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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자산'으로 주주환원하면 '십만전자' 돌파한다

  • 2024.02.05(월) 11:57

기업거버넌스포럼, 5일 신년 기자회견 개최
일본 거버넌스 프로그램, 국내 상장사 적용시
삼성‧LG화학‧현대차 주가 최대 120% 껑충
기업가치 밸류업 위해 금융당국 역할 중요

5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김보라 기자

최근 일본 증시는 역대급 호황이다. 반면 우리 증시는 수년째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일본에서 추진중인 기업 거버넌스 개선 프로그램을 삼성전자‧LG‧현대차 등 국내 주요 상장사에 적용하면 주가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이 선망하는 주가인 이른바 '십만전자'를 넘어 13만원까지 오를 수 있고, LG그룹 주력 계열사인 LG화학도 일본식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주가가 70만원 이상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역시 주가 50만원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거버넌스포럼)은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LG‧현대차 등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저평가 받고 있는 이유와 일본식 기업 거버넌스 개선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어느 정도의 주가 상승이 가능한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최고제품 만드는데 자본시장에선 2류, 3류

이날 회견에서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은 "현대차는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세계주가지수(MSCI ACWI) 10대 자동차 및 부품사(Automobiles and Components Index)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반면 중국 비야디(BYD)는 이 지수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현대차가 세계주가지수에 편입하지 못한 것은 주요 자동차 회사 중 낮은 밸류에이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단 현대차뿐만 아니다. 삼성전자도 대만의 TSMC보다 기업 가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TSMC는 MSCI 세계 10대 우량 기업 리스트(Quality Index)에 포함되어 있지만 삼성전자는 없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TSMC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존경받고 있고 글로벌한 독립된 이사회를 운영하며 모범적 거버넌스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남우 회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고 최상의 수익을 얻는데 자본시장에선 2류, 3류 취급을 받는다"며 "이것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낮은 기업 가치는 개별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본 증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저평가 문제는 한국 증시의 전반적인 문제임이 드러난다. 

거버넌스포럼이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의 주식 투자 장기성과를 비교한 결과 미국 주식에 10년 투자하면 얻을 수 있는 주주총수익률(TSR, 배당 및 주가상승 포함)은 12%였다. 일본은 9%다. 반면 한국은 5%에 불과했다. 

최근 3년을 따져보면 미국 9%, 일본 12%의 TSR을 얻을 수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마이너스 2%를 기록했다. 단타형태의 투자가 많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고려할 때 3년이면 장기투자에 해당하지만 오히려 단타보다 손실을 보는 구조인 것이다. 

일본 증시 호황, 거버넌스 개선이 핵심

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현재 일본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거버넌스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남우 회장은 "최근 일본의 증시호황은 기업이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높지 않지만 증시는 호황인 이유는 경제성장과 기업의 이익 및 주가가 1대1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연 10%의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30년 전과 주가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변화는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다. 아베 내각 시절인 2015년부터 스튜어드십코드 및 기업거버넌스코드를 운영하며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일본 증시변화에 정점을 찍은 건 지난해 4월 야마지 히로미 최고경영자(CEO)가 도쿄증권거래소 수장으로 취임하면서다. 

야마지 CEO는 일본 상장사들을 향해 주주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고 경영진은 매출·이익·시장점유율에 집착하지 말고 투자자들이 관심 있는 자본비용과 주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라고 요구했다.

야마지 CEO는 또 독립된 이사회를 만들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이유를 분석하고 구체적 개선책 및 진행상황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에는 배당, 자사주, 투자, 연구개발(R&D),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일본의 제조회사 히타치는 최근 5년간 주가상승률 153%를 기록했다. 종합무역상사 이토추상사의 최근 5년간 주가상승률도 234%를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외국인 투자 증가로 이어졌고 미국 모건스탠리는 2025년 일본의 PBR이 1.8배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기업들의 순자산 대비 주가가 1.8배 높게 거래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는 자산 활용해 주주환원하면 기업가치 ↑

거버넌스포럼은 일본의 거버넌스 프로그램을 삼성전자‧LG화학‧현대차에 적용한 결과를 분석했다.

이남우 회장은 "주주환원정책을 제대로 이행하면 주가가 최소 50%에서 최대 120%까지 상승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코리아디스카운트 주범은 상장사들이고, 기업들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버넌스포럼은 현금, 투자자산, 부동산 과다 보유 등 재무제표를 방치하고 손익계산서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는 상장사들의 관행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현재 보유중인 현금 92조원 중 50조원을 투입해 우선주 전체를 자사주로 사들인 뒤 이 중 20조원을 즉시 소각하는 주주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할 정도로 과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나머지 3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활용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고 향후 순이익의 30~50%를 주주환원에 써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내 이사회 역시 글로벌 전문가 중심으로 다양성을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이행하면 삼성전자의 PBR은 현재 1.4배에서 2.2배까지 올라갈 수 있고 주가도 13만원 이상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거버넌스포럼은 현대차 역시 보유 현금 19조원 중 8조원을 투입해 우선주를 자사주로 매입·소각할 경우, 주당순자산이 30% 증가하고 약 7000억원의 배당금(우선주 배당)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버넌스포럼은 우선주 매입만으로도 현대차 주가가 30만원 이상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후 삼성동 부지를 팔아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투자하고 현대차가 가진 현대건설 지분(21%) 및 KT 지분(5%)를 매각해 주주환원에 돌리면 주가가 50만원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현대차가 보유한 삼성동 부지 가치(금융비용 등 포함해 21조원)는 신한지주 가치랑 같다"며 "현대차 일반주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회사에 투자했지 상업용 부동산이나 건설회사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거버넌스포럼은 LG화학 역시 보유 현금 9조원 중 2조원을 투입해 우선주를 자사주로 매입 후 소각하고, 자사주 맞교환으로 투자한 고려아연 주식을 매각해 주주환원에 쓰면 PBR을 현재 0.9배에서 1.2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도 70만원 이상을 넘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KB금융도 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하고 자사주 1조2500억원 규모를 매입해 소각하면 PBR이 0.45배에서 0.8배까지 올라가고, 주가도 10만원 이상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금융위‧거래소에 공개서한 보냈다 

거버넌스포럼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자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지난 1월 금융위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해당 내용이 저평가된 우리나라 증시 문제를 해소하기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발표한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에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제고계획 포함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구성한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출시 등이다. 

이남우 회장은 공개서한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상장기업들이 영업에만 치중하고 자본 효율성 및 주주환원에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3년간 한국 증시는 주주총수익률(TSR, 배당포함)기준 연 2%의 손실을 주주들에게 안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 방안처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제고계획을 넣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며 "일본처럼 별도의 독립된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밸류업을 이끌 주체는 경영진이 아니라 이사회라는 점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보고서에 이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사 이름을 표기하고 진행 상황도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버넌스포럼은 공개서한을 통해 금융위‧거래소가 해야 할 일도 강조했다. 우선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프로그램 시행 및 시행하지 않는 기업 리스트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 투자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성실히 추진하는지 등을 금융당국이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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