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 출시된 대상포진 백신 1호인 한국엠에스디(MSD)의 '조스타박스'가 국내 공급 중단을 결정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산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조스타박스의 국내 공급이 오는 9월30일 중단된다. MSD는 공급 중단사유에 대해 "지난 2017년 대체할 수 있는 대상포진 백신이 도입되면서 전 세계적인 임상적 수요가 크게 감소함에 따라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조스타박스의 제조 및 공급을 자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스타박스는 지난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세계 최초 대상포진 백신으로 국내외 시장을 독점해왔다. 국내에서는 2012년 처음 출시된지 5년만인 2017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스카이조스터를 선보이며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두 제품은 모두 생백신으로 만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이 가능하도록 허가받았다. 스카이조스터는 5년간 국내 임상을 통해 조스타박스에 뒤지지 않는 우수성을 입증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2017년 GSK의 싱그릭스가 등장하며 조스타박스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싱그릭스는 2017년 FDA에서 품목허가를 승인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9월 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국내에서 2022년 12월 출시되며 대상포진 백신 경쟁은 3파전에 돌입했다.
싱그릭스는 생백신인 조스타박스, 스카이조스터와 달리 살아있지 않은 항원에 면역증강제를 결합한 유전자 재조합 백신(사백신)이다. 임상3상에서 50대 이상 연령대 평균 예방률이 90% 이상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기존 생백신의 대상포진 예방효과가 50~69세까지 60%대인 것과 비교했을 때 예방효과가 월등하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 전체 매출 870억원 중 싱그릭스는 385억원을 기록하며 출시 1년만에 단숨에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스카이조스터 262억원, 조스타박스 2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조스타박스 철수로 224억원의 매출이 스카이조스터와 싱그릭스로 분산됨에 따라 두 제품 모두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 싱그릭스의 우수한 예방효과에도 투약 편의성과 가격 면에서는 스카이조스터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그릭스는 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하고 접종비용은 총 40만~50만원에 달한다. 또 접종 후 주사부위 통증 이상반응이 80%로 매우 높았다. 반면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1회만 접종하면 되고 가격도 15만원 전후로 싱그릭스의 절반도 채 안된다. 접종 부위 통증은 약 48%로 낮은 편이다.
장기적으로는 스카이조스터의 위기설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싱그릭스 등장으로 대상포진 백신 시장이 기존 생백신에서 사백신으로 판도가 급변하고 있어서다.
기존 생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약하게 만든 것으로 면역력이 저하돼 있을 때 접종하면 오히려 대상포진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하고 만 50세 이상만 접종이 가능하다. 반면 싱그릭스는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켜 만 50세 이상 성인뿐 아니라 만 18세 이상 면역저하자도 접종이 가능하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가 지난 2018년 생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백신 접종을 권장하면서 미국과 캐나다뿐만 아니라 유럽국가들도 생백신 사용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대한감염학회도 싱그릭스 출시 이후 대상포진 백신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면서 대상포진 예방 효과와 효과의 지속기간을 고려해 생백신보다 사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백신과 사백신의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생백신이 대상포진 시장에서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SK바이오사이언스 설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사백신 가격이 생백신 보다 2~3배 높아 매출이 높게 나오긴 하지만 접종량으로 따지면 생백신의 수요가 월등히 높다"면서 "사백신은 주사부위 통증이 심하고 접종가격이나 편의성 측면에서 생백신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