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에 이어 틱톡 사용을 제재하자 이번에는 중국이 애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고 나섰다.
애플로선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시장에서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주가도 휘청거리고 있다. 빅테크 대장주인 애플 쇼크에 기술주 전반의 투자 분위기에도 먹구름이 끼는 모습이다.
다음 주에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완화하는 듯 보였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모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화웨이·틱톡 뺨 맞은 중국 "아이폰 쓰지마"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갈등의 불똥이 애플로 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미국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공무원들에게 업무용 기기로 애플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 브랜드 기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아이폰 금지령'이 국영기업과 정부 지원기관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명목이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국이 자국 안보를 저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중국의 화웨이와 틱톡 사용을 금지한 데 따른 보복 조치 성격이 강하다. 또 화웨이가 중국 내 자체 설계와 생산을 통해 신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선보인 시기와 맞물리기도 한다.
애플은 미중 간 무역 갈등과 패권 전쟁 심화 속에서도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등 친중 행보를 보여왔던 터라 중국 정부의 강경한 조치에 더 당황하는 눈치다. 애플은 전체 매출의 19%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 역시 애플 쇼크에 놀라긴 마찬가지다. 이에 애플 주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 공무원들의 아이폰 사용 금지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일(현지시간) 전날보다 3.6%가량 급락한 데 이어 다음 날에는 사용 금지 조치가 공공영역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에 3% 가까이 더 빠졌다. 시가총액은 불과 이틀 새 1897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3조원이 증발했다. 8일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이는 단기 급락에 다른 반발매수 성격이 강하다.
기술주 대장 노릇을 하는 애플의 위기는 기술주 조정에 더해 미국 전체 주식시장의 부진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중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맞서 미국 정부가 어떤 대응에 나설지가 변수다.
8월 물가지표 주목…유가 상승 영향 불가피
연준이 긴축 행보를 결정하는 데 있어 주로 참고하는 소비자물가지수(8월)가 다음 주 공개된다.
블룸버그는 8월 헤드라인(변동성과 상관없이 모든 지표 포함)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은 이보다 높은 3.84%를 전망치로 제시한 상태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의 경우 블룸버그와 클리블랜드 연은이 각각 4.3%, 4.29%로 비슷하게 보고 있다.
지난해 기저효과가 조금씩 희석되면서 6월에 저점을 찍은 물가 상승률이 7월에 이어 8월에도 조금씩 올라오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처럼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으나 하반기에 지그재그 형태의 궤적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준이 목표로 둔 2%를 향한 경로가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는 얘기다.
특히 물가 안정의 걸림돌은 유가 상승이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인위적인 공급 축소에 나선 상황에서 중국은 부동산 시장 부진에도 꾸준히 원유 수요를 늘리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수급을 살펴보면 수요 측면(미국은 견조하고, 중국은 거시경제 전체로 원유 수요가 줄지 않음)에선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속도가 느리게 진행하고 있다"며 "공급 측면(산유국 감산 연장과 미국의 전략적 비축유 소진)에선 인플레이션을 높일 리스크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