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의 항암제 글리벡(성분명 이마티닙)이 잡고 있던 필라델피아 양성 급성 림프구성백혈병(Ph+ALL) 1차 치료제 시장에 20여년 만에 새로운 경쟁 약물이 탄생했습니다. 기존에 1세대, 2세대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겼을 때만 사용할 수 있었던 3세대 표적항암제가 1차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인데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9일 다케다의 아이클루시그(ICLUSIG, 성분명 포나티닙 )에 대한 추가 신약신청(sNDA)을 승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이클루시그는 1~2세대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에 내성이 생긴 Ph+ALL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2차 이상 치료제로, 지난 2012년 FDA로부터 조기 승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부작용 이슈로 출시 1년 만에 판매가 중단됐다가 추가 임상과 추적 관찰을 거쳐 2016년 재승인을 받았죠.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마찬가지고 백혈병 2차 이상 치료제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케다에 따르면 아이클루시그는 신규 Ph+ALL 성인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이마티닙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고 미세잔존질환(MRD)* 음성 완전관해(CR) 비율이 2배 이상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마티닙과 화학요법을 12주간 병용투여시 완전관해율은 16.7%로 나타난 반면, 아이클루시그 병용요법은 완전관해율이 34%로 나타났죠. 또 아이클루시그의 안전성도 이마티닙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부작용 이슈도 해소했습니다.
이번 FDA 허가로 아이클루시그는 백혈병 1차 환자들에게 화학요법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조만간 국내에서도 아이클루시그를 1차 백혈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데요.
그동안 국내에서 20년 넘도록 백혈병 1차 치료제 시장을 잡고 있던 글리벡의 대항마가 등장한 것입니다. 글리벡은 혈액암 세포에만 발현되는 특정 표적을 공격해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는 획기적으로 높인 최초 표적항암제로,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허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글리벡은 유일한 1차 백혈병 치료제였기에 논란도 많았습니다.
글리벡 개발사인 노바티스는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위한 약가협상에서 터무니 없이 높은 약가를 고수해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고 약가인하 조치에 반발해 소송까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국내 환자들의 약가 부담이 컸지만 법원 판단에 따라 수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영업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돼 급여정지 위기에 처했지만 유일한 치료제라는 이유로 과징금 처분에 그쳤습니다.
글리벡은 지난 2013년 특허만료 이후 수많은 제네릭이 출시되긴 했지만 생사가 달린 위중한 질병인 만큼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현재도 국산 제네릭들이 글리벡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클루시그가 국내에서도 1차 백혈병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될 경우 환자들의 치료 옵션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엘리아스 자바(Elias Jabbour)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 센터장은 "Ph+ ALL은 극도로 공격적인 암이며 이 질병을 가진 환자들은 좋지 않은 결과로 고통을 받는다"며 "돌연변이 발달을 억제하고 일선에서 깊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TKI에 대한 필요성이 오랫동안 있어 온 만큼 포나티닙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