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장수 CEO도 교체…긴장감 도는 증권가

  • 2023.11.22(수) 09:00

미래에셋 이어 메리츠증권도 장기연임 CEO 교체
한투·NH·KB 등 임기만료..내달부터 연임여부 결정

인사 시즌을 맞아 대형 증권사들이 사령탑 교체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창업 멤버인 최현만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최장기 최고경영자(CEO) 타이틀을 갖고있는 메리츠증권의 최희문 부회장도 증권 수장 자리를 내려놨다. 

회사의 외형 성장에 기여해 온 장기 CEO들이 거침없이 교체되는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둔 대표이사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은 내년 3월 안에 임기가 종료된다. 유난히 금융사고가 많았던 한해인만큼 내부통제 이슈로 평판에 타격을 입은 증권사 CEO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메리츠증권 14년만의 대표이사 교체

메리츠금융그룹 이사회는 지난 20일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주 그룹운용부문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최희문 부회장은 2025년 3월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차기 대표이사로는 장원재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장이 내정됐다.

최 부회장은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장기 CEO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금이 합병되던 해인 2010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13년간 회사를 이끌어왔으며, 2018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후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이사의 12년 9개월 재임 기록을 깨고 최장수 CEO에 등극했다. 

최 부회장이 이끌어온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며 안정적인 실적 상향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엔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에 선순위 투자를 중심으로 실적 뿐 아니라 리스크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메리츠증권은 또 다른 주력 분야인 사모 메자닌 투자에서 담당 임직원의 불공정거래 정황이 포착되는 등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특히 상장폐지 직전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처분한 건과 관련해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지며 최 부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언대에 서기도 했다. 

다만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번 인사이동과 관련, 금융지주 통합과정에서 이뤄진 인사라는 설명이다. 앞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년간 경험을 통해 증권, 화재를 하나의 북으로 통합운영하면 추가 효율을 올릴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발견했다"며 "권역별 규정 준수와 안정성 확보를 전제하고 조만간 변화를 그룹 조직개편과 인사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있다. 미래에셋이 시작한 세대교체... 키움은 논의중

메리츠증권에 앞서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경영진 세대교체 시작을 알렸다. 미래에셋그룹을 초기부터 이끌어 온 최현만 회장은 지난달 대표이사직에서 용퇴해 고문 역할을 맡기로 했다. 최현만 회장 역시 2016년부터 증권 대표이사 자리를 지켜온 장수 임원 중 하나였다.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의 뒤를 이을 차기 대표이사직에는 김미섭 부회장이 먼저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달 6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허선호 부회장, 전경남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 중 한 명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른 키움증권도 이사회에서 CEO 교체를 논의 중이다.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사임 의사를 표했으나, 지난 16일 이사회는 황 사장의 거취 결정을 보류하고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증권사 CEO 임기 만료 예정일/그래픽=비즈워치

사건사고 연루된 증권사 CEO '긴장'

이러한 기류 속 현직 CEO들의 연임 여부도 관심이다. 5연임에 도전하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4연임 중인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은 내달 임기 만료 예정이다. 9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신 SK증권 사장을 비롯해 6년째 사령탑을 쥐고 있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이 밖에 한 차례 이상 연임한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박봉권 교보증권 사장,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 김병영 BNK투자증권 사장 등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증권사 이사회는 주로 내달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대신증권은 이르면 이달 말 임원인사를 진행한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12월 초중순에 진행할 가능성이 유력하며, KB증권은 12월 말 금융지주에서 계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12월 임추위를 열고 2월 초쯤 후보를 결정한다. 하이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내년 2월 연임 여부를 정할 전망이다. 

이중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경우 금융당국발 CEO 징계 수위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정영채 사장과 박정림 사장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는데,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정례회의를 열고 징계 수위를 확정한다. 만일 금감원의 제재 수준이 유지될 경우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하다. 

사건, 사고에 연루돼 내부통제를 지적받은 중형사들도 안심하기 힘들다. 교보증권은 차액결제거래(CFD) 현장검사를 통해 임원 배임 정황이 적발됐다. 하이투자증권은 PF '꺾기' 논란이 제기되며, 홍원식 사장이 국감장에 나와 직접 해명에 나서야 했다. SK증권은 애널리스트 외압 관련해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한양증권은 올초 PF 담당 임원의 배임 혐의로 금감원 검사를 받았으며, 금감원은 수사기관에 해당 건을 고발했다. 

그나마 대표이사직에 오른지 몇년 안된 CEO들은 연임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2022년 대표이사직에 올라 올해부터 전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과 전우종 SK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올초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