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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메자닌 몰리는 기업들…올해 CB 발행액 4.4조

  • 2023.11.01(수) 09:00

올 10월 기준 CB 발행액 전년대비 4700억 증가
코스닥상장사 채무상환 목적 유상증자도 늘어나

고금리 장기화와 전쟁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금리부담을 낮추기 위해 메자닌 시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우량도가 낮아 이미 메자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온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채무상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식전환이 가능한 메자닌채권과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투자자들이 피해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환사채 발행액 전년 대비 4700억 증가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채권 발행액 변화/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코스콤에 따르면 10월30일 기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 기업들의 메자닌채권 발행액은 총 5조792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314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782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증가액 대부분은 CB에서 발생했다. 10월까지 기업들의 CB 발행액은 4조3826억원으로 지난해 3조9085억원 대비 4741억원 늘었다. 최근 금융당국이 CB를 활용한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해 발행·유통 관련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증가다. 

CB 등 메자닌채권은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구조의 채권인 만큼 발행회사는 일반적인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다만 과도한 발행·유통 시 일반 주식투자자의 지분가치가 희석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사모로 발행할 경우 관련 정보가 사전에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다. 더욱이 주식전환 시 전환가액이 낮을수록 적은 돈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이용되기도 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들이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금리부담을 낮추기 위해 메자닌 시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CB를 발행할 수는 있지만, 기존에 발행하지 않았던 우량회사들이나 상장 2~3년차에 발행했던 추세가 최근에는 1년차에 발행하는 등 메자닌 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닥 기업들 빚 갚는 용도로 유상증자

낮은 신용등급 탓에 은행 대출이 어려워 기존에도 메자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온 코스닥기업들은 채무상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CB발행 규제 강화로 유상증자가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30일 기준 코스닥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는 4조5092억원(진행건 포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2517억원 대비 2575억원 증가했다. 이날까지 유상증자 관련 공시는 지난해 294건에서 올해 340건으로 15.6% 증가했다. 

유상증자 규모 변화 및 코스닥시장 자금조달 사용처/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특히 신규사업이나 타법인 인수 등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금활용이 아닌 채무상환, 운영자금 활용 비중이 높아지는 점이 문제다. 올해 유상증자 중 단순 채무상환에 들어가는 자금은 4844억원(10.7%)으로 지난해 3712억원(8.7%) 대비 1000억원 이상 늘었다. 

운영자금은 2조7273억원(60.5%)으로 지난해(1조6839억원, 39.6%)와 비교해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전체 조달자금의 70% 이상을 빚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운영자금은 직원 월급이나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재료 매입 등 기본적인 회사 운영에 필요한 돈이다.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은 14.4%, 시설자금은 11.7%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메자닌채권을 발행한 기업 중 차환발행이 어려운 회사들이 유상증자로 채무상환이나 메자닌의 풋옵션(채권자가 회사에 채권을 다시 사가라고 요구) 행사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특히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대거 유상증자 러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빚을 지지 않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신주발행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고 매물이 대거 나올 경우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IB부문 관계자는 "메자닌을 처음 발행하거나 재정이 탄탄한 우량회사, 이차전지 등 성장섹터에 있는 회사들은 자금이 몰리는 반면 이외의 회사들에는 높은 금리, 각종 옵션, 리픽싱조항 등 기업에 부정적인 요소들이 추가되는 등 자금조달 시장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주주가치 희석, 주가하락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 참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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