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KCC글라스를 공개중점관리대상에 올렸다. 약 2년동안 이사보수가 과도하다고 지적 했음에도 제대로 개선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일 공개 주주활동에도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주주제안을 펼칠 방침이다.
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KCC글라스에 공개중점관리기업 선정을 통지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KCC글라스의 주식을 7.62%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개 주주활동을 펼친 건 2022년 3월 남선알미늄 이후 2년 만이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 이후로는 첫번째 공개주주활동이다.
국민연금이 문제 삼은 지점은 KCC글라스의 이사 보수다. 국민연금은 이번 공개서한을 통해 "2023년 동안 비공개대화를 진행했으나, 비공개 중점관리 기업으로 선정한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에 KCC글라스를 임원보수한도 적정성과 관련해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KCC글라스는 최대주주 정몽익 회장의 보수와 관련한 적정성 논란이 이어져왔다. 정 회장은 2021년 34억5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는데, 이는 해당연도 등기이사 보수총액(40억6200만원)의 85%에 달한다. 정 회장은 2022년에도 보수총액의 83%에 해당하는 34억8300만원을 받았다. 이는 김내환 대표이사의 보수보다 6.8배 많은 금액이란 사실도 알려졌다.
2023년에는 보수총액의 69%인 34억5200만원을 받았다. 2023년 보수총액 대비 비중이 예년보다 소폭 낮아진 것은 김내환 대표 퇴직금으로 보수총액이 일시적으로 올라간 탓이다. 퇴직금을 제외한 정상적인 보수총액 대비 정 회장의 보수 비중은 85%였다.
국민연금은 2021년부터 KCC글라스 주총에서 이사의 보수한도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계속 피력해왔다.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도 "보수금액이 경영성과에 연계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반대 표를 던졌다.
이번 관리 대상 선정은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분을 5%이상 들고 있거나 국내주식 포트폴리오에서 1%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하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비공개대화를 할 수 있다. 중점관리사안은 △배당정책 △임원 보수한도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했으나 개선이 없는 사안 등을 포함한다.
비공개대화를 1년간 진행했음에도 투자기업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비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한다. 이후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KCC글라스처럼 공개중점관리 대상으로 올린다. 공개중점관리기업에 대해서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사회, 경영진 등과의 면담 요청도 가능하다.
공개중점관리대상 선정이후에도 회사가 지적사항을 고치지 않을 경우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에 따라 주주제안을 진행한다. 과거 공개중점관리 대상에 올랐던 기업 중 2018년 남양유업이 해당 사례다. KCC글라스도 정 회장에게 지급하는 보수를 조정하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할 수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공개중점관리 대상이 되면 서한발신과 면담이 동시에 이뤄지고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라며 "개선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 주주제안 형태의 적극적인 경영활동 참여로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최근 기업과의 적극적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탁자 책임활동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9년부터 대화기업 수는 점점 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으로는 172곳으로 전년대비 33곳이 증가했다. 비공개 또는 공개로 서한을 발신한 사례도 137건이며,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건 160건이다.
사안별로는 배당정책이 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원보수한도(39건), 지속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음에도 개선이 없었던 사안(31건),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22건) 등이 있다. 이밖에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하지 않지만 '사실관계 확인 및 주총 의안설명을 위한 대화'가 81건, '예상치 못한 우려에 대한 대화'도 73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