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이자장사 논란과 맞물려 증권사에도 수수료 및 이자율에 대한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한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금감원 수장인 이복현 원장이 다시 한 번 증권사 대표들을 만나 수수료 및 이자율 개선을 강조했다.
이복현 원장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 14개 증권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이복현 원장은 먼저 증권사들의 리스크관리 및 경쟁력 제고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부실이 현실화하고 단기자금시장 불안이 재발하는 등 잠재위험요인이 있는 만큼 증권사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증권산업이 외형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토큰증권 발행이나 유통 등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은 현재 증권사 유동성 및 건전성 리스크 발생 원인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제도개선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제도개선 로드맵에는 NCR(순자비본비율)제도 종합 정비, 스트레스 상황을 반영한 유동성리스크 관리 체계 등이 들어갔다.
이복현 원장은 증권사들에게 해외진출에 힘써줄 것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 현지법인을 설치하는 등 증권산업 글로벌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해외와 비교해선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증권산업 글로벌화에 힘쓰고 금감원도 해외 금융당국과 소통하며 제도적 걸림돌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원장은 증권사에 리스크 관리와 미래성장동력을 당부하면서 증권사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불합리한 관행개선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이 원장은 "투자자 신뢰는 증권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며 "증권업계 투자자 신뢰가 견고해 질 수 있도록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등 그동안의 업무관행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21일 증권사가 고객에게 부과하는 이자 및 수수료율 지급·부과 관행 개선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신용융자 이자율을 개선하도록 주문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 대표들은 금감원이 당부한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시장안정에 주력하겠다고 화답면서도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활로'도 열어달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표적인 은행업무인 법인지급결제 및 외환업무범위를 증권사도 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줄 것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증권사들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외국환 시장, 결제인프라 공정경쟁을 통해 국민 편익을 확대하는 것도 꼭 개선이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복현 원장은 "증권사 수수료 및 이자율 관행개선에 대해 증권사 대표들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라든가 개선방안 그리고 애로사항 등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법인지급결제 등 은행 고유 업무에 대한 제한을 풀어 증권사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이 원장은 "증권사 대표들이 법인지급결제 이야기를 꺼낸 것은 맞고, 이를 허용했을 때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에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해보자고 했다"며 "다만 은행처럼 증권사 내에도 너무 당연해서 존재자체도 느끼지 못할 칸막이(은행의 고유업무라고 인식하는 것들처럼)가 있는 것 아닌지 살펴봐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과의 간담회는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대표 ▲삼성증권 장석훈 대표 ▲하나증권 강성묵 대표 ▲KB증권 김성현 대표 ▲메리츠증권 최희문 대표 ▲키움증권 황현순 대표 ▲대신증권 오익근 대표 ▲교보증권 이석기 대표 ▲하이투자증권 홍원식 대표 ▲신영증권 황성엽 대표 ▲비엔케이투자증권 김병영 대표 ▲유진투자증권 고경모 대표 ▲SK증권 전우종 대표 ▲코리아에셋투자증권 기동호 대표 14개 증권사 대표가 참석했다.
다만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대표 등 일부 대형사 대표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일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