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이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안갯속에 휩싸인 미국 주식시장에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 가능성까지 등장했다.
셧다운은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악재다. 여기에 예산안 통과를 둘러싸고 반복되는 잡음은 미국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증시 변동성 확대를 유의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 연방정부 업무 일시 중단?…국채금리는 '널뛰기'
앞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유지 의지를 확인하면서 눈에 띄게 약화한 투자심리는 연방정부의 셧다운 임박설에 더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주 장중 한때 4.688%까지 치솟으며 2007년 10월15일 이후 최고치를 쓰기도 했다.
오는 10월1일 2024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전환을 앞두고 미국 연방정부 예산안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새 회계연도 시작 전에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필수 인원을 제외한 정부 관련 근로자 80만명은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간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공화당 강경파가 주장하는 정부 예산의 대폭적인 삭감을 골자로 한 수정 예산안이 통과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의 업무 중지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국토안보부(DHS)를 비롯한 미국 정부 기관들은 공무원들에게 셧다운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적용되는 근무 지침을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13년에는 임시 예산안의 타결 없이 10월1일부터 17일까지 셧다운에 돌입한 적이 있으며 2017년에는 임시 예산안 타결 이후 다음해 1월20~22일에 일시적인 셧다운에 들어갔다. 2018년의 경우 12월22일부터 이듬해 1월25일까지 35일간 연방정부가 업무를 중단한 바 있다.
미국 경기 우려 커질 듯…변동성 확대 불가피
셧다운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고 있는 무디스는 "셧다운은 최고 신용등급의 다른 정부에 비해 미국의 통치제도가 취약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셧다운이 발생하면 ) 미국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은 "무디스 평가의 연장선에서 바라본다면 연방정부의 셧다운 불확실성은 결국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를 더욱 자극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금융시장 측면에선 그간 증시를 괴롭힌 미국 국채 금리 상단을 제어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증권가는 당분간 미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금리와 유가가 불편해지고 있고, 미국 대선 시즌과 맞물린 재정정책 노이즈가 새로 제기되고 있다"며 "이는 단번에 주식 가격에 반영할 요소는 아니지만 중장기 펀더멘털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주가) 테스트 과정은 당초 예상보다 한 달가량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