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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증시, 4분기 박스권 탈출 가능?…반도체 다시 '주목'

  • 2023.10.02(월) 09:00

주요 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투자전략팀장 4분기 전망
코스피 2400~2800 횡보…'고금리·고유가·고환율' 변수
반도체·인터넷 등 유망…유틸리티는 피해야 '한목소리'

상반기 거세게 휘몰아쳤던 2차전지 테마주 광풍이 시들해짐과 동시에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좀처럼 기운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4분기에 들어선 가운데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당분간 가파른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2일 비즈워치가 대신증권과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가나다순) 국내 주요 증권사 6곳의 리서치센터장과 투자전략팀장을 대상으로 4분기 증시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 결과 이들은 국제유가와 미국 기준금리, 중국 경제 등의 각종 변수를 고려할 때 국내 증시가 연말까지 박스권에서 완만한 등락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코스피 2400~2800 횡보 전망…테마주 장세는 탈피

리서치센터장과 투자전략팀장들은 대체로 4분기 국내 증시가 현 수준에서 횡보 또는 조정 국면을 보일 것으로 봤다. 증권가에서 하반기 들어 유의미한 반등을 기대하며 코스피 2900선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했던 분위기와는 온도차가 크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미국 금리 상승, 강(强)달러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증시는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 국가의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재고조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횡보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코스피는 2500~2800포인트 내 박스권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박스권 범위를 좀 더 낮게 잡았다. 이 팀장은 "코스피는 연말까지 2400~2700포인트 사이를 오갈 것"이라며 "다만 연말까지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위험 변수들의 영향력이 정점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포심리와 수급 불안 진정만으로도 되돌림 또는 정상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코스피가 2500선 초반이나 그 이하에서는 단기 밸류에이션 매력을 기반으로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채권금리와 환율 레벨이 올라온 만큼 강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부 전문가는 거시경제 환경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과 더불어 증시의 완만한 반등을 점쳤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인플레이션 안정 기조 속에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있어 거시경제 환경은 비교적 안정적일 것"이라며 "박스권과 테마주 중심의 시장 구도에서 탈피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국내투자전략 담당은 "한국 수출의 완만한 회복에 힘입은 증시 상승을 예상한다"며 "또 4분기를 마지막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국내 밸류에이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비즈워치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변수…중국 경기 방향성도 주목

전문가들은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변수로 달러 환율과 국제유가, 미국 금리 등을 거론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고환율과 고유가, 고금리가 증시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며 "미국 달러화는 실질 실효환율 기준으로 고평가 영역에 진입한 반면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한국 원화는 저평가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가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연장을 발표하고 일별 원유 생산량이 4개월째 감소하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회원국의 생산량은 4개월 연속 증가세"라며 "OPEC 회원국들이 사우디의 감산 결정에 동참할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금리에 대해선 정점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와 물가 등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을 곁들였다.

유종우 본부장과 이진우 팀장은 유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유 본부장은 "유가 상승은 지정학적 갈등과 산유국 이해관계가 모두 반영된 산출물"이라며 "유가가 높아지면 시장이 바라는 미국의 통화긴축 종료가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미중 갈등이나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은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유가의 경우 수요보다 공급 측면에 기인한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중국 경기와 그에 맞물리는 국내 기업 실적도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영환 담당은 "한국 증시 상승의 전제 조건은 기업 실적 개선"이라며 "중국이 경기 침체에 빠진다면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중국 경기의 방향성과 강도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팀장은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분기 대비 10조원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대에 걸맞은 실적이 나올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 팀장은 "만약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확인되고 향후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 코스피 상단을 제한하면서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인터넷·조선 유망…유틸리티는 피해야

4분기 유망 업종으로는 반도체가 첫 손에 꼽혔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김영환 담당은 "내년 수요 개선을 선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반도체가 유망하다"고 했고, 이경민 팀장도 "내년까지 장기 성장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가 유입될 것을 고려하면 반도체를 눈여겨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김 담당과 이 팀장은 반도체와 동시에 AI 모멘텀 수혜가 예상되는 인터넷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정유와 조선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유종우 본부장은 "정유와 조선은 유가 상승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만 실장은 "조선은 수출액 저점 형성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둘만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틸리티에 대해선 한목소리로 피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요금 규제 불확실성과 실적 하향 조정 등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종우 본부장은 "유틸리티는 운송 등과 마찬가지로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증폭될 수 있는 업종"이라면서 "부담을 떠안고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과 화학에 대해선 전망이 다소 엇갈렸다. 금융은 외부 변수에 영향을 덜 받는 고배당업종이라는 긍정적 평가에 맞서 금리 인하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화학의 경우 수출액 저점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좋게 해석됐지만 그와 더불어 유가 상승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픽=비즈워치

펀더멘털·실적 갖춘 대형 주도주 중심 전략 짜야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지수 상승세가 더디고 종목 장세가 전개되는 환경에선 공격적인 투자를 자제하고 수익률을 방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그런 점에서 펀더멘털이 탄탄하고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큰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는 전문가들이 반도체를 추천 업종으로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환 담당은 "2022~2023년과 같은 테마주 중심 장세가 계속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며 "수익성뿐 아니라 안정성까지 고려해 장기 보유 관점에서 우량주를 분할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경민 팀장은 "4분기에는 전략적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2차전지, 조선 등의 주도주를 사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주요국들의 재정·부양정책과 관련 법안이 집중돼 있는데다 2025년까지 기업 이익 개선 기여도와 모멘텀이 모두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시황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투자의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이재만 실장은 "높은 금리를 고려하면 성장 기업군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부채비율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채 투자 비중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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