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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직원 140명이 점자 동화책 80권 만든 사연

  • 2023.05.05(금) 09:00

[비즈人워치]이규한 엔씨 ESG경영팀장 인터뷰
"장애아동에 학습기회…즐거움 나누는 사회공헌"

이규한 엔씨소프트 ESG경영팀장이 비즈워치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어린이날, 잘 보이지 않는 어린이들은 동화책을 어떻게 읽을까. 안타깝게도 인프라는 태부족하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도서관은 2016년 44곳에서 2020년 32곳으로 감소했으며 전부 사립이다.

서울에 12곳이 집중돼 가장 많은데, 경기·대구·전남·경북·제주 지역은 2곳씩 있다. 나머지는 1곳씩밖에 없고, 세종시엔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점자를 학습할 수 있는 동화책 등 교구 보급률은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 직원들이 이번에 사용한 점자 동화책 제작도구./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신입사원 아이디어로 출발…실제 사업과도 연관

이런 상황 속에서 '리니지 시리즈'로 유명한 국내 대표적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말 시각 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 동화책 제작에 나섰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실천한 것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규한 엔씨 ESG경영팀장을 최근 인터뷰해 사연을 들어봤다.

이규한 팀장은 비즈워치와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신입사원 입문 교육 과정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련 프로젝트가 신설됐다"며 "신입사원들이 엔씨의 ESG 경영에 관한 강의를 듣고 직접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해보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엔씨는 당시 신입사원 교육에서 △지역사회 △미래세대 △친환경경영을 키워드로 제시했고, 10개 팀으로 나뉜 신입사원들은 이런 키워드 가운데 하나를 택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발표했다고 한다.

이규한 엔씨소프트 ESG경영팀장./사진=엔씨소프트 제공

발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동료 투표와 심사를 거쳐 1위로 선정된 아이디어를 실제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이 팀장은 "신입사원들은 노인을 위한 키오스크 교육, 사옥에서 진행하는 게임 형식의 멘토링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며 "이런 아이디어 가운데 1위로 선정된 점자책 만들기는 NC문화재단이 진행하는 '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보완대체 의사소통) 사업을 착안해 기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신입 직원과 자원한 직원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 'NC [D&I] PLAY : 함께 만드는 점자 동화책' 활동이 시작됐다. 프로그램 명칭 대괄호 안에 들어간 'D&I'는 프로그램 주제를 반영한 것이다. 'Diversity'(다양성), 'Inclusion'(포함)이란 뜻이 담겼다.

엔씨의 이번 프로젝트는 '즐거움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상'을 미션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온 기존 경영 활동과도 연관이 없지 않다. 

이 팀장은 "점자 동화책 제작 또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이기 때문에 기존 경영 활동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엔씨는 모두가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 게임 접근성'에 대한 개발 가이드라인도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엔씨는 '게임 디자인 랩'(Game Design Lab)을 통해 비디오, 오디오부터 컨트롤과 인터페이스, 커뮤니케이션에 이르는 측면에서 접근성 강화 방안을 연구하고 단계적으로 게임에 적용할 계획이다. 

점자 동화책으로 제작되는 도서들./사진=엔씨소프트 제공

다양한 도서학습 기회 제공…도서에 점자 스티커 수작업

주제 선정 이후 엔씨 직원들은 사내 어린이집 '웃는땅콩'과 NC문화재단이 발간한 동화책 △바람 △난 크고 넌 작다 △굴뚝귀신 △반짝반짝 빛나요 △나는 누굴까? 등 5종을 점자책 80여권으로 제작했다.

엔씨는 아이들이 편견없이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주제의 도서를 출판해왔는데, 그런 도서 가운데 시각장애 아동에게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해당 동화책들을 선정했다.

이 팀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시각장애 아동들에게 다양한 도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그래서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동화책을 선정하고 싶었다"고 했다. 

엔씨소프트 직원이 점자 동화책을 제작하고 있다./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직원들은 일반 '묵자'(먹으로 쓴 글, 점자에 상대되는 말) 형식으로 발간된 도서에 점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점자 동화책을 한 땀 한 땀 만들었다.

이 팀장은 "휴대용 점자 인쇄기 '볼로기'를 활용해 스티커 위에 점자를 찍어내는 방식이 동원됐다"며 "먼저 6점으로 구성된 점자판에 글자에 맞는 점자핀을 넣고, 점자판에 한 문장을 완성하면 점자 라벨지를 위에 올린 뒤 뚜껑을 덮고, 네모난 볼로기로 점자가 볼록하게 나올 수 있도록 양방향으로 두 번 정도 왔다 갔다 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작은 점자핀을 점자판 위 6개 구멍에 맞게 넣는 일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수작업 방식인 까닭에 1권을 제작할 때 평균 3시간 정도 소요됐다. 엔씨가 점자 동화책을 80권가량 제작한 이유는 제작에 참여한 인원이 140명인 점과 경기도 내 도서관 수를 반영한 것이다.

묵자 동화책이 점자 동화책으로 거듭나고 있다./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여전히 부족한 점자 동화책…참여형 활동 지속 예고

엔씨는 점자 동화책을 점역사 검수를 거쳐 경기도 내 점자 도서관과 성남시 공공도서관 등 7곳에 이달 내 기부할 예정이다.

도서 검수는 휴대용 점자 인쇄기 '볼로기' 제작사인 사회적 기업 '소셜코어'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시각 장애인도 검수에 참여한다.

이규한 팀장은 "이번 활동을 준비하며 점자책 보급률이 1% 수준으로 매우 낮다는 점을 알고 놀랐다"며 "시각장애 아동용 교구재는 거의 없다고 하는데, 이번 활동이 시각장애 아동의 학습권 향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엔씨는 이에 따라 향후 점자 동화책 기부 대상을 경기 지역 외부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할 계획이다. 엔씨의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할 예정이다.

이 팀장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주제,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을 진행하고자 한다"며 "기업 주도의 일방향적 활동이 아닌 참여자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참여형 활동이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단순히 착한 일을 넘어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엔씨만의 사회공헌 활동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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