대방(CLS코리아 최대주주 등)의 귀책사유로 지분취득 계약을 취소했어요. 이후 회사는 계약금 일부는 돌려받았지만 미수금(140억원)은 작년 2월 자사주로 대신 받았어요. 이로 인해 테라사이언스가 대량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된 것이죠. 

다만 여기서 아쉬운 점은 이렇게 확보한 자사주의 활용방식이에요. 애초 회사는 사업다각화와 수익성 개선 목적을 위해 CLS코리아에 투자하려 했고 계약이 취소되면서 계약금을 돌려받는 대신 자사주를 확보했어요. 다만 이 자사주를 사업다각화와 수익성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이 아닌 채무상환을 위한 교환사채 발행 대가로 활용한 것이죠.  

회사가 채무상환을 위해 교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2019년, 2020년, 2021년 연속해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테라사이언스는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은 계속 이어졌지만 당기순손실은 흑자로 전환했는데요. 하지만 테라사이언스의 본업이 잘돼서가 아니라는 점. 본업이 잘됐다면 영업손실도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 맞아요.  

갑작스런 당기순이익은 테라사이언스의 자회사 테라테크노스의 지분을 팔았기 때문이에요. 테라테크노스는 실리콘 음극재를 만드는 스타트업. 테라사이언스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테라테크노스 지분 전부를 포스코홀딩스에 팔았어요. 이로 인해 갑작스레 기타수익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3분기(누적)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이죠. 

결국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총 발행주식수의 6.86%에 달하는 대량의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소각이아니 투자용이 아닌 빚 갚는 용도로 활용했다는 점. 그리고 교환사채를 추후 채권자가 주식으로 바꿔가면 대량의 매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점을 테라사이언스 소액주주들은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최근 테라사이언스 최대주주는 기존 블루밍홀딩스에서 씨디에스홀딩스로 바뀌었는데요. 이 회사는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인데요. 방위산업용 제어장치를 개발하는 휴센텍 지서현 부회장이 씨디에스홀딩스의 최대주주예요. 

씨디에스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오면서 향후 테라사이언스의 경영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죠.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